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젊은 축구’ 아직은 미완성
  • 손장환(<중앙일보>) 체육부 차장) ()
  • 승인 200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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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교체 이뤘지만 체력·전술·경험 부족
북한 축구팀이 9월7일 서울에 온다. 남북 통일축구대회를 위해서다. 곧이어 9월 말에는 부산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남녀 대표팀이 한국을 방문한다. 지금 북한 축구의 수준은 어디에 와 있을까?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 출전했던 북한 축구 대표팀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엔트리는 22명이었지만 북한 선수는 19명만 왔다. 부상이라든가 컨디션 문제로 다른 나라들은 1명이라도 더 데려가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3명이나 줄여서 온 사정이 궁금했다. 알아보니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북한이 경비를 줄이기 위해 기자와 정보부원을 선수단에 끼워 넣은 것이었다. 엔트리 22명의 숙식·체류 비용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모두 떠맡았기 때문이었다.


북한 선수들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교체 선수가 없어 허벅지에 붕대를 칭칭 감고 뛰었다. 한국과 마지막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은 후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0-3으로 완패했다. 그러나 한국과의 경기 하루 전 당시 윤명찬 북한 감독은 남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왕이면 동포가 월드컵에 나가는 게 좋지요”라고 말해 한국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정일 노발대발, 7년간 국제 대회 못 나가


그런데 바로 이 대회에서의 부진이 문제가 되어 북한 축구가 7년간 국제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당시 텔레비전을 통해 월드컵 예선을 지켜본 김정일 위원장이 노발대발해 “앞으로 실력을 키울 때까지 국제 대회에 나가지 말고 훈련만 하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오를 정도였던 북한 축구는 그 직후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리면서 세대 교체에 실패했다. 김정일이 정치 무대 전면에 등장하면서 축구를 다시 부흥시키려고 했으나 카타르에서의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북한 축구는 2년 전 다시 세대 교체를 단행하고 부흥의 시동을 걸었다. 젊은 선수가 주축이 되어서 지난해 중국 삼성배 4개국 대회에서 중국과 쿠웨이트를 승부차기로 꺾고 우승했고, 지난 2월 태국 킹스컵 대회에서는 싱가포르와 홈팀 태국을 꺾고 우승했다. 이번에 한국에 올 북한 대표팀은 그 때의 선수가 주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축구는 아직 강팀의 이미지를 주지는 못한다. 월드컵 직전 북한 선수를 한국 대표팀에 합류시키기 위해 북한 팀의 경기를 지켜본 축구인들에 따르면, 북한 선수들은 공에 대한 집착과 승리에 대한 의지는 강하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탓인지 전체적인 경기 운영은 미숙했다.




오랫동안 국제 무대에 출전하지 않아 압박 축구 등 세계적인 흐름과도 거리가 있다. 3-5-2나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지만 지역 방어보다는 대인 방어에 치중하고, 최전방과 최후방과의 거리가 많이 떨어지는 후진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격진에는 스피드가 좋은 전 철(20)과 득점력이 뛰어난 리금철(22)이 투톱으로 서며 수비는 리만철(24)이 주축이다. 와일드 카드로는 스트라이커 리창하, 왼쪽 날개 이창일, 미드필더 황영일이 거론된다.


북한에 성인 남자 축구팀은 현재 8개가 있다. 12개였는데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도 않고 성적도 내지 못해 8개로 줄었다. 이 중 인민무력부 소속인 ‘4·25체육단’, 안전부(경찰) 소속인 ‘압록강 체육단’과 ‘평양시 체육단’ ‘기관차 체육단’을 4대 체육단으로 부른다. 국내 대회 가운데 2월에 벌어지는 백두산상 경기대회, 4월의 만경대상 대회, 6월 보천보횃불상 대회, 10월 공화국선수권 대회가 큰 대회다. 공화국선수권 대회는 우리의 전국체전 격이다.


체육단에 소속된 선수들은 일하지 않고 운동만 하며, 급여도 일반 노동자보다 많이 받는다. 과거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차도 주고, 집도 주고, 영웅 칭호나 인민체육인 칭호도 부여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혜택을 받은 선수가 없다.


북한 축구는 전통적으로 체력은 강했으나 최근에는 체력에서도 강점이 없다. 정신력에 비해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일반인보다 잘 먹는다고는 하나 역시 먹는 것이 부실하고, 체계적인 체력 훈련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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