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프로 농구, 삼성 굳히기냐 LG 되치기냐
  • 허진석(중앙일보 체육부 기자) ()
  • 승인 2001.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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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농구 2라운드 판도 분석/김승현 등 '루키 바람' 더 거셀 듯
프로 농구는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겨울철 실내 스포츠의 제왕이다. 1997년 시작해 올해는 여섯 번째 시즌이다. 지난 11월3일 개막한 올 시즌은 내년 3월14일 막을 내린다. 11월 말 정규 리그 1라운드가 끝나면서 원년의 기아 엔터프라이즈(현재 모비스 오토몬스)에 이어, 현대 걸리버스(현재 KCC 이지스)·SK 나이츠·삼성 썬더스로 이어져온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각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 겨울에 손에 땀을 쥐고 프로 농구를 보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응원할 팀을 정하고, 그 팀이 우승권에 다가가는가 지켜 보면 된다. 그러나 팀의 이름과 색깔이 바뀌고 전력이 바뀌었기 때문에 마땅한 팀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천상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기울여 보는 수밖에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은 '전력 평준화로 인해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 시즌 정규 리그-플레이오프 통합 챔피언인 삼성 썬더스의 2연속 우승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러 팀과 벌인 경기에서 무적을 구가하고,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 클럽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가장 먼저 전력을 다졌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LG 세이커스도 상위권으로 꼽혔다. 신인 가운데 최대어인 송영진을 받아들여 고질적인 골밑 열세를 커버했다는 자신감 때문에 세이커스의 김태환 감독도 굳이 우승 후보라는 평을 부인하지 않았다. 서장훈이 버티는 SK 나이츠 역시 우승 후보로 손색 없는 전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었다. 서장훈의 존재는 각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외국 선수를 1명 더 보유한 것과 같은 위력을 발휘한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반면 삼보 엑써스와 코리아텐더 푸르미는 가장 성적이 나쁠 것으로 예상되었다. 푸르미는 탁월한 골밑 플레이어 마이클 매덕스와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칼 보이드의 기량이 출중하지만, 국내 선수의 질과 양이 다른 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엑써스는 허 재· 김승기 등 국내 선수들의 노쇠와, 외국인 선수의 수준이 다른 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1라운드를 거치면서 각팀의 전력이 조금씩 드러났다. 결과는 놀라웠다. 32연패라는 최다 연패 기록을 보유한 동양 오리온스가 '동네북'의 굴레를 벗고 초반 7연승을 달렸다. 그런가 하면 만년 중위권 SK 빅스가 골밑 콤비 맥도웰과 얼 아이크의 제공권을 앞세워 선두 그룹에 합류했다.


반면 썬더스와 나이츠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두 차례 타이틀에 빛나는 이지스도 외국인 선수의 부상으로 꼴찌로 전락하는 수모까지 겪고 있다. 나이츠는 서장훈이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 계약 신분을 얻게 되어 팀 내 발언권이 확대되면서, 최인선 감독과의 마찰이 잦아져 시즌 내내 골치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FA 자격 얻는 서장훈, 감독과 '마찰'


그러나 시즌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카오스 이론의 '나비 효과'처럼 작은 변수가 리그 흐름에 변화를 일으키고 뜻밖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더구나 시범 경기 없이 리그가 시작되어 각팀이 아직 발톱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프로 농구 팀이 전력과 팀 컬러를 급격히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대략 네 가지다. 감독과 주전 선수를 바꾸거나 외국인 선수를 바꾸는 방법과, 대학 졸업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우수한 선수를 선발하는 방법이 있다. 전례를 보면 새내기 영입이 팀 분위기를 바꾸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난 시즌 썬더스는 골밑과 외곽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이규섭을 받아들여 우승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올 시즌 역시 신인 바람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시즌 프로에 뛰어든 신인 선수 18명 가운데 주전급으로 꼽히는 선수만 해도 네댓 명이나 된다.


주전 자리를 굳힌 세이커스의 송영진(198 cm)과 오리온스의 김승현(178), 푸르미의 전형수(180)는 일찌감치 신인상 후보로 꼽혔다. 특히 장신이면서 슛이 정확한 송영진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송영진은 지난해 중앙대를 대학 최강으로 이끈 대형 포워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김승현이 더 인기를 끌고있다. 송도고·동국대를 졸업한 김승현은 전체 3순위로 입단했지만, 실력만큼은 송영진 못지 않다. 그는 스피드·패스·시야·대담성 등 포인트 가드의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활약으로 동양은 단숨에 선두권에 올라섰다. 전형수는 당초 푸르미의 게임 리더로 기대를 모았지만, 포지션에 적응하지 못해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경험이 늘어나면 스피드와 슛·패스 감각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감독 가운데에는 삼성 썬더스의 김동광 감독(50)과 LG 세이커스의 김태환 감독(51)이 눈길을 끈다. 김동광 감독은 프로 농구 원년에 스타즈를 4강에 올려놓았고, 썬더스로 옮겨서는 팀을 매년 플레이오프 진출·4강 진출·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 시즌 돌풍의 주인공인 김태환 감독은 프로 농구 감독 가운데 유일하게 고졸 출신이다. 선일여고와 국민은행·중앙대 등 맡는 팀마다 정상으로 이끌어 우승 제조기로 불린다. 프로 농구에서도 괴력을 유감 없이 발휘해 지난 시즌 세이커스를 정규 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준우승시켰다. 두 김감독이 올해에 어떤 성적을 올릴지 두고 볼 일이다.


올해 프로 농구는 지난해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경기 수가 늘어났다. 한 라운드가 증가해 팀당 45경기씩 치렀던 것이 올 시즌에는 54경기가 되고, 전체 경기 수는 2백25경기에서 2백70경기로 불었다. 그러나 시즌 중 휴식일이 줄어 정규 리그는 지난해와 비슷한 3월14일 끝난다. 또 경기가 증가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진 점을 고려해, 쿼터 사이 휴식 시간을 90초에서 1백20초로 늘리고 작전 타임도 70초에서 90초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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