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세 번 겪은 남성, 원인은 ‘부족’ 아닌 ‘과함’ [박민선의 건강톡톡]

과식과 과운동이 만든 장기 노화가 문제 소화력 떨어지고 영양 흡수 원활하지 않게 돼 

2025-11-24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 70세 남성은 55세에 갑상선암, 59세에 전립선암을 앓았으며, 올여름에는 폐암으로 수술받았다. 20년 전부터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꾸준히 이어왔고,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65세 전후에는 심방세동(부정맥)을 진단받아 순환기내과에서 정기적으로 진료 중이다. 신장은 170cm, 체중은 80kg으로 약간 비만한 편이지만,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육량을 잘 유지해 나이보다 건강하고 활력이 있어 보인다. 

이 남성에게 반복적으로 암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다른 장기에 새로운 암(2차암)이 생길 위험이 최소 1.6배 높다. 이러한 위험은 유전적 요인,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 요법의 영향뿐 아니라 흡연, 음주, 비만 등 생활습관 요인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임상 경험상, 2차암의 주요 배경에는 생활습관의 불균형, 즉 신체와 에너지의 균형이 무너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환자의 갑상선암과 심방세동은 연령 증가에 따라 흔히 나타나는 질병 발생 양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후 전립선암과 폐암까지 연이어 발병한 점은 영양 상태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022년 우리나라 암 발생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남성에게 가장 흔한 암은 전립선암이며, 그다음이 폐암, 위암, 대장암 순이다. 특히 전립선암과 폐암은 고령층에서 많이 나타나며, 영양 상태가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암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나이 들수록 운동도 지나치면 안 돼

이 남성의 경우 외형상으로는 건장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장기의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10년 정도 더 진행된 상태로 판단됐다. 환자는 30년 이상 금연·금주를 유지했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지속해 왔다고 했다. 그러나 배변 습관을 확인한 결과, 과식하는 편이며 하루 2회 이상 묽은 변이나 설사를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화·흡수 기능이 충분히 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에너지 소모가 큰 생활을 이어온 결과로 해석된다. 즉, 영양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은 채 과식과 함께 매일 2시간가량의 유산소 및 근력운동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체력이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는 순간마다 신체 에너지 균형이 무너졌던 것이다. 즉, 겉모습은 건강해 보여도 내부 장기의 노화와 대사 불균형이 존재했으며, 이로 인해 신체 회복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폐암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나마 규칙적인 검진 덕분에 폐암이 의심되는 병변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기본 검진만 받았다면 폐암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평소 컨디션이 좋았지만, 2024년 말부터 소화가 잘되지 않고 예전보다 쉽게 피로감을 느껴 정밀 암 검진을 추가로 받았다. 그 결과, 폐 CT에서 과거 수년간 변화가 없던 폐결절이 1년 반 만에 약 3cm 크기로 자라며 6~7배 이상 커진 것이 확인됐다. 

폐암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환자에게 균형 잡힌 식사와 무리하지 않는 운동을 강조하며 관리해 왔다. 그러나 세 번째 폐암 진단을 받게 되자 필자는 그 원인을 이해할 수 없어 배변 습관을 자세히 물었다. 그 과정에서 소화·흡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나이가 들면서 샐러드 등 생채소 섭취를 지나치게 늘리고 과식하는 식습관이 이어지면서 소화력이 떨어지고 영양 흡수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장기적인 에너지 불균형과 체력 저하가 겹쳐 결국 폐암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식습관과 운동량을 조정하자 전반적으로 증상이 호전됐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으로 병을 이겨내려는 사람이 많지만, 운동이든 식사든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의 균형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 병을 만드는 것도, 완치로 이끄는 것도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