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론스타’ 최전방 공격수 한동훈…친윤 잔혹사에 新구심점 노린다

‘항소 포기’ 논란 키우며 ‘재기 기회’ 잡아…‘줄줄이 수사’ 친윤에 ‘반사이익’도 13일간 166개 SNS 글 올리며 ‘존재감’ 과시…“韓이 국민의힘 새 구명정” 호평 ‘당원 게시판’ 논란은 숙제…“이준석보다 韓이 더 싫다”는 배신자 프레임도 부담

2025-11-21     정윤경 기자

보수를 이끌 돌풍일까, 찻잔 속 태풍일까.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에 이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소송전에서 정부가 승소하면서 ‘검사 한동훈’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전국을 돌며 민심을 훑을 때보다 ‘주무대’인 검찰 문제에 목소리를 높일 때 더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사법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여권 내부 구심력이 약화한 틈을 타 한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신(新)구심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반등의 기세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공천 대상자로 ‘한동훈’이 아닌 ‘전한길’을 택했고, 당 지도부가 친한계를 정리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친한계가 당내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고, 더 많은 세력 확보도 아직은 요원하다는 점은 한 전 대표 입장에서 정치적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검찰청 모습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박정훈

한동훈, 장동혁·정청래 검색량 제쳤다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11월8일 0시, 이 한 줄로 ‘대장동 저격수’로서 포문을 열었다. 이후 11월20일 오전까지 13일간, 무려 166개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쏟아냈다. 하루 평균 13건꼴이다. 같은 기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올린 게시글은 단 7개다. 약 24배 차이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항소 포기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날엔 하루에만 20건의 글을 올렸다. 거의 1시간에 한 번꼴로 글을 게시한 셈이다.

특히 13년에 걸친 론스타와의 국제 소송에서 정부가 ‘완승’을 거두면서 한 전 대표의 존재감은 한층 더 부각됐다.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가 한국에 2억1650만 달러(약 2761억원)를 지급하라고 했을 때, 이에 맞서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당과 법조계의 회의적 시선에도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고 밀어붙였고, 결국 ICSID의 판단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한 전 대표가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 매각한 사건을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수사할 때 중수부 일원이기도 했다는 이력까지 재조명되면서 이번 승소가 한 전 대표에게 뚜렷한 ‘정치적 호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이 틈을 타 한 전 대표는 SNS, TV 방송, 라디오, 유튜브 등 모든 채널을 총동원하며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원외 인사’인 그에게는 이러한 소통 창구가 곧 유일한 정치 무대이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정성호·추미애·조국·박범계 등 전현직 법무부 장관들을 상대로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한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11월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왜 국민 편이 아니라 대장동 일당 편을 드느냐고 묻고 싶었다”며 “성남 시민은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었는데, 국민 편에 서야 할 법무부 장관 세 사람이 모두 대장동 일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 전 대표의 광폭 행보와 맞물려 그의 정치적 존재감도 눈에 띄게 커지는 모습이다. ‘네이버 데이터랩(최다 검색량 100 기준)’에 따르면,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을 정면 비판한 11월8일부터 19일까지 한 전 대표 검색량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단 한 차례도 밑돌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론스타 소송에서 완승한 11월18일에는 검색 지수 ‘100’을 기록하며 제1야당 대표(37)와 집권여당 대표(24)를 압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왼쪽 사진),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시사저널 박정훈

“친윤계는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

한 전 대표가 여권 내 ‘신(新)구심점’으로 부상하는 배경에는 국민의힘 내부의 급격한 권력 공백도 자리한다. 특히 ‘친윤계(親윤석열계)’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 기로에 서면서 기존 구심력이 급속히 약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원조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핵심 관계자)’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 기소됐다. 특검 제도 도입 이후 불체포 특권을 가진 현역 의원이 구속된 첫 사례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에서 당대표를 지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특검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이 김건희 여사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 배우자가 건넨 프랑스 명품 브랜드 ‘로저 비비에’ 클러치백(당시 시가 100만원대 초중반)이 발견되면서다. 김 의원은 “2023년 3월 당대표로 당선된 후 아내가 김 여사에게 클러치백 1개를 선물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예의 차원의 선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해당 선물이 단순한 ‘예우’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친윤계 핵심으로 평가받던 이철규 의원 역시 ‘가족 리스크’에 직면했다. 이 의원의 아들이 합성대마를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기로에 놓였고,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시절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로 지목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한때 당을 주름잡던 분들인데, 줄줄이 구속되거나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 안타깝다”면서 “솔직히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르겠다. 의원총회장에서도 잘 안 보인다”고 뒤숭숭한 당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힘이 핵심 인물들을 하나둘씩 잃는 사이 한 전 대표가 존재감을 키우자 그를 향한 정치권의 평가도 후해진 모습이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11월17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살아야 하기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방선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현 대표인) 장동혁은 선장 자격이 없다. 다른 선장을 모셔 와야 한다’며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행히 국민의힘은 한동훈이라는 구명정을 갖고 있다”고 한 전 대표를 호평했다.

조갑제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는 “최근 장동혁 대표가 ‘우리가 황교안입니다’라는 구호로 자폭했는데 국민의힘이 TF를 만들어서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을 팀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한 전 대표가 탈당을 안 한 만큼 임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페이스북 캡처 화면 ⓒ페이스북 캡처

‘론스타·대장동’ 호재, ‘당원 게시판’은 악재

다만 내년 지방선거까지 ‘검사 한동훈’을 넘어 ‘정치인 한동훈’으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더 확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야권 인사는 “한 전 대표가 당내에 뚜렷한 기반이 없어서 이번 항소 포기 사태를 계기로 일종의 여론전을 펼치며 정치적 공간을 열려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당 지도부는 한 전 대표와 협업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고, 지방선거가 6개월 넘게 남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검찰 이슈만으로 존재감을 이어가기엔 한계가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대장동’과 ‘론스타’가 한 전 대표에게 호재라면 여상원(국민의힘 윤리위원장)·박민영(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 논란은 악재에 가깝다. 임기를 두 달 남긴 여 위원장이 최근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당 안팎에서는 장동혁 대표가 윤리위를 재정비해 한 전 대표 측을 견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친한계(親한동훈)’ 인사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교체 배경으로 거론됐다. 여기에 박민영 대변인이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을 향해 ‘장애인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뒤 논란 끝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장 대표가 이를 반려하면서 당내에선 “박 대변인이 한동훈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장 대표가 그를 옹호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전 대표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당원 게시판’ 논란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인 나경원 의원은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필요하다면 한 전 대표도 차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선거는 공정한 규칙에 따라 각자 원하면 뛰게 하는 것”이라면서도 “당원 게시판 문제에 대한 진실은 밝혀야 한다”며 경선에서 당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당원 게시판 논란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게시판 논란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한 전 대표의 복귀 정당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역시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친한계 포용 문제에 대해 “사람을 끌어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잘못을 바로잡고 가느냐, 못 잡고 가느냐의 문제”라며 “당원들의 민심, 당심은 당원 게시판을 반드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 전 대표 관련 당원 게시판 논란을 겨냥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간 연대 가능성도 변수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이준석보다 한동훈이 더 싫다’는 분위기”라면서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쫓겨난 ‘피해자’라는 인식이라도 있지만 한 전 대표는 ‘당을 버렸다’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한 야권 인사는 “전통 지지층만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기 때문에 당내에서도 개혁 성향의 인물이 필요한데, 이준석 전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를 둘 다 안고 갈 수는 없다. 둘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데다 정치적 공간이 겹치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당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면 ‘한동훈’보다 ‘이준석’이라는 카드를 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