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당전쟁을 보면 ‘강대국 상대’ 해법이 나온다”
‘고고학의 일상화’ 황윤의 《일상이 고고학, 나당전쟁과 문무왕》
“7세기 들어 최전성기를 맞이한 당나라는 가히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면모를 보여줬는데, 이는 20세기 중후반의 미국과 유사한 위상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신라는 어떻게 이처럼 거대한 상대와 싸워 승리할 수 있었을까? 상대편의 약점은 적극 공략하고 자신의 강점은 최대한 똘똘 뭉쳐 여론을 통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문무왕이 있었다.”
소장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마니아인 황윤 작가의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가 벌써 16권에 도달했다. 이 시리즈는 친숙하고, 쉬우면서도 흥미롭게 역사나 고고학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입문서이자 교양서다. 그간 저자는 경주·제주·전주·강원도 등 지역이나 백제·가야 등 국가, 분청사기·백자·서울 사찰 등 테마 등에 몰두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줬다. ‘강대국과 싸워 승리하는 법’이라는 부제를 단 이번 책은 ‘나당전쟁과 문무왕’을 소재로 국가 간 대외관계를 다뤘다.
저자는 하나의 주제를 잡고 관련 지역을 여행하는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식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선 삼국통일을 이뤄가는 신라의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분석한다. 그런 점에서 첫 장소는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의 국경으로 막힌 당나라와 외교를 시작할 수 있었던 덕적도나 당항성 부근이다.
7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신라에서 당나라를 왕래하는 일은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고구려나 백제의 군사들에게 잡히면 바로 즉결 처분될 수 있었고, 648년 김춘추 역시 그런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났다. 다행히 신라는 한강 하류를 차지해 산동반도 끝 진왕석교 등으로 바로 연결되는 중부 횡단항로를 개척한다. 그 신라 쪽 출발지가 바다로는 덕적도, 육지로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당성(당항성)이었다. 이 길로는 우선은 김춘추·김법민·김인문 등 견당사가 왕래하면서 문물을 배우고, 나중에는 소정방 등 나당연합군이 왕래하는 발판이 됐다.
거기에 당시 신라 왕들에게는 자식을 위험한 외교의 현장이나 전쟁터로 보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있었다. 또 원효나 의상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문의 리더들이 있어 백성들도 그들을 따르게 됐고, 삼국통일로 갈 수 있는 기틀을 담는다. 이후 저자는 삼국의 격전장이던 호로고루성(경기도 연천군) 등으로 답사지를 옮겨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읽기를 마칠 무렵이면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속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같은 한국이 취해야 할 자세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