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결핵 치료 접근성, WHO 알고리즘 도입 시 두 배로 증가

국경없는의사회, ‘세계 폐 건강 회의’서 현장 연구 결과 공개 “정치적 의지 필요”

2025-11-20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국경없는의사회는 11월18일부터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세계 폐 건강 회의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치료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소아 결핵 진단에 적용하면 치료에 접근하는 아동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점수 기반 알고리즘은 실험실 검사 결과가 없거나 음성이라도 임상 증상과 영상 소견이 결핵을 시사하면 치료 결정을 돕도록 고안됐다.

국경없는의사회는 TACTiC 연구를 통해 2023년 8월~2025년 10월 우간다·니제르·나이지리아·기니·남수단 등 5개국에서 10세 미만 폐결핵 의심 아동 1846명을 대상으로 알고리즘을 시험했다. 중증 영양실조 아동과 HIV 감염 아동도 포함됐으며, 알고리즘은 대부분의 결핵 감염 아동을 정확히 식별했고 치료 시작 비율은 평균 두 배로 증가했다. 기니 지역 책임자인 안젤린 도레 전문의는 “WHO 알고리즘은 기침만으로 결핵 여부를 판단하던 기존 관행을 벗어나 다양한 임상 징후가 존재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조기 결핵 진단을 받은 아동과 아버지가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오른쪽)과 함께 앉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제공

 

2024년 전 세계에서 약 120만 명의 15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결핵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결핵은 치료할 수 있지만, 현재의 실험실 진단법은 성인 중심으로 설계돼 아동에서는 정확도가 낮고 객담 채취도 어려워 진단 누락이 자주 발생한다. WHO ‘세계 결핵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결핵에 걸린 아동의 43%가 진단받지 못해 치료에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WHO는 2022년 소아 결핵 지침을 개정하며, 엑스레이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치료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진단 과정에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많은 국가가 아직 이를 지침에 반영하지 않았고, 현장 의료기관에서도 적용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TACTiC 연구 책임자인 헬레나 후에르가 전문의는 “진단 도구 부족으로 여전히 많은 소아 결핵 환자가 진단에서 누락되고 있다”며 “WHO 치료 의사결정 알고리즘은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며, 도입 시 더 많은 아동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적 근거는 이미 마련됐으며,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실행하려는 정치적 의지”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 세계적 원조 축소로 결핵 환자의 진단·치료 공백이 확대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각국 정부와 국제 공여 기관에, 특히 취약한 아동 결핵 환자가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자금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TACTiC 프로젝트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추진하는 소아 결핵 치료 혁신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최신 WHO 권고안을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해 그 효과·실현 가능성·수용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고, 이를 글로벌 및 국가 차원에서 공식 도입하도록 촉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결핵 부담이 높고 국경없는의사회가 소아 결핵 치료를 제공하고 있는 12개국(아프가니스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기니, 모잠비크, 니제르,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소말리아, 남수단, 우간다)에서 시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