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초선들 ‘계엄 사과’ 촉구에도…장동혁 “지금 말할 단계 아냐”

비상계엄 1주기 앞두고…김용태·정성국 등 잇따라 “계엄은 무모한 행동” 초선들, 지도부 ‘강경 행보’에 “투쟁도 중요하지만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중도 행보’ 요구에…장동혁 “지금 싸워야 하는 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2025-11-25     강윤서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경북 김천시 김천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농산물 가격 하락 및 냉해 피해 농민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1주기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식적인 사과의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당내 초선 의원들 사이에선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해 당 차원의 진정성 있는 반성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정부 총공세에 더 무게를 두려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25일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 행보가 필요하다’는 당내 일각의 우려에 대해 “민생과 헌정질서가 무너지는 걸 막지 못하고 정권을 가져오는 건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며 “정치하는 목적, 그 방향성이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지금 말씀 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 정권과 의회 폭거를 계속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라며 “당 대표 선거 전당대회에서도 우리가 제대로 싸워야 된다. 제대로 싸우는 게 혁신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헌정질서가 무너지고 있는데 제1 야당으로서, 보수 정당으로서 그에 대해서 입을 닫는다면 보수 정당의 존재 의의는 없다”며 “체제가 무너지는데 무너지는 체제를 지키는 것 보수 정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김용태·정성국·박정훈·박수민 “계엄 1년, 당연히 사과해야”

하지만 수도권과 부산 지역의 초선 의원들은 잇따라 지도부가 비상계엄 1주기를 맞아 다시 한 번 공식적인 사과와 반성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당 지도부가 강경 지지자들을 겨냥해 장외투쟁 등 강경 행보를 이어가는 데 대해선 ‘국민 눈높이’를 살펴야 한다는 우려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김용태 의원(경기 포천·가평)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계엄 사태에 대해 “다수 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군대를 동원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 보수정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불법적이고 무모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규명이 필요하다”라며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다. 12월3일을 기점으로 당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가 나와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의혹 국정조사 등 대여 투쟁도 중요하지만 국민의힘이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등 방안을 같이 내놓아야 많은 국민들이 귀를 기울여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부산 부산진갑 지역구를 둔 정성국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사과가 늦어지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믿지 않을 것”이라며 “‘본심은 따로 있는데 선거가 다가오니까 표 달라고 저러는구나’라는 (여론이) 고착화돼 버리면 그때 가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수 있다. 지금 빨리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진정성이 느껴지려면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며 ‘윤어게인’(윤석열 전 대통령 복귀 주장)이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과는 절연의 의미가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박정훈 의원(서울 송파갑) 역시 YTN 라디오에서 ‘계엄에 대한 사과 메시지는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말리는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이 큰 이벤트를 만들어서 계엄 문제를 부각시키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아니라) 다수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수는 계엄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선 “‘사과는 충분히 했다, 뭘 또 하느냐’고 생각하는데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다”며 “연말까지 이 문제를 잘 정리하고 지도부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을 지역구의 박수민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계엄과 관련해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라며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 계엄이 있었고, 거기서부터 비롯해 결국 탄핵과 정권을 잃었다. 이 역사적 사실 앞에서 누군가는 사과를 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