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폭등’ 황금의 찬스
  • 기영노(스포츠평론가) ()
  • 승인 2002.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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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최고의 ‘선수 시장’…지단·피구 이어 오언·사비올라 ‘준비된 영웅
4년마다 찾아오는 초여름의 뜨거운 축제 월드컵은 언어와 국경, 인종과 종교, 이념과 나이를 초월해 지구촌 가족을 하나로 묶는다. 원시적인 전쟁의 영웅을 갈망하는 인간의 잠재 의식 속에서 월드컵은 필드의 영웅이자 스타들을 만들어 낸다. 당연히 스타에게는 명예뿐만 아니라 돈이 따르게 마련. 그래서 ‘8백60억원짜리 슈팅(지네딘 지단·프랑스)에 7백30억원짜리 드리블’(루이스 피구·포르투갈)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은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선수를 위한 대회였다. 마라도나는 1978년 칠레 월드컵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출전하지 못했고,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 출전해서는 2골을 넣었지만 아르헨티나가 2회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잉글랜드와 벌인 8강전에서 왼손으로 골을 넣어 ‘신의 손’으로 불렸는가 하면, 하프라인에서부터 잉글랜드 수비수 5명과 골키퍼까지 제치는 월드컵 사상 가장 화려한 골을 터뜨려 영웅으로 떠올랐다. 마라도나는 벨기에와 준결승전에서 2골을 넣어 득점왕이 유력했으나, 서독과의 결승전에서 득점왕 욕심을 버리고 어시스트에 주력해 팀을 두 번째로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았다.


마라도나는 멕시코 월드컵 이후 몸값이 폭등하여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인 70만 달러를 받고 이탈리아 나폴리팀으로 이적했다. 선수가 이적료의 30% 가량을 챙기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마라도나는 월드컵을 계기로 연봉을 포함해 30만 달러 가까이를 벌어들였다. 나폴리팀뿐만 아니라 나폴리 시도 축구 영웅 ‘마라도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당시 나폴리 시는 폼페이·나폴리 항구의 빼어난 경치와 더불어 마라도나를 3대 볼거리로 내세웠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독일의 로타르 마테우스가 절정의 순간을 맞았다. 1982년 스페인 대회부터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그에게 이탈리아 월드컵은 세 번째 대회였다. 마테우스는 독일팀의 리베로 역할을 하며 자로 잰 듯한 패스와 날카로운 돌파력으로 독일 팀 최다 골인 4골을 넣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독일 체육기자단은 독일팀을 월드컵 사상 세 번째 우승으로 이끈 마테우스를 그 해의 최우수선수로 뽑았다. 마테우스는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팀을 옮기지는 않았지만 소속 팀인 바이에른 뮌헨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연봉을 받기에 이르렀다. 마테우스는 이후 1994년 미국 월드컵,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까지 출전해 월드컵 본선 최다 경기 출전(25경기), 최다 시간 출전(1958분) 기록을 세운 뒤 2000년 11월 나이 마흔에 은퇴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1994년 미국 월드컵 무대를 발판으로 떠오른 선수는 불가리아(4위)의 스토이치코프 선수였다. 스토이치코프는 6골을 넣어 러시아의 살렌코 선수와 함께 득점왕에 올랐다. 살렌코는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무려 5골을 넣어 단 두 경기에서만 6골을 넣었다. 그러나 스토이치코프는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전까지 다섯 경기에서 착실하게 6골을 터뜨려 사실상 최고 골잡이로 인정받았다. 당시 불가리아 소피아 팀에서 활약하던 스토이치코프는 월드컵이 끝난 뒤 이탈리아·잉글랜드·독일·스페인 등 빅 리그 수십 개 팀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는 1997년에 일본 프로 축구 J리그 가시와 레이솔 팀에 최고 몸값을 받고 이적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홈팀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의 활약은 눈부셨다. 185cm, 78kg이라는 탄탄한 체격에 빠른 스피드와 환상적인 드리블, 정교한 패스는 ‘예술’로 평가되었다. 더구나 결승전에서 환상적인 헤딩슛으로 거함 브라질을 침몰시킨 모습은 지구촌 축구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국제축구연맹은 지단을 1998년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1996년부터 이탈리아 유벤투스 팀에서 활약하던 지단은 3년 후인 2001년 7월10일, 6천5백53만4천 달러(약 8백52억원)라는 지구촌 축구 선수 가운데 가장 비싼 몸값을 받고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지단은 연봉도 4년간 5백만 달러(약 65억원)로 역시 세계 최고이다.

그렇다면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선수는 누구일까?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22)은 준비된 스타다. 펠레는 오언을 “수비 2명을 붙여 놓아도 막기 어려운 선수이다”라고 평했다. 오언은 1998년 2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첫선을 보인 후 잉글랜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1일 독일과의 2002 한·일 월드컵 유럽 예선 경기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해 팀이 5 대 1로 대승을 거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언은 정확한 타이밍과 100m를 10초대 초반에 주파하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력, 탁월한 위치 선정이 돋보이는 선수다. 게다가 문전에서 번뜩이는 득점 감각과 찬스 포착이 탁월하다. 오언이 소속한 리버풀팀은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오언의 몸값이 폭등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 선수로는 이천수가 ‘스타 탄생’ 가능성


아르헨티나의 사비올라(20)는 2001 아르헨티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21세 이하)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다. 당시 사비올라는 아르헨티나의 리버플레이트 소속이었다가 대회가 끝난 후 2천2백만 달러(약 2백97억원)를 받고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 팀으로 이적했다.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은 디에고 마라도나를 능가하는 선수가 나왔다고 반기고 있다. 사비올라는 현란한 드리블과 폭발적인 골 결정력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적료 세계 랭킹 2위(5천6백만 달러)의 몸값으로 FC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긴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28)는 개최국인 한국과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만나게 되는 스타플레이어다. 상대 선수 3,4명을 순식간에 제치는 화려한 드리블, 수비진의 배후를 기습하는 칼날 패스, 스피드와 정확도를 겸비한 위력적인 프리킥 등이 거의 완벽하다. 피구는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몸값이 한 단계 더 뛸 선수임이 분명하다.


홈 팀 한국은 이천수 선수(21·고려대)가 눈에 띈다. 이천수는 한국 팀의 왼쪽 날개를 맡아 수비수 한두 명은 너끈히 제치는 드리블과 정확한 센터링으로 상대팀의 오른쪽 진영을 유린하며 세계 축구인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은 전세계 축구 선수들이 자신들의 몸값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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