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환자, 집에서 맞는 주사치료 가능성 열렸다
“베돌리주맙 피하주사, 환자 71% 24주 유지…안전성 확인”
염증성 장질환(IBD) 환자들이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맞아야 했던 생물학제제 정맥주사를, 집에서 직접 투여하는 피하주사 방식으로 전환해도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병원 방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 염증이 반복되는 난치성 질환으로, 설사·혈변·복통·체중감소 등이 주요 증상이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며, 치료의 핵심은 염증이 가라앉은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환자는 안정적인 상태에서도 생물학제제를 정기적으로 맞아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생물학제제가 정맥주사 형태라는 점이다. 환자들은 1~2개월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질환이 다시 활성화될 위험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일부 약제가 가정에서도 투여 가능한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됐지만, 국내에서는 베돌리주맙 피하주사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사용이 활발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전유경 교수, 서울아산병원 황성욱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23~24년 두 병원에서 치료받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 101명을 대상으로 베돌리주맙 피하주사 전환 연구를 진행했다. 기존에 정맥주사를 맞던 환자들을 피하주사 형태로 바꿔 2주마다 투약하도록 하고, 24주간 지속 여부와 부작용을 살폈다.
연구 결과, 대상자의 71.3%가 24주 후에도 피하주사 치료를 유지했다. 주사 부위 가려움·통증 같은 국소 반응은 약 24%에서 나타났지만 대부분 경미했고, 전신 부작용은 2%로 드물었다. 다만 피하주사 전환 당시 스테로이드를 병용했거나, 정맥주사 단계에서 반응이 낮아 4주 간격으로 투약하던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은 중단 비율이 높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관해 상태에 도달한 환자들이 병원 방문 없이 집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임상적 근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유경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난치성·재발성 소화기 질환으로, 생물학제제가 개발되면서 치료 효과는 높아졌지만, 병원 방문 빈도가 높아 환자 부담이 크다”며 “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통해 상태를 안정시키고 난 뒤에는 피하주사로 전환해 가정에서 스스로 주사함으로써 일상생활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