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심해지는 무릎 통증…단순 ‘시림’ 아닌 숨은 관절 질환 신호

기온 하강으로 혈류 감소·관절액 변화…퇴행성 관절염·슬개대퇴증후군 악화 위험 커져

2025-11-19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시린 듯한 느낌부터 쑤시는 통증, 움직일 때의 찌릿함, 뻣뻣함까지 통증 양상도 다양하다. 실제로 국외 연구들에서도 기온이 낮은 계절일수록 무릎 관절염 환자의 통증 점수가 높아졌다고 보고돼, 온도 변화가 관절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이 확인돼 있다. 김유근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병원장은 “추운 계절에 유난히 통증이 심해진다면 이는 이미 존재하는 관절·연골·근육 손상이 추위로 더 민감해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무릎 관절의 적절한 온도 유지가 통증 조절에 큰 도움이 되므로 생활 속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을 지키기 위해 말초 혈관이 수축한다. 특히 무릎처럼 피하지방이 얇은 부위는 이런 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아 혈액순환이 쉽게 저하된다. 이 과정에서 관절 주변 조직으로 전달되는 영양 공급이 줄고, 통증을 완화하는 물질의 이동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 또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는 관절액의 점도가 높아지면서 관절이 뻣뻣해지고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관절염 환자에서 겨울철 통증 악화가 흔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무릎 질환으로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과 슬개대퇴증후군이 있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말 그대로 연골이 닳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무릎 안쪽의 시린 통증과 쑤시는 느낌, 아침 시간대의 뻣뻣함, 부종 등이 흔하다. 초기에는 오래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두드러지지만, 병이 진행되면 휴식 중에도 통증이 나타나는 중기 증상으로 이어진다. 말기에 이르면 연골이 크게 소실되고 O자형 다리 변형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관절액의 점도가 높아지고 관절 주변 근력이 약해지면서 관절 깊은 부위의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슬개대퇴증후군은 무릎 앞쪽 통증이 가장 눈에 띄는 점이다. 무릎 앞의 슬개골(무릎 앞 동그란 뼈)과 대퇴골이 반복적으로 마찰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데, 평소 보행에서는 큰 불편이 없지만 계단 오르내리기, 쪼그리고 앉기, 무릎을 굽히는 동작에서 통증이 뚜렷하게 악화한다. 특별한 외상이 없었는데 무릎 앞쪽에 반복적인 통증이 나타나면 이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통증이 느껴지면 활동량을 줄이기 쉽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근력이 약해지면서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고 통증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스트레칭, 가벼운 걷기, 실내 자전거, 수영·아쿠아로빅 등 관절에 부담이 적은 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유근 병원장은 “추운 날씨에 고강도 운동을 하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신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며 “평소보다 10~20% 운동 강도를 낮추고 여러 번 나누어서 하는 방식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힘찬병원 제공 

 

아직 진단받지 않은 일반인이라도 무릎 통증의 강도와 양상에 따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단순히 시리거나 뻐근한 정도의 통증, 혹은 찬 바람을 쐴 때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통증이라면 실내에서 보온을 유지하고, 따뜻한 찜질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면 부종, 열감, 무릎 잠김, 파열음, 무력감, 휴식 중 통증 등이 나타난다면 이미 질환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바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겨울철 통증 악화를 단순한 계절적 현상으로 넘기지 않고 질환의 경고 신호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체중 조절, 근력 강화 운동 등 맞춤형 치료를 병행하면 겨울철에도 무릎 통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