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자주 붓는다면…단순 피로 아닌 ‘장기 이상’의 경고음
반복되는 부종은 신장·심장·간·갑상선 이상을 드러내는 가장 흔한 징후 일상의 피로 탓으로 넘기지 말고, 조기 검사와 생활 관리로 위험 차단해야
아침에 눈이 붓거나 저녁이면 다리가 퉁퉁 붓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한다. 피로가 쌓이거나 짠 음식을 많이 먹은 날에는 일시적으로 부종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특정 질환 때문에 발생한 부종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부종 원인 중 상당 부분이 신장·심장·간 등 주요 장기의 기능 이상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난다. 대한신장학회도 신장질환과 부종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이효상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신장내과 전문의는 “부종은 단순히 몸이 붓는 증상이 아니라, 순환계 및 여러 장기의 이상을 알리는 경고음”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부종이 심하지 않더라도 반복적이거나 특정 부위에 나타난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침과 저녁에 따라 부종 양상이 달라지거나, 짧은 기간에 체중이 2~3kg 이상 늘어나거나, 한쪽 다리 또는 눈 주변만 유독 붓는다면 반드시 진료가 필요하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쉬거나 스트레칭을 해도 부종이 가라앉지 않거나 특정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질환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은 부위를 눌렀을 때 자국이 오래 남으면 반드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장·심장·혈전 질환의 초기 신호
부종을 유발하는 원인은 신장, 심장, 간, 갑상선, 혈관 등 매우 다양해 병원에서는 여러 검사를 진행한다.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진료에서는 연령, 증상의 발생 시기(급성 여부), 전신 질환 여부(신장·심장·간 질환 등), 암 의심 증상이나 치료력, 수면무호흡증 여부, 복용 약물 등을 확인한 뒤 혈액검사, 소변검사, 간·신장 기능 평가, 전해질 검사, 갑상선 호르몬 검사, 흉부 X선 촬영 등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여러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종 원인을 찾는 과정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의미다. 검사 일정이 분리돼 있어 병원을 여러 번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현실적으로 집 근처 병원에 단기간 입원해 필요한 검사를 한 번에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도 있다. 신현영 교수는 “고령자의 경우 과거 진료 기록과 현재 복용 중인 약물, 부종이 나타난 상황 등을 의료진에게 상세히 전달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부종 원인을 찾는 과정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여유를 갖고 꾸준히 진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종의 주요 원인 질환 가운데 신장질환은 전신 부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신장은 체내 수분과 전해질(특히 나트륨)을 조절하는 핵심 기관으로, 기능이 손상되면 수분이 체내에 저류되면서 부종이 발생한다. 오윤환 교수는 “신장질환에 의한 부종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으며, 피부와 조직이 얇은 얼굴·눈 주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신발이나 양말을 벗었을 때 자국이 오래 남는 부종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부은 부위를 눌렀을 때 자국이 천천히 돌아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부종은 단백뇨(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상태)나 저알부민혈증(혈액 내 단백질 농도가 낮은 상태) 등 신장 기능 이상을 시사하는 소견과 함께 동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전문의 판단에 따라 이뇨제 등을 사용해 체액을 조절하고, 저염식과 단백질 섭취량 조절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백뇨가 심한 경우에는 혈압을 조절하면서 단백뇨를 줄이는 ACE 억제제 등 약물로 치료한다. 부종이 짧은 기간에 급격히 심해지면서 체중이 빠르게 늘어나거나 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중증 상태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소염제 등 일부 약물도 부종 유발할 수 있어
부종은 심장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심장이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면 정맥압이 높아져 다리에 울혈(잔류 혈액량이 늘어나는 현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다리나 발목부터 부종이 심해진다. 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심부전 악화를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이므로 즉시 진료받아야 한다. 치료는 이뇨제를 통한 체액 조절과 함께, 베타차단제를 포함한 심부전 치료 약물로 심장 기능을 안정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를 피하는 저염식도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한쪽 다리만 붓고 열감·압통이 있으며, 다리가 팽팽하고 무겁게 느껴진다면 심부정맥혈전증(DVT)을 의심할 수 있다. 흔히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장시간 비행이나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는 상황에서는 다리 정맥의 혈류가 느려져 혈전이 생기기 쉽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급성 호흡곤란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치료는 보통 3~6개월간 항응고제를 투여해 혈전이 커지는 것을 막고 새로운 혈전 생성을 예방하는 것이 기본이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증상 완화와 혈전 후 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적절한 압박 강도와 착용 여부는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쪽 또는 양쪽 다리가 붓고 무겁거나 당기는 느낌이 있으며, 오래 서있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진다면 하지정맥류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판막 기능이 떨어져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정맥 역류가 생기는 질환이다. 장시간 서있거나 앉아있는 생활습관, 임신, 비만, 연령, 가족력 등이 위험요인이다. 치료의 기본은 정맥 순환을 돕는 생활습관 교정으로 규칙적인 걷기, 체중 관리, 다리 올리기 자세가 도움이 된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증상 완화와 부기 완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초음파 검사에서 명확한 역류가 확인된 경우에는 레이저 또는 고주파 열에너지를 이용한 정맥 폐쇄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 시술은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정맥을 폐쇄해, 피가 원래의 정상 경로인 ‘깊은 정맥’으로 흐르도록 하는 치료다.
손가락으로 눌러도 잘 들어가지 않는 단단한 부종이 나타난다면 림프부종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의심할 수 있다. 림프부종은 림프액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조직에 정체되면서 발생하며, 특히 유방암·자궁경부암 수술로 림프절을 절제했거나 방사선 치료로 림프관이 손상된 경우 흔히 나타난다. 팔다리에 생기는 림프부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가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며, 무거움·불편감이 동반될 수 있다. 완전한 회복이 쉽지 않아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치료는 수기 림프배액요법(MLD), 압박붕대, 림프 순환 운동, 감염(봉와직염) 예방 등으로 구성된 ‘복합 치료’가 표준이며,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되고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에서는 얼굴·눈 주위·손등에 단단하고 눌러도 잘 들어가지 않는 부종이 나타날 수 있으며, 얼굴이 부어 표정 변화가 적어 보인다. 이와 함께 추위를 잘 타고, 변비, 피로, 집중력 저하, 체중 증가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치료는 갑상선호르몬 보충 요법이 기본이며, 적절한 용량으로 치료를 시작하면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점차 부종과 전신 증상이 호전된다.
복수를 동반한 부종이라면 간경변을 의심할 수 있다. 간경변이 진행되면 체액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복강에 고여 복수가 발생한다. 이와 함께 하체 정맥 순환에도 영향을 주어 다리 부종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복부가 눈에 띄게 불러오거나 짧은 기간에 체중이 급격히 늘었다면 복수를 의심해야 하며, 복부 초음파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복수의 원인은 간경변 외에도 신장질환·심부전 등 다양한 경우가 있다. 치료의 기본은 염분 섭취 제한(하루 나트륨 약 2g 이하)과 이뇨제 치료다. 복수가 심할 경우에는 복수 천자(바늘로 배액하는 시술)를 시행해 증상을 완화한다. 그러나 복수가 반복적으로 재발하거나 이뇨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는 간 기능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이런 경우에는 간 이식 등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일부 혈압약(특히 칼슘채널차단제), 스테로이드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호르몬제 같은 약물도 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약물성 부종은 보통 복용 후 수일에서 수 주 안에 나타나며, 약물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약제로 변경하면 대체로 호전된다.
장기간 다이어트를 하거나 만성 설사가 있는 경우 단백질 섭취 부족이나 흡수 장애로 저알부민혈증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체액이 혈관 밖 조직으로 빠져나가 부종이 발생한다. 일반적인 성인의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체중 1kg당 1.0~1.2g 수준이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전문의와 상담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소금 적게 섭취하고 오래 앉지 말아야
이처럼 부종은 원인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생활습관 관리가 병행될 때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나트륨은 체내 수분 저류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로, 과다 섭취 시 부종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하루 소금 섭취를 5g 이하(나트륨 약 2g 이하)로 줄이는 것이 권장된다. 다만 염분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무염식은 영양 불균형과 전해질 이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피하고, 적절한 저염식과 균형 잡힌 식사가 필요하다.
평상시 장시간 서있거나 앉아있는 자세는 피하고, 규칙적으로 가벼운 운동과 충분한 휴식·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휴식 시 다리를 심장보다 약간 높게 두면 정맥 순환이 개선되어 부종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심장질환이나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체위 변화나 운동이 오히려 부담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진의 지도를 받아 개인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효상 전문의는 “조기 검사로 원인 질환을 확인하고 염분 조절, 충분한 휴식, 규칙적 운동, 이 세 가지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