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시론] 한국의 부동산 사랑, 규제만이 능사일까

2025-11-07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20%포인트 정도,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40%포인트나 높다. 이런 구조는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자산을 현금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우리는 이것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데 동의하지만,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서는 매우 피상적이거나 때로는 감정적이다. 그 원인을 ‘우리 국민들의 끝없는 부동산 사랑’으로 규정하고 ‘부동산 투기심리 억제’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과연 그럴까.

ⓒ연합뉴스

일단 질문을 던져보자. 왜 우리나라 가계에서는 부동산 자산이 다른 나라들의 두 배에 이를 만큼 유독 많을까. 우리나라의 집값이 다른 나라의 두 배 정도라서 그럴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집값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유독 높지는 않다. GDP 대비 전체 주택 시가총액을 보면 우리나라는 시기별로 좀 다르지만 3~7배 사이를 오가고 있다. 다른 나라가 5~6배 수준이니 유독 비싼 우리나라 집값 때문에 지난 수십 년간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아져 왔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토지나 상가, 오피스텔 등 ‘주택 이외의 부동산 자산’을 가계가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가계 자산 중 거주 주택 이외의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은 2~3%에 불과한데 한국은 14%에 이른다. 미국이나 영국, 네덜란드에는 토지나 상가, 오피스텔 등이 별로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 나라에도 토지나 상업용 건물은 많지만, 주로 기업들이, 또는 개인들이 법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법인 명의로 보유하는 게 세금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또 하나의 이유는 임대용 주택을 주로 개인들이 갖고 있어서다. 어느 나라든 집을 구매하기 어려운 저소득 계층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집을 사서 그들에게 빌려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임대용 주택의 90%를 개인들이 갖고 있다. 개인의 임대용 주택 소유 비율이 전체의 60% 수준인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들의 부동산 탐욕’을 규제하는 게 답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타산이 맞지 않고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임대사업을 기업들이 기피하고, 정부도 재정 문제 등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넉넉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일을 가계(개인)가 떠안고 있다. 이 주택임대사업을 정부나 기업들이 하도록 유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된 것이 개인들의 탐욕에 밀려서 기업이나 정부가 주택을 짓거나 구매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주택임대업을 못 하는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비업무용 토지를 보유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상가나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자산을 법인 명의로 보유할 경우 세제혜택이 더 생길 수 있게 법인 과세를 완화하든 개인 과세를 강화하든 정책을 바꾸면 된다. 그러면 필요한 부동산을 외국처럼 법인 명의로 보유하게 될 것이고 개인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어차피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부동산 인프라들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그걸 개인의 명의로 보유하는 것은 나쁘기 때문에 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심지어는 엉뚱하게 주식시장을 살리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과연 그게 맞는 해법일까. 다들 주식시장으로 달려간다고 치자. 그럼 경제활동에 필요한 임대주택, 오피스텔, 상가는 누가 사서 임대하게 될까.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