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장에 웬 매사냥꾼?
  • 김은남 기자 ()
  • 승인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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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옥∼고오옥∼” 박용순씨(47)가 휘파람에 가까운 날카로운 고음을 내자 송골매 한 마리가 눈 깜박할 사이에 날아와 주인 팔뚝 위에 앉았다. 박씨는 국내에 두 사람뿐인 매사냥 기능 보유자 중 한 사람이다(대전시 무형문화재 8호). 돌아가신 아버지를 따라 매사냥을 배웠는데, 열 살 무렵에 산에서 매를 ‘받았다’(매사냥꾼들은 매를 ‘잡았다’고 하지 않고 하늘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나이는 젊지만 매사냥 경력 35년. 그는 겨울마다 아내를 과부 아닌 과부로 만들곤 한다. 사냥을 앞두고 매와 한 방에 기거하면서 같이 먹고, 눈을 맞추고, 잘 때도 팔베개를 해 주며 온갖 정성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 겨울, 이렇게 길들인 매와 함께 박씨가 찾은 곳은 꿩이 날아다니는 야산이 아닌 KBS 대하 드라마 <무인시대>(2월8일 첫 방송) 촬영장이다. 고려 후기의 무인 집권기를 다루게 될 이 드라마에서 그는 당대 무인들이 ‘첩질보다 즐겼다는’ 매사냥 풍속을 되살리는 일에 대하여 자문에 응하고 있다.
“매사냥 클럽이 대중화한 일본과 달리 한국의 매사냥은 멸절 위기에 있다. 매사냥 종주국으로서 자부심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꺼이 드라마에 참여하게 됐다”라는 것이 박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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