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홈그라운드 덕 볼까
  • 손장환 (<중앙일보> 체육부 차장) ()
  • 승인 200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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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것이 알고 싶다’ 10문 10답
한국 축구는 지난 5월16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과연 그날의 당당함으로 숙원인 16강 진출을 달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6월3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우승할 팀은 어느 나라일까. 코앞으로 다가온 2002 한·일 월드컵에 관한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보았다.



한국은 폴란드를 이길 수 있을까, 없을까?
반반이다(정확히 말하면 40%).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네 번 출전해 4무10패를 기록했다. 그래서 폴란드를 첫 승 제물로 삼고자 한다. 그러나 폴란드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한 수 위다.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보여준 실력을 근거로 하는 말이다. 사실 비기기만 해도 성공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최근 평가전에서 폴란드는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스트라이커 올리사데베는 소속팀 감독과의 불화 때문인지 살이 쪄 굼떴다. 선수들도 전체적으로 느렸다.





홍명보는 골을 넣을 수 있을까?
가능성이 없다. 홍명보는 수비수인데도 한국 선수 가운데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가장 많이 넣었다. 1994 미국 월드컵 때 두 골을 넣었다. 박창선을 비롯한 공격수 최순호·허정무·김종부·황보관·서정원·황선홍은 모두 한 골씩을 넣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홍명보의 골을 기대하기 힘들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홍명보의 전진을 극도로 자제시킨다. 맡은 자리를 크게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지시했다. 즉 슈팅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뒤지고 있는 상태에서 막판 총공격이라면 혹시 모르지만….





히딩크 감독은 정말 명감독인가?
명감독이다. 지난 15개월 간의 모습을 보면 틀림없다. 그러나 성적으로 평가한다면 아직 뭐라 말할 수 없다. 여자 문제 때문에 입방아에 오르내렸지만, 훈련 과정이나 맥을 짚는 능력, 그리고 선수 통솔력은 세계 어느 감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올려 이미 명감독이라는 평을 얻었지만, 사실 한국 같은 약팀을 맡아 강팀으로 키울지는 미지수였다. 히딩크 감독은 처음 한국팀을 맡고 나서 “1년 반 동안 개인기를 키울 수는 없다. 체력만 보강한다면 한번 붙어볼 만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욕을 먹어 가면서 그 계획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이만하면 명감독 소리를 들을 만하지 않은가.






한국은 홈그라운드 이점을 톡톡히 볼 수 있을까?
있다. 그러나 한국 팀이 경기하는 부산·대구·인천 경기장은 모두 축구 전용 구장이 아니고 종합 경기장이다. 따라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은 상당히 감소할 것이다. 상대팀에게 미치는 응원 강도 측면에서 그렇다.



심판은 한국팀을 편들어줄까?
아니다. 기대하기 힘들다. 과거 월드컵에서는 분명 심판들이 개최국에 힘을 실어주었다. 지금까지 개최국 가운데 단 한 나라도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 적이 없다. 팀이 강하기도 했지만 심판의 덕을 본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보아도 심판이 월드컵 본선에서 장난을 치기란 불가능하다. 당시 심판들은 개최국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조별 리그 사우디아라비아전)과 마르셀 드사이(결승전)를 가차없이 퇴장시켰다. 그리고 중계 기술이 워낙 좋아져, 경기가 끝난 뒤에도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심판을 징계할 수도 있다.






할리우드 액션을 하면 중징계 당하나?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을 이끌어내기 위해 심판의 눈을 속이는 동작을 시뮬레이션 액션이라고 한다. 프랑스 월드컵에서 백태클(비하인드 태클)이 중점 징계 대상이었다면 이번에는 시뮬레이션 액션이다. 그동안 경기 비디오를 통해 심판이 선수들에게 많이 속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하석주 선수가 시범 케이스로 걸렸다. 이번에도 1차전 정도에서 시범 케이스로 퇴장당하는 선수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런 동작이 몸에 밴 선수는 순간적인 충동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프랑스는 2연패할까?
이번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이지만, 가능성은 적다. 대진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4년 전보다 전력이 더 강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험난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8강전에서 브라질을 만난다. 4년 전 결승전에서 3 대 0 완승을 거두었고, 브라질의 전력이 당시보다 약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낙승도 예상된다. 하지만 호나우두가 복귀한 브라질은 여전히 강력하다. 더구나 브라질이 4년 전 빚을 갚으려고 덤빈다면 힘든 승부가 될 것이다. 4강에서는 예상대로라면 또 다른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 만난다. 사실상 결승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티스투타는 세 대회 연속 해트트릭을 할 수 있을까?
있다. 지금까지 열여섯 번 열린 월드컵에서 두 대회 해트트릭을 한 선수는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유일하다. 바티스투타는 이번에도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의 최전방에서 골을 노린다. 골잡이 능력이 워낙 탁월하지만 뒤를 받치는 멤버도 쟁쟁하다. 비록 남미 예선에서는 다섯 경기에서 다섯 골에 그쳤지만 언제든지 몰아치기가 가능한 선수다. 그러나 잉글랜드·나이지리아·스웨덴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해 있어 이전 대회보다 가능성이 조금 작아지기는 했다.






득점왕의 여섯 골 기록은 깨질까?
가능성이 크다. 한 대회 최다 득점은 1958년 스웨덴 대회에서 프랑스의 퐁텐느가 기록한 열세 골이다. 1970년 멕시코 대회 때 서독의 게르트 뮐러가 열 골을 넣기도 했다. 그러나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때부터 1998년 프랑스 대회까지 여섯 차례나 여섯 골을 넣은 선수가 득점왕에 올랐다. 무려 20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다. 득점이 줄어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팀간 실력 차가 줄어들어 대량 득점이 사라진 데다, 압박 축구가 세계적인 추세가 되면서 선수들이 포지션에 구애되지 않고 슛을 날리기 때문이다.



득점왕은 보통 준결승까지 진출한 네 팀에서 나온다. 경기를 가장 많이 치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들 네 팀은 모두 일곱 경기를 치른다. 게임당 한 골이라면 기록을 깬다. 이번에 징크스가 깨질 가능성이 큰 것은 우승 후보들이 모두 공격적인 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아르헨티나·이탈리아는 모두 ‘킬러’ 본능을 가진 골잡이들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16강에 진출할까?
가능하다. 러시아·벨기에·튀니지와 한 조가 된 일본은 누구와도 붙어볼 만하다. 비슷한 전력이라면 홈그라운드 이점까지 있는 일본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내심 8강까지 바라보고 있다. 조 1위로 16강에 오른다면 C조 2위인 터키나 코스타리카도 해볼 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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