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전쟁은 MBC 하기 나름?
  • 민임동기 (미디어오늘 기자) (gom@mediatoday.co.kr)
  • 승인 2004.10.1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BS 사유화 문제 추가 공격하면 ‘2차전’ 가능성…SBS “맞대응 불가피”
MBC와 SBS의 ‘보도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쟁은 지난 10월11일 SBS가 <8시 뉴스>를 통해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MBC가 부동산 투기를 통해 천억 원에 가까운 이익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10월15일 MBC가 <뉴스 데스크>에서 4꼭지를 할애해 SBS 세습 경영과 족벌 체제 등을 집중 보도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SBS가 보도한 내용은 △MBC가 일산제작센터 건립과 관련해 10년 전 토지공사로부터 방송국 부지로 쓰는 것을 전제로 1만5천평을 분양받았지만, MBC가 실제 방송용으로 쓰게 되는 땅은 5천평뿐이며 △나머지 만평에는 당초 계약 내용과 달리 오피스텔과 상가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것이다.

“언론 개혁 차원에서 SBS와 대결하자”

SBS는 ‘MBC 일산제작센터 땅 투기 의혹 보도는 국감에서 거론된 내용을 논리적인 타당성을 갖고 보도한 것이며, 이 문제는 국감에서는 처음 제기된 의혹으로 기사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 보도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MBC는 SBS의 이번 보도가 명백한 의도를 가진 악의적 보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MBC는 일산제작센터 문제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처음 언급되기는 했지만 △이미 감사원의 사전 감사를 받았고 △고양시청 또한 ‘용도변경된 사실은 없다’고 밝힌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MBC는 SBS의 이런 공세적 태도 이면에 최근 열린우리당의 언론개혁 입법이 흐지부지되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전까지 눈치를 보며 위축되어 있던 SBS가 언론 개혁이 물 건너간 것을 보고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MBC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보도국 내부에서 기왕 시작된 ‘보도 전쟁’을 언론 개혁 차원으로 끌어올려 방송 사유화를 정면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언론 개혁 입법 무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MBC와 SBS 모두 추가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어, 양사의 보도 전쟁이 이후에도 계속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SBS 내부에서는 현재의 보도 전쟁 국면이 계속될 경우 그동안 진행되어 온 SBS 내부 개혁 일정이 그만큼 연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SBS의 한 기자는 “MBC와의 갈등 국면이 장기화할수록 SBS 내부 개혁 논의는 그만큼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이 논의를 이끌어온 주체들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지게 될 것이고, 추가 보도를 막았던 구성원들 또한 입지가 점점 줄어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MBC는 이번 보도 전쟁을 언론 개혁 차원으로 끌어올려 신문과 방송의 사유화 문제 등을 전면적으로 의제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이전투구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보도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 있는 상태다. 하지만 보도를 해야 한다는 ‘원칙’에 상당수 구성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MBC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SBS 관련 기사를 내보낼 것인지, 아니면 언론 개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인지 내부 논의 중이다.

이 때문에 양사의 보도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MBC가 언론 개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경우, 현재 지지부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언론 개혁 입법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사회적 의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SBS 또한 ‘MBC가 추가 보도를 할 경우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결국 MBC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양상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