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측정만 잘 해도 당뇨 OK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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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수 많을수록 합병증 발생률 ‘뚝’…신속·간편한 측정기도 계속 나와
이상식씨(44·회사원)는 당뇨병 때문에 몇 차례 사선을 넘나들었다. 혈당 부족으로 창졸간에 의식을 잃기도 하고, 소리 없이 찾아온 합병증 탓에 신장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다행히 침묵의 살인자를 물리쳤지만 요즘도 그는 자주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장 큰 공포는 언제 찾아올지 모를 합병증. 그는 그 무서움을 떨쳐내기 위해 식사 양을 조절하면서 틈만 나면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의 숱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났지만 아직 그가 모르는 것이 있다. 바로 혈당 측정의 중요성이다. 그는 자가 혈당 측정을 하루에 한 번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당뇨병 전문의 데이비드 A. 프라이스 박사에 따르면,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균형 있는 식사만큼이나 혈당 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프라이스 박사는 제1형 당뇨병(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당뇨) 환자가 혈당 관리를 잘하면 “실명이나 신경·신장 합병증에 걸릴 확률이 2분의 1 이하로 감소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의 23개 병원이 10년간(1991∼2000년) 제2형 당뇨병 환자 4천5백85명을 추적한 결과, 혈당 측정과 관리를 꾸준히 한 환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은 환자들보다 사망률이 21%나 낮았다. 또한 심근경색증·미세혈관증·단백뇨(콩팥 합병증) 같은 합병증에 걸릴 확률은 각각 16%·37%·34%나 낮았다.


혈당 관리의 효과는 제1형 당뇨병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미국의 한 연구소가 제1형 당뇨병 환자 1천4백41명을 6.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적어도 하루에 네 번 이상 혈당을 측정하면서 하루 3회 이상 인슐린 주사를 맞은 환자는 실명 가능성을 높이는 망막 합병증 발생률이 76%나 낮았다. 신부전증 같은 콩팥 합병증과 온몸의 신경이 손상되는 신경 합병증도 각각 56%와 60%까지 떨어졌다.


요즘 시중에는 혈당 관리에 도움을 주는 자가 혈당측정기들이 많이 나와 있다. 쓸 만한 혈당측정기는 통증이 별로 없고 정확성도 높다. 측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그다지 길지 않다. 과거에는 피를 뽑고 시험지로 흡수하고 판독하는 데 보통 15∼20초가 걸렸지만, 최근에 나온 원터치울트라(존앤드존슨메디컬)와 아큐첵액티브(로슈)는 불과 5초 만에 혈당치를 읽어낸다. 측정에 필요한 혈액량도 점점 줄고 있다. 원터치울트라는 혈액이 겨우 1㎕(㎕=100만분의 1ℓ)만 있으면 측정이 가능하다. 덕분에 손가락 끝이 아니라 팔에서 혈액을 채취해 측정할 수도 있다.


이들 혈당측정기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바로 꺼내어 혈당을 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시간·음식·운동·노동의 종류에 따라 자신의 혈당이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해, 거기에 맞는 당뇨병 관리 방법과 적절한 인슐린 투여량·식사량·운동량을 정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다.


“혈당측정기, 외국처럼 약국에서 팔아야”


그렇지만 아직 국내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측정기 사용은 그리 많지 않다.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예상 당뇨병 환자(4백70만명)의 12%(40만명)만이 혈당측정기를 갖고 있다. 또 갖고 있더라도 혈당 측정 횟수가 다른 나라 환자에 비해 현저히 낮다. 예컨대 미국 환자는 한 달에 평균 36회, 호주 환자는 21회 측정하는데 국내 환자는 8회만 측정하고 있다.


혈당측정기 보유 대수와 사용 빈도가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가장 큰 이유는 구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혈당측정기를 병원이나 의료기상사만 취급한다. 따라서 필요성을 느끼다가도 구입하기가 귀찮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한 혈당측정기 수입 업체 대표는 “한국도 미국처럼 혈당측정기를 약국이나 할인점에서 구입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혈압계와 마찬가지로 혈당측정기를 약국(61%)·우편 쇼핑(19%)·할인점(12%)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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