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교육청, 추투(秋鬪) 피했다…학교 무상급식비 분담 ‘평화적 타결’

학교무상급식 식품비 ‘4대6’ 합의…3년 간 유지 도의회 개입 없이 ‘공동 TF’ 구성 통해 자력 합의 전남도, 조례근거한 ‘무상급식 제도화’ 첫 시행 사례

2025-11-18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도와 도교육청 간 학교 무상급식 식품비 분담을 둘러싼 갈등은 사실 연례행사였다. 전남은 전국에서 무상급식을 선제적으로 시행했지만 늘 ‘샅바 싸움→지지부진 협상→장외 설전→급식심의위 의결→불복→각자 예산안 제출→도의회 중재 타결’ 등 강대강 대립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도의회 중재 안대로 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 “요식행위로 전락한 실무 협상” “서로 예산 떠넘기기” “학생들 밥그릇 놓고 싸움질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덜 내겠다” 전남도 vs 전남교육청, 해마다 ‘학생 밥그릇 싸움’  

두 기관은 매년 11월이면 무상급식 분담비 협상을 둘러싸고 추투(秋鬪)를 반복했으나 올해는 달랐다. ‘갈등’없이 협상을 마무리 짓는 모습이다. 양측이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식품비 분담비율에 대한 책임을 상대에게 돌렸던 ‘장외 설전’의 흔한 풍경도 사라졌다.

전남도와 교육청이 지난 5월에 구성한 ‘장기분담비율 조정 등 학교급식 관련 공동TF’에서 합의안을 도출하면서다. 이번 합의는 조례로 규정된 학교급식 중장기 계획 및 예산지원 체계를 전남도가 처음으로 실천한 사례로 평가된다.

전남도와 전남도교육청은 18일 2026년 학교 무상급식 식품비 분담 비율을 지자체 40%, 교육청 60%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남도청과 전남도교육청 전경 ⓒ전남도-전남교육청 제공

전남도는 두 기관의 합의에 따라 전라남도 급식심의위원회가 최근 학교 무상급식 식품비 분담 비율을 지자체 40%, 교육청 60%로 의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적용 기간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이다. 

이에 따라 2026년 무상학교 급식지원 사업비 총 1241억 원 중 전남교육청이 745억 원, 지자체가 496억 원을 부담한다. 또 양 기관은 2026년 식품비 인상안도 함께 확정했다. 유치원·초등학교는 현행 단가를 유지하고, 중학교는 100원, 고등학교는 150원을 인상한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12월 전남교육청의 제안과 전남도의 수용으로 시작된 ‘장기분담비율 조정 및 학교급식 관련 TF 공동 운영’ 논의 끝에 얻은 1년 만의 결실이다. 

전남교육자치실천회의, 참교육학부모회전남지부, 전교조 전남지부가 지난해 11월 26일 전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도의 무상급식 식품비 분담률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전남지부 제공

강대강 입장 차 되풀이…표류한 ‘학생 밥상 예산’

무상급식사업은 단순히 예산문제가 아닌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의 질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1998년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된 학생복지 정책 중 하나다. 과거에는 학생 1인당 단가 기준으로 지자체와 교육청이 공동 부담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인건비와 운영비는 교육청 부담, 식품비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매년 10월 지자체와 교육청이 급식비 분담비율 협상에 들어가면 긴장감이 감돌기 일쑤였다. 특히 불경기가 장기화되거나 정부의 긴축재정에 따른 세수감소 여파가 있는 해는 더욱 심했다. 전남도와 도교육청 또한 해마다 무상급식 예산 분담 비율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보여 왔다. 

전남도와 도교육청은 분담률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앞서 두 기관은 2024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6차례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무상급식 분담률을 합의하지 못해 각자 마련한 예산안을 전남도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전남교육청은 우수 식재료 지원을 제하면 무상급식비 분담 비율이 전남도 30%, 도교육청 70%로 예산 부담이 크다며 재심의를 요청했다. 도교육청은 학교 무상급식과 우수식재료를 지원하는 근거 조례가 다르고, 타 지자체들은 우수식재료를 무상급식비에 포함해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학교 급식 분담금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도교육청의 입장을 반박했다. 전남도는 “현물로 지원되는 친환경 우수식재료 예산을 제외한 현금 분담률”이라며 “실제 분담률은 현물로 지원하는 친환경 식재료까지 포함해 도와 시군 분담률은 47%에 이르고, 급식종사자 인건비와 운영비의 경우 교육부에서 전액 지원하는 만큼 중복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급기야 양측의 이견으로 2025년 예산안 편성마저 차질이 우려됐다. 내년 학교 무상급식비 예산은 1651억원인데, 학교급식심의위원회는 도와 시군이 780억원(47%)을, 교육청이 871억원(53%)을 분담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이 이에 못 미치는 656억원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남도의회 예결위가 나서 중재한 끝에 올해 학교 무상급식 총식품비를 6대 4 비율로 분담하기로 가까스로 합의했다. 

전남도가 운영하는 ‘학교급식무상급식심의위원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심의위원회 위원은 14명으로 위원장이 전남도 행정부지사로, 도교육청 의견이 심의위에서 논의될 수 있는 기회가 원천 봉쇄됐다는 게 전남교육청의 항변이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도교육청이 학교급식 지원심의위원 구성이 불공정하다는 등 왜곡된 주장으로 심의 결과와 본질을 훼손하고 있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교육단체와 학부모들의 진단은 냉정했다. 전남교육회의 등 시민단체들과 학부모들은 “두 기관이 합의가 안 될 경우 세입 결손액이 발생해 무상급식 식품비 단가 감액으로 이어지고, 단가가 낮으면 양질의 급식 제공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전남도-교육청, 학교급식 관련 공동 TF회의 ⓒ전남도

올해는 달랐다…공동 TF 구성, 1년 만의 결실

이후 전남도와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학교급식 관련 문제점을 공감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무상급식비 분담률을 놓고 해마다 갈등을 빚지 않기 위해서다. 올해 초부터 실무 협의회를 열었으며, 지난 5월에는 ‘장기분담비율 조정 등 학교급식 관련 공동 TF’를 구성했다. 

공동 TF는 전남도, 전남도교육청, 전남도의회, 학교급식 관계자 등 8명을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6월부터 3차례 회의를 열어 무상급식 식품비 분담 비율, 친환경 농산물 공급 방식 등을 논의했다. 관련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가 참여하는 간담회도 2차례 열어 학교, 공급업체, 친환경 농산물 생산단체 등 의견을 수렴했다.

TF 전 과정에서 △학생 건강권 보장 △안정적 급식 제공 △지속가능한 협업체계 구축을 핵심 가치로 삼아 논의를 이끌었다. 또 합의안에는 △친환경농산물 공급의 현물지원 방식 유지 △공공급식통합플랫폼(Seat) 품목 확대 추진 등이 함께 포함됐다.

김대중 전남교육감은 “이번 합의는 전남도의회 예결위 중재로 시작된 공동 TF 제안도 조례의 실질적 이행으로 이어진 결과”라며 “앞으로도 학교·지자체·협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전남형 학교급식 모델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이번 합의는 전남도와 교육청이 학생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한 단계 더 나아간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전남 학교급식이 한층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