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주니어’ 새 희망으로 ‘쑥쑥’
  • 오윤현 (noma@sisapress.com)
  • 승인 2002.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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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아들 차두리, ‘대선수’ 자질 보여…“전술 이해도 높이면 아버지 능가할 것”

지난 1월20일. 차범근 MBC 축구 해설위원은 북중미 골드컵 축구대회
한국과 미국 전을 해설하면서 한 선수가 실수를 하자 이렇게 말했다.
“주전 선수라면 저런 상황에서 센터링까지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시청자들은 따끔한 지적에 맞장구를 치면서도 슬며시 미소지었다. 그가
지적한 선수가 다름아닌 그의 ‘판박이’ 차두리 선수(22·고려대)였기
때문이다.



서너 차례 작은 실수를 했지만 차선수는 그 날 기대 이상의 기량을
선보였다. <스포츠 조선>은 별 5개 만점에 4개를 주어 골을 넣은
송종국 선수만큼 활약했다고 평가했고, <스포츠 서울>은 별 3개를
주어 부동의 주전 선수인 유상철·이천수보다 더 뛰어난 움직임을
보였다고 점수를 매겼다. 신문들은 장단점도 빼놓지 않았다. ‘스피드
이용한 강력한 슈팅과 센터링 통해 가능성 보여줌. 공간 돌파 투지도
좋음’(장점). ‘안정된 1차 볼 처리가 아쉬움. 후반 이후 집중력 떨어짐’(단점).


1월28일 새벽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도 차두리 선수는 지난날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경기 내내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를 선보였다.
그리고 뛰어난 돌파력과 투지로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비록 연장전
12분께 발에 쥐가 나 교체되었지만, 그는 국가대표 주전 선수로 손색이
없었다. 한국과 16강을 다툴 포르투갈과 폴란드 감독들은 그를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꼽기도 했다.


차선수의 의지 또한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오은미씨는
“두리는 태어나서 한번도 축구와 떨어져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축구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한다”라고 말했다.


차두리 선수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축구의 나라’ 독일에서 1980년에
태어나 네 살 때부터 축구를 했다. 그때부터 그는 모든 행동을 아버지를
따라했다. 독일 아이들과 동네 축구를 할 때도 반드시 <애국가>를
부른 뒤 시작했고, 경기가 끝나면 꼭 모의 인터뷰를 해야 했다. 1986년에는
‘아빠 따라하기’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발목 수술을 받고
붕대를 감은 아버지를 따라 다리에 칭칭 붕대를 감았다가 발에 쥐가
나 온 가족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독일·일본 프로 팀에서 스카우트 움직임


그 뒤 한국으로 돌아와 울산 현대중과 서울 배재중·고에서
선수 활동을 했지만, 그는 특별히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기량이
드러난 것은 아버지 뒤를 이어 고려대에 진학하고 나서부터였다. 키(183cm)와
몸무게(78kg)가 늘고 스피드(100m 주파 기록 11초7)가 빨라지면서 공을
잡는 횟수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그런 그를 두고 ‘개인기와 전술 이해도만
높아진다면 아버지를 능가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일본 프로 팀과 독일의 몇몇 팀이 차두리 선수를 탐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아빠 친구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주겠다며, 두리를
보내라고 권한다. 두리도 기회가 되면 가고 싶어한다”라고 오은미씨는
밝혔다. 덧붙여 그는 두리가 독일어를 잘하고 친구도 많아 적응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이나 일본으로 진출하기 앞서 그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어 한국을 16강이나 8강에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 일을 해내야 해외로 가는 길이 넓어지고, 어릴 때 했던 모의
인터뷰를 ‘실제 상황’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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