中의 ‘희토류 덫’에서 빠져나오려는 美의 몸부림 [최준영의 글로벌 워치]
트럼프, ‘심각한 환경오염’에 ‘희토류 독립’ 어렵다는 판단 ‘희토류 동맹’ 호주·日에 막대한 자금 투입 ‘中 통제에 맞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국은 서로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피해는 ‘최소화’하되 상대에게는 ‘최대의 고통’을 안겨주는 카드를 찾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첨단 기술의 수출 통제를 선택했으며, 중국은 자국이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를 압박 카드로 선택했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중국의 카드가 훨씬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은 1980년대 이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희토류에 대한 압도적 영향력을 구축했다. 미국으로서는 국방, 첨단 제조업 등에 반드시 필요한 희토류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결정적인 국면마다 중국에 일정 부분을 양보할 수밖에 없다.
中이 시장 독점…희토류 앞 작아지는 트럼프
희토류로 인해 중국에 끌려다니는 미국으로서는 과거의 악몽이 떠오를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 미국은 ‘국방물자 비축법’을 제정했다. 충분한 물자를 비축해 전쟁을 치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참전 직후 미국은 큰 곤경에 처했다. 각종 무기 및 전쟁물자 생산에 필요한 광물자원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필요했지만 미국 내에서 확보하기 어려웠다. 정부기관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은 메탈스 리저브 컴퍼니라는,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별도 민간회사를 설립하고 필요한 전권을 위임했다. 메탈스 리저브는 설립 이후 세계를 뒤져 미국에 필요한 각종 광물자원을 도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급하게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지출이 이뤄졌고, 위험한 해상 운송에 의존함으로써 생산 과정이 지연되기 일쑤였다. 또 지역마다 다른 조건으로 인해 생산 과정에서 빚어지는 여러 가지 혼란과 오류도 많았다. 결국 미국은 국내에서의 광물자원 확보를 최우선으로 했다. 광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고 산업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제 사업도 확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천연소재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에 대해서는 각종 합성소재를 개발해 활용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냉전 시기 미국은 2차대전 때의 핵심 광물자원 비축체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냉전 이후 미국은 핵심광물 및 희토류의 99%를 잉여자원으로 판단하고 420억 달러에 해당하는 물량을 민간에 매각했다. 2015년을 전후해 중국의 부상이 본격화되자 미국은 자신들이 적대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인식했다. 중국이 희토류 및 핵심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0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 속에서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통해 일본의 양보를 받아냈는데, 이제 미국이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이다.
2017년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트럼프는 핵심광물을 지정하고 안정적인 공급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미국 정부는 35개 광물을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미국 내 재고·생산 및 수입 등에 대한 사항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광물자원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범정부 차원의 지원·대응을 이어갔다. 1950년대 제정됐던 ‘국방물자 생산법’을 활용해 업체 지원에 나선 미국은 에너지부 보조금과 대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미국 기업은 물론 캐나다, 호주 등 신뢰할 수 있는 우방 기업에 다양한 금융지원을 해 폐쇄된 기존 광산을 다시 가동하고 새로운 광산 개발에 착수하도록 지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생산된 원광의 가공시설 확충 및 재활용을 통한 안정적 공급 방안에 이르는 다양한 수단을 모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미국 내에서 다시 희토류 생산이 시도되기 시작했으며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신소재로의 대체도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결성했다. 주요 동맹국 가운데 핵심광물 생산국과 소비국을 묶어 안정적인 공급과 다변화를 도모하자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전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다자간 협력을 통한 광물자원의 안정적 공급 시도는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에너지와 관련한 다수의 행정명령을 잇따라 발동했다. 이들 행정명령은 특이하게도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광물자원 역시 에너지의 일환으로 포함시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우선적으로 자국 내 광물자원 생산을 늘리기 위해 국제개발금융공사(IDFC)의 자금을 미국 내 광물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정련 및 제련 시설을 미국 내에 확충하고자 했다. 하지만 과거 환경오염을 이유로 미국에서 철수해 중국으로 향했던 이 시설들을 다시 미국에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에 대한 지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아직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
‘희토류 동맹’ 첨단 산업 인질 잡힌 美의 반격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미국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접고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자원 확보와 안정적 공급을 위해 동맹국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대상은 호주였다. 워싱턴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은 희토류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호주는 세계 최대 광업국가로서 희토류의 경우 세계 4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은 85억 달러에 이르는 협정을 체결했는데 특이한 점은 호주에서의 희토류 정련 및 제련과 관련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희토류는 단어와 달리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분리하고 정련·제련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막대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점이 개발을 어렵게 한다. 실제 호주에서는 과거 희토류를 채굴해 주변국으로 보내 처리한다는 계획이 논의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호주 내에서 이러한 작업이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국방부 및 수출입은행 등을 동원해 관련 자금 투입을 신속히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방문에서도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자원의 안정적인 공급과 관련해 협력할 것을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을 동원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내보인 것이다.
첨단 제조업에 필요한 모든 희토류를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도 안정적인 자원 공급원 확보와 다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비용과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해외 광물자원 개발 및 협력에 대해 우리 정치권이 안정적 지원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는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을 어떠한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