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 가래에 목 쉬면 폐암 위험 신호
  • 안은주 기자 (anjoo@e-sisa.co.kr)
  • 승인 2001.12.2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기 증상일 가능성, 정밀 진단 받아야…
담배 끊으면 80∼90% 예방
코미디언 이주일씨(61·본명 정주일)가 폐암과 싸우고 있다. 이씨는 지난 여름 오랫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아 종합 검진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기침이 심해지면서 호흡까지 곤란해지자 다시 검진했다. 이번에는 폐암이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이씨는 현재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폐암은 암 중에서도 가장 무섭다. 이씨의 경우처럼 느닷없이 발견되는 데다, 5년 생존율이 15% 대에 머무를 정도로 치료하기 힘들다.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폐암이 위암 사망률을 앞지르고 1위 자리에 올라섰다. 폐암 전문의들은 한국의 흡연 인구가 70% 이상이고 환경 오염이 심해지고 있어, 앞으로도 몇 년 동안 계속 폐암 환자가 늘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흡연자 폐암 발생률, 비흡연자의 64배


그러나 피해갈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안전 운전 습관이 교통사고율을 낮추듯 폐 건강을 지키는 습관이 폐암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폐를 건강하게 하면 다른 폐 질환도 줄일 수 있다. 폐의 건강 상태는 유전보다 환경이 더 크게 지배한다는 것이 현대 의학의 관점이다. 폐암이 유전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유전의 유력한 증거인 소아 암에서도 폐암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습관과 환경만 잘 조절하면 폐 질환을 비켜갈 수 있다.


폐 건강 지키기의 제1조는 '금연'이다. 유태우 교수(서울의대·가정의학)는 "담배를 끊는 것만으로도 모든 폐 질환의 60%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특히 간암을 예방하는 간염 예방주사의 '예방' 효과가 70∼80% 선인 데 비해 폐암을 예방으로 막을 수 있는 확률은 80∼90%이다. 한 가지 원인을 피함으로써 이 정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폐 질환만큼 예방이 쉬운 질병도 없다고 유교수는 덧붙였다.


폐암의 90%는 오로지 담배 때문에 생기며, 폐암 발생률을 64배나 높이는 것도 흡연이다. 또 담배만 안 피우면, 호흡 능력이 떨어져서 치명적인 증세로 발전하는 폐기종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심장병·암·중풍과 함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역시 81.5%가 담배 때문이다(미국 암협회 보고).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허파꽈리를 매달고 있는 기관지가 좁아진 병으로, 한번 나빠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담배를 끊어서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매년 3천여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20∼30대가 전체 환자의 40% 이상인 결핵과, 폐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폐렴 역시 흡연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담배를 끊은 지 2년만 지나면 폐는 비흡연자의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다.




금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폐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일이다. 폐암의 생존율이 낮은 까닭은 병을 뒤늦게 알아채기 때문이다. 폐암도 일찍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다. 1기는 수술 뒤 5년 생존율이 60∼70%이고, 2기는 50% 가량 된다. 김상철씨(56·가명)는 10년 전 폐암 진단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 2기에 발견해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고, 정기적으로 폐 검진을 받은 덕이다. 김씨는 "건강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해 빨리 치료할 수 있었으니 운이 좋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경우처럼 일반적인 건강 검진에서 폐암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건강 검진 때 실시하는 X-ray는 폐결핵과 같은 다른 폐 질환을 진단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폐암 초기 증세는 기침이나 가래가 나오고 목이 쉬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증세는 흡연자라면 늘 느끼는 것이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전문 진단 기술을 이용하면 초기에도 폐암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저용량 컴퓨터단층촬영(CT)이다. 이 진단법으로는 3mm 크기의 암도 찾아낼 수 있다. 폐암 크기가 1cm 이하면 치료받은 뒤 대부분 살 수 있기 때문에, 전문 진단 기술은 폐암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서울대병원·영동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몇몇 종합병원에서 '폐암 조기 진단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어, 앞으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유전되지 않지만 암 환자 가족 발병률 높아


연세의대 이두연 교수(영동세브란스 병원·흉부외과)는 "중년에 암에 걸린 가족이 있고 10년 넘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50대 이상이라면, 지금 당장 폐암 조기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폐암이 유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암에 잘 걸리는 '가족력'이 있으므로(발병 가능성이 최소 2배 정도 높다) 암 환자 가족은 긴장을 풀면 안된다는 것이다.


발암 물질을 배출하는 유해 환경을 멀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폐 건강을 지키는 한 방편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이 전원에 거주하는 사람에 비해 1.5배 정도 폐암 발병률이 높다는 결과가 있다. 특히 흡연과 공해는 서로 상승 효과를 낸다는 보고도 있다. 이두연 교수는 "자동차 배기 가스나 음식물이 탈 때 나는 연기 따위를 피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바른 식습관과 운동이 폐 건강의 자양분인 것은 물론이다. 암의 원인 가운데 40∼50%는 나쁜 식습관에서 나온다. 불규칙한 생활과 동물성 위주 식사는 몸의 저항력을 떨어뜨리므로 암 세포가 좋아한다. 또 심폐 기능을 높이는 운동(달리기나 자전거 타기)을 하면 폐가 건강해진다. 모든 병은 '약한 곳'을 치고 들어온다. 바른 식습관과 운동으로 평소 몸 안에 약한 곳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