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이기면 16강 확률 70%”
  • 김주용 (러브월드컵닷컴 대표) ()
  • 승인 200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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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조 소속팀 전력 분석/ “약점 파고들어야 승산 있다”
얼마 전 다토 피터 벨라판 세계축구연맹 조정관은 한국의 월드컵 경기장을 둘러본 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만큼 월드컵 준비는 5월31일 개막식을 향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성큼 앞으로 다가온 2002 한·일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이번 호부터 매주 월드컵 관련 정보를 소개한다.



한 달 남짓 남은 월드컵 개막일을 앞두고 출전국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이 속한 D조도 평가전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거나, 상대팀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D조 최강으로 분석되는 포르투갈은 최근 강호 스페인(1 대 1 무승부)·핀란드(1 대 4 패)·브라질(1 대 1 무승부)과 평가전을 치렀다. 해볼 만한 상대로 꼽히는 미국은 이탈리아(0 대 1 패)·에콰도르(1 대 0 승)·독일(2 대 4 패)·멕시코(1 대 0 승)·아일랜드(1 대 2 패)와 잇달아 맞붙었다. 한국의 첫 상대인 폴란드는 북아일랜드(4 대 1 승)·일본(0 대 2 패)·루마니아(1 대 2 패)와 맞대결을 펼쳤다.





최근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적’들의 전력은 처음 예상한 것과 많이 달랐다. 한국이 1승 제물로 삼겠다던 미국은 상승세였고, 껄끄러운 상대로 평가되던 폴란드는 수비에 허점을 드러내 한번쯤 해볼 만한 상대로 여겨진다. 일부에서는 좋지 않은 성적을 올린 포르투갈도 ‘한번 해볼 만하다’라는 섣부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D조 팀들의 전력을 분석해 한국의 16강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에메 자케 씨(1998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우승시킨 전 프랑스 대표팀 감독)는 한국의 16강 해법을 묻는 필자에게 ‘폴란드 격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첫 상대인 폴란드를 이기면 16강 확률이 70% 정도가 된다고 덧붙였다.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폴란드의 전력은 그의 예상이 일리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폴란드는 홈 경기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일본과 루마니아 전에서 연패했다.


그렇다고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물렁하게 보다가는 큰코다친다. 해외 축구 전문가들은 최근 폴란드가 보여준 경기 내용을 진짜 실력이라고 보지 않는다. 폴란드 축구의 강점은 선수들 모두 뛰어난 신체를 바탕으로 90분간 종횡무진 뛰면서, 허리에서부터 강한 압박 축구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거칠고 투박한 축구를 구사한다고 볼 수 있지만, 조직력 하나만은 유럽에서 알아주는 강호이다. 그런데 계속된 평가전에서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왜일까.





폴란드전 초반부터 적극 공세 필요해


그것은 폴란드의 강점인 조직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팀의 주요 득점원인 올리사데베와 칼루즈니가 부진하자 팀 전체가 무기력해 보였다. 전체 수비 라인도 상당히 견고하다는 평이 있었지만, 평가전에서는 지역 방어에 연연한 나머지 배후에서 침투하는 공격수를 놓치는 장면을 자주 드러냈다. 그래서 한국이 공간을 넓게 활용하며 좌우 날개가 활발히 공격에 가담하면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닐 수도 있다.


홈팀의 이점도 폴란드를 꺾을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첫 경기인 만큼 양 팀 모두 부담을 안고 시작하겠지만, 아무래도 폴란드의 심리적인 중압감이 더욱 클 것이다. 한국이 이 점을 잘 활용해 초반부터 적극 공세를 펴면 의외로 쉽게 승리할 수도 있다. 폴란드가 루마니아와 일본에 내준 골들은 모두 공격수의 빠른 돌파에 수비 조직이 무너지며 나왔다. 빠른 좌우 측면 돌파력이 있는 한국 팀에게 이보다 더 좋은 ‘약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상대인 미국은 에콰도르와 멕시코에는 승리했지만, 이탈리아·독일·아일랜드에는 패해 유럽 팀에 약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호락호락한 팀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미국을 이긴 팀들은 모두 유럽의 강호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독일은 우승 후보이고, 아일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돌풍을 일으킬 팀으로 꼽힌다.


한국의 골문을 위협할 선수로는 단연 레이나가 꼽힌다. 잉글랜드 선덜랜드에서 활약하는 레이나는 유럽 무대에서 그 기량을 인정받는 스타이다. 레이나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진은 상당한 스피드를 자랑한다. 그러나 미국 팀에도 허점은 있다. 수비 라인이 느린 것이다. 한국 팀이 빠른 공격으로 일관한다면 의외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따라서 미드필드에서부터 압박 수비를 펼치고, 빼앗은 공을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하는 속공이 위협적인 공격 루트가 될 수 있다. 미국 수비의 핵심 선수들(아구스·레지스·라모사)이 서른 살을 넘긴 노장이라는 점도 한국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후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 피구 활동 반경 최소화해야


마지막 상대인 포르투갈은 역시 껄끄러운 상대이다. 국내 일부 언론은 경계 대상 1호인 피구만 막으면 승산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세리에 A 최강팀 인터밀란의 날개인 콘세이상, AC 밀란의 코스타·고메즈·파울레타 같은 선수들이 포함되면 가공할 파괴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두려운 상대인 것이다.


포르투갈 축구의 힘은 위에 말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미드필드 진용에서 나온다. ‘유럽의 브라질’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들은 화려한 개인기로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팀이 2 대 0으로 이긴 핀란드에 4 대 1로 진 것을 놓고 포르투갈을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이 ‘3골’ 차이가 포르투갈의 실제 실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주전들이 모두 빠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월드컵이라는 확실한 동기가 있는 6월에 우리가 만날 포르투갈은 분명히 핀란드와 싸우던 그 포르투갈이 아니다.


포르투갈은 롱패스보다 짧고 빠른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찾는다. 공격수는 상대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집중시킨 뒤, 빈 공간으로 파고드는 다른 공격수에게 교묘하게 공을 연결한다. 이것이 개인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포르투갈의 기본 공격 형태이다. 그런데 문제는 빈 공간에 침투하는 선수가 파울레타나 고메즈 같은 스트라이커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피구·코스타·파울레타를 막을 특별한 방법이 없다. 너무 빠르고, 개인기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혹시 코스타에게로 가는 패스를 1차로 차단하고, 피구를 밀착 방어해 그의 활동 반경을 최소화한다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한국 선수들이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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