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가을이 저만치 가네”…‘만추 힐링여행지’ 전남 4선은 어디?

광주·전남 ‘지각 단풍’…전남도, 늦가을 ‘여행명소 4選’ 추천 순천 송광사·담양 관방제림·구례 지리산피아골·장성 백양사 가을 정취와 미식의 ‘오묘한 조화’…아직 가지 않은 낭만 가을

2025-11-10     정성환·배윤영 호남본부 기자

만추(晩秋)도 지난 주말로 끝이다. 입동(立冬·11월 7일)도 지났으니 이미 겨울로 가는 길목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을 정취와 울긋불긋한 단풍은 그곳에 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가을 날씨를 보이면서 광주·전남 지역 주요 명산의 단풍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어서다. 낙엽을 밟으며 거니는 발끝에 남도의 가을이 점점 깊어간다. 놓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면 지금 ‘여기’로 떠나 보는 게 어떨까.

전남도는 11월 만추의 계절을 맞아 준비 없이 떠나도 충분히 좋은 순천 송광사, 담양 관방제림, 구례 지리산 피아골, 장성 백양사를 ‘단풍길 따라 떠나는 힐링여행지 4선(選)’으로 추천했다. 4곳 모두 한결같이 발걸음이 아깝지 않을 단풍 명소로 손꼽히는 곳으로, 자연과 문화, 먹거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지각 단풍에 초록빛 무등산’ 입동을 이틀 앞둔 지난 5일, 광주 동구 운림동 무등산국립공원 나무들이 단풍이 들지 않은 채 초록빛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오매~이제야 단풍드네”…광주·전남 “지금이 절정”

광주·전남지역 주요 명산의 단풍은 이달 중순쯤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광주지방기상청은 “기후에 따라 다르지만, 이달 중순이면 주요 명산의 단풍도 절정에 들 것이다”고 전했다. 

10일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유명산 단풍 현황을 보면 광주·전남 지역 4개(무등산·월출산·두륜산·조계산) 산 모두 지난해보다 뒤늦게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무등산·조계산은 지난해 10월 25일 첫 단풍이 관측됐는데, 올해는 이보다 3일 늦은 지난달 28일 첫 단풍이 들었다. 월출산·두륜산의 경우 지난달 30일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보다 하루 늦었다.

덩달아 절정에 드는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통상 겨울이 시작하는 절기 입동과 맞물려 단풍이 절정에 드는데, 현재까지 무등산·월출산·두류산의 단풍은 절정에 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은 산 정상부부터 시작해 산 전체의 20%가 단풍이 들면 ‘단풍이 들었다’고 표현하고, 80%가 단풍으로 물들면 ‘절정에 이르렀다’고 발표한다.

기상청은 지난해보다 1∼3일 단풍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꼽았다. 단풍은 기온이 내려가면서 잎 속 엽록소가 분해될 때 이파리에 본래의 색소가 드러나는 현상을 말하는데, 지난달 광주·전남 평균기온이 기상 관측 이래 1위를 기록하면서 시기가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만추의 산사’ 순천 송광사…숲길 거닐며 사색 

산사에 깃든 늦가을, 단풍에 파묻힌 순천 송광사 ⓒ송광사

고운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순천 조계산. 천년고찰 송광사를 품고 있는 산등성이가 울긋불긋 가을 옷으로 갈아입었다. 청명한 하늘 아래 고즈넉한 가을 산사는 한 폭의 풍경화다. 

순천 송광사는 가을이면 경내와 조계산 숲길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며, 일주문에서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돌담길은 고즈넉한 분위기 속 사색의 공간으로 인기다. 

청량한 물소리는 속세의 번뇌까지 말끔히 씻어주는 듯하다. 이맘 때면 산사를 찾은 참배객들도 걸음을 멈추고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든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으며, 템플스테이를 통해 명상과 차담 등 힐링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순천만 짱뚱어탕과 웃장·아랫장의 돼지국밥 등 지역 음식도 함께 맛볼 수 있다.

담양 관방제림의 ‘2km 넘는 풍치림’ 단풍 ⓒ전남도

‘2km 넘는 풍치림’ 단풍…담양 관방제림

관방제림은 담양에 위치한 제방림이다. 영산강 둑인 관방제림은 200년 넘은 느티나무, 팽나무, 은단풍 등이 2㎞ 넘게 이어진 숲길로, 담양천과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워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외길이지만 갈 때 올 때 저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곳의 경치를 살려주는 풍치림(風致林)은 나무들은 추정 수령이 300~400년에 달하는 거목들이다. 봄,여름에는 푸른 침엽수이지만 가을이 오면 길게 늘어선 나무들이 단풍으로 물들면서 실로 장관을 이룬다. 특히 울긋불긋한 단풍이 담양천에 비춰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담양의 또 다른 명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가깝고 산책하기도 좋아 최근에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그림처럼 울긋불긋하게 물든 풍치림 사이를 자전거 드라이브로 즐겨도 좋고 천천히 걸으며 사색하기도 좋다. 창평국밥, 담양 떡갈비 등 전통 먹거리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구례 피아골 단풍 ⓒ구례군

‘삼홍(三紅)’의 단풍 명소…구례 지리산 피아골

구례 지리산 피아골 단풍은 오래전부터 ‘천하일미(天下一美)’ 즉 세상에서 으뜸가는 단풍으로 불려왔을 만큼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약 4㎞ 단풍길을 걸으며 가을의 절정을 느낄 수 있다. 

지리 10경의 하나로 꼽히는 지리산 피아골은 ‘산홍·수홍·인홍’으로 불리는 삼홍(三紅)의 단풍 명소다. 온 산이 붉게 타서 ‘산홍’이고, 단풍이 맑은 담소에 비쳐서 ‘수홍’이며, 그 품에 안긴 사람도 붉게 물들어 보이니 ‘인홍’이라 한다.

그 색깔을 알 수 없는 숲의 나무와 풀만큼 많은 단풍이 제각각 색의 향연을 펼친다. 연곡사 등 사찰 탐방과 함께 산닭구이, 다슬기수제비, 산채정식 등 지역 별미를 맛보는 즐거움도 일품이다.

전남 장성 백양사 쌍계루

연못에 비친 풍경 ‘한 폭의 그림’…애기단풍의  장성 백양사

우리나라 자생단풍인 백양사 단풍은 아기 손바닥처럼 작고 귀여워 ‘애기단풍’으로 불린다. 붉은 단풍 뒤로 푸른 가을 하늘과 백암산 백학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가을 명소로 이름났다. 

장성 백양사는 애기단풍과 누각 쌍계루가 연못에 비친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으로 사진작가들이 이른 아침부터 즐겨 찾는 출사 명소다.

입구에서부터 약 1.5km의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갈참나무와 단풍나무가 도열하듯 늘어선 단풍 터널을 천천히 걸으며 여유로운 가을 정취를 즐길 수 있다.

다른 지역보다 늦게 절정을 맞이하기 때문에, 11월 단풍을 즐기고 싶은 여행객에 제격인 명소다. 황룡강 순대국밥과 참게탕, 축령산 산채정식 등 향토음식도 인기다.

오미경 전남도 관광과장은 “가을철 화려한 단풍과 함께 마음의 치유와 미식 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전남에서 힐링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