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두나무 합병 초읽기…‘개미 달래기’ 전략은

오는 27일 이해진·송치형 합병 공식 발표 나설 듯 주주 이탈 예상되는 두나무, 배당·청사진으로 막판 설득

2025-11-25     허인회 기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6월5일(현지시간) 네이버의 첫 해외 투자법인 ‘네이버 벤처스’ 설립을 앞두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네트워킹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간편결제 1위 사업자 네이버파이낸셜의 합병이 임박했다. 지난달 두 기업의 결합 추진 소식이 알려진 지 한 달여 만에 각 이사회에서 합병안을 의결하고 27일 공식 발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자리엔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나란히 참석할 전망이다. 관건은 ‘두나무 주주총회’다. 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주주들의 이탈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체 지분의 23%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결정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오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 안건을 상정·의결할 예정이다. 27일에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 제2사옥 ‘네이버 1784’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의 통합 방향과 전략적 비전을 직접 발표한다.

이번 합병은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두나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네이버파이낸셜 신주와 교환하는 형태다. 관심을 모았던 주식 교환 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3주를 부여하는 ‘1대 3’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시장에서 두나무 기업가치를 약 15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을 약 5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비율이다.

다만 시장 예상보다 교환 비율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두나무 주주들은 국내 단독 상장이나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비상장사인 두나무 지분을 매집해왔다. 하지만 두나무가 네이버 자회사로 편입되면 기대했던 상장 프리미엄은 사라진다.

실적을 고려하더라도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것이 두나무 주주들의 생각이다. 지난해 말 기준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매출은 각각 1조7315억원, 1조6437억원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순이익을 보면 두나무가 9837억원, 네이버파이낸셜이 약 1000억원으로 10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에 양사는 이사회 개최 막판까지 교환 비율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서 합병 안건이 의결되면 주주총회 특별결의와 정부의 규제와 심사 과정이 최종 합병의 마지막 관문이 된다.

현재 관건은 두나무 주주총회의 향방이다.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이뤄지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모회사 네이버가 지분 70%, 미래에셋그룹이 30%를 갖고 있다. 미래에셋 측이 반대해도 주총 통과는 가능하다. 당초 미래에셋 측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저평가됐다며 불만을 제기했지만, 일단 합병안에는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나무 쪽은 진통이 예상된다. 지분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25.5%),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13.1%) 등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은 38.6%다. 이어 주요 주주로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6%),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 하이브(2.5%) 등이 있다. 소액주주는 23.7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업비트 본사 모습 ⓒ연합뉴스

중복상장 피해 ‘나스닥’ 청사진 앞세울 듯

두나무 측은 일단 주요 주주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각기 이해관계는 다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같은 계열사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페이가 경쟁 관계라는 점에서 순순히 합병에 찬성할지는 미지수다. 우리기술투자·한화투자증권 등은 두나무 지분을 팔아 수익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특히 2021년 약 600억원을 투자하며 투자자로 합류했던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8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업계에선 두나무가 기관들의 대거 이탈을 막는 동시에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최대한 누그러뜨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주총 특별결의까지 필요한 지분은 약 28%다. 기관 반대에 개미들마저 이탈한다면 합병안 통과가 불투명하다.

이에 합병 전 특별배당 등의 당근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두나무는 올해 상반기 배당금으로 3000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더 나아가 나스닥 상장과 같은 청사진도 함께 제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업계에선 두 기업이 향후 나스닥 상장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네이버가 국내에 상장돼 있는 상황에서 중복상장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합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큰 그림으로 해석된다”며 “기존 두나무 주주들도 단독 상장보다 합병 후 글로벌 상장이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