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덮친 부정시험 논란…AI가 촉발한 ‘정답 찾는 교육’의 종말 [권상집의 논전(論戰)]

21세기 AI 시대에 관리·평가 방식은 20세기에 머물러 있어  대학·기업, 인터뷰 등 다양한 측정 도구 활용해 ‘집단 천재성’ 강화해야

2025-11-23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연세대에서 대규모 시험 부정행위가 발생했다. 지난 10월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중간고사 과정에서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답안을 제출한 것이다. 해당 과목이 ‘자연어 처리와 챗GPT’로 알려지자 과목명에 맞게 학생들이 기술 변화에 적응했을 뿐인데, 시대에 뒤처진 학교와 교수가 문제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연세대가 유기정학을 검토하는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섰으나 서울대와 고려대에서도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이어졌다.

서울 유명 대학에서 AI 부정행위가 발생한 후 언론의 우려가 이어졌으나 이는 사실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 비대면 시험과 과제에서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답안을 제출하거나 리포트를 작성하는 건 이른바 ‘스카이(SKY)’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은 지 1년 만인 2023년, 미국의 대학생 90%가 챗GPT로 리포트를 작성하고 시험문제를 풀었다고 답변했다. 징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1월16일, 대통령과 재계 총수가 함께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매년 6만 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30만 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AI에 종속당한 대학생들을 뽑을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IT 기업 및 대기업에서는 AI 시대, 대학 졸업장은 더 이상 경쟁력을 입증하는 지표가 아니라고 말한다.

국가데이터처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고학력 20·30대 장기실업자는 3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3만6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13개월 만에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학력일수록 대기업을 선호하지만 대기업은 AI를 활용해 시험과 과제를 작성해온 지원자의 역량을 불신하는 분위기다. 위험한 시그널이다. 대학의 신뢰도가 하락하면 기업의 경쟁력도 무너진다.

ⓒChat GPT 생성이미지

“AI 검색으로 답 찾아내는 문제 출제가 문제”

2025년이라는 연도에 걸맞지 않게 국내 대학은 여전히 지식 습득과 정답을 고르는 방식에 교육의 초점을 집중해 변화의 패러다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학문 분야의 석학이 밤새 고민하며 작성한 논문을 AI는 10초 만에 요약하고 간략히 정리해 준다. 이런 시대에 단답형 주관식, 객관식, OX 문제로 학생을 평가하면서 AI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격노하는 교육 방식으로는 미래에 대처하지 못한다.

주요 대학에서 발생한 AI 부정행위 사태를 언론이 대서특필한 것과 달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타난 대학생과 직장인의 반응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는 분위기다. AI로 검색해 정답을 바로 찾아낼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얘기다. 이미 대학원생도 AI로 학술논문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논문을 작성, 교정하는 시대다. 정답 위주의 평가 방식은 글로벌 빅테크의 종족 지식(tribal knowledge·소수의 인재만 논의, 공유한 핵심 지식)에 종속될 뿐이다.

일자리가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에서도 AI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점점 축소되는 세상이다. 포드자동차의 CEO 짐 팔리는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사무직 근로자의 절반을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발언해 화제를 모았다. 대학생이 AI를 활용해 문제를 푼 것에 충격을 받기보다 AI를 활용해 문제를 고민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을 가르치고 육성해야 한다.

AI는 21세기 기술인데 지금도 국내 대학과 기업은 20세기 관리 및 평가 방식에 머물러 있다. 아이작 뉴턴과 프레드릭 테일러는 모든 세상은 원인과 결과로 해석된다며 결정론적 세계관을 내세웠으나 세상은 AI로 상징되는 정답이 없는 확률론적 세계관으로 빠르게 전환해 대체되고 있다. 대학은 시대 변화에 맞는 교육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기업은 통제가 아닌 자율성과 다양성 기반의 문화를 조성, 집단 천재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잠재력 키우는 실험적 사고 독려해야”

2025년 6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부서를 신설하며 IT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부서 명칭이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이었기 때문이다. 부서명에 걸맞게 S급 인재들이 합류한 이 부서의 목표는 최첨단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이다. 메타는 이를 위해 AI 분야의 핵심 인재를 대거 영입했고 오픈AI와 구글 역시 AI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CEO가 직접 헤드헌터로 뛰며 전방위 경쟁에 나섰다.

글로벌 빅테크가 꿈꾸는 목표는 패러다임의 전복이다. 빅테크는 생성형 AI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이끌고자 한다. 이들 기업이 만든 AI는 무엇을 학습하고 어떤 논리에 따라 추론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른바 천재들의 종족 지식으로 만든 최신 AI는 자신들의 알고리즘에 순종하고 순응하는 인간을 양산한다. 이런 시대인 만큼 대학과 기업도 변화해야 한다.

2014년 하버드대 린다 힐 교수 연구진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집단 천재성(Collective Genius)’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술 진화와 산업 융합의 시대에 요구되는 미래 인재의 역량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에서 ‘얼마나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추구하는가, 학습과 변화에 대해 열린 태도를 견지하는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과 기업이 육성해야 할 사항은 인재의 가능성, 잠재력이다.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AI는 확률적으로 사고하기에 인간처럼 직관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므로 대학은 AI가 5초 만에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기보다 다양한 가설을 테스트하고 대안을 검토하며 문제 해결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질문을 개발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해야 한다. 기업은 AI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측정 도구와 인터뷰로 인재를 발굴하고 집단 천재성을 조성해야 한다.

대학과 기업은 이제라도 정답이 아닌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험적 사고를 독려,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기업이 만든 종족 지식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