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치료 후 혈압, 너무 낮아도 위험

세브란스 연구, 뇌졸중 진료 지침 바꿨다…목표 혈압은 140~180mmHg

2025-11-20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남효석 교수 연구팀의 임상시험 결과가 미국심장학회(AHA)와 대한뇌졸중학회의 급성 뇌경색 진료 지침 개정을 끌어냈다. 급성 뇌경색은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로 가는 혈액과 산소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뇌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손상이 오래 지속되면 편마비나 언어장애 등 치명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가능한 한 빠르게 막힌 혈관을 다시 여는 치료가 예후를 결정한다. 특히 혈전이 크거나 주요 뇌혈관이 막힌 경우에는 동맥 안으로 미세 관(카테터)을 넣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혈관 재개통 치료(혈전제거술)가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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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치료 직후의 혈압 관리다. 막혀 있던 혈관이 다시 열리면 혈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뇌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미국·유럽 진료 지침은 혈전제거술 후 수축기 혈압을 180mmHg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해 왔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이보다 더 낮은 목표 혈압이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이 같은 의문을 검증하기 위해 남효석 교수팀은 2023년 동맥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급성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기존 가이드라인(수축기 180mmHg 미만)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140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한 경우, 환자의 예후가 나빠질 위험이 1.84배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미국의학회지(JAMA)에 발표됐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심장학회와 대한뇌졸중학회는 2025년 진료 지침에 ‘혈전제거술 후 수축기 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위험하다’는 내용을 새롭게 명시했다.

이번 개정은 오랫동안 임상의들 사이에서 논란이었던 ‘재개통 치료 후 혈압은 낮출수록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근거 수준이 높은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남효석 교수는 “동맥 혈관 재개통 치료를 시행하고 혈압을 과도하게 낮게 유지하면 위험하다고 밝힌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연구 결과가 진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이어졌다”며 “성공적인 재개통 치료 후 수축기 혈압 140mmHg 미만 유지가 위험하다고 나온 만큼 목표 수치는 140~180mmHg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