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세계 1위는 시간 문제야”
  • 이종달 ( 골프 전문기자) ()
  • 승인 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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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올인해 황제 자리 내줘…골프에 올인하면 ‘복위’ 어렵지 않아
‘골프는 타이거 우즈’라는 등식이 아직까지 성립하는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기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참석하지 않은 대회는 B급으로 떨어졌다. 톱 랭커들도 세계 랭킹 1위는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우즈는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골프 황제’였다.

그러나 1년 사이 너무도 많은 것이 변했다. 우즈가 누리던 혜택은 비제이 싱(피지)이 차지했다. 세계 랭킹 1위, 상금왕, 시즌 9승, 시즌 상금 1천만 달러 돌파, 올해의 선수 등….

우즈는 사랑을 얻기 위해 잠시 그린을 떠났었다. 골프에 ‘올인’했던 우즈가 사랑에 ‘올인’해 엘렌 로데그렌(스웨덴)을 얻었다. 그러나 우즈는 사랑의 대가로 잃은 것이 너무나 많다. 그는 지난 10월5일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시즌 최종전으로 개막되어 나흘간 열린 투어챔피언십(총상금 6백만 달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를 맞는 투어의 분위기는 옛날과 사뭇 달랐다. 갤러리들은 그에게 일반 선수보다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뿐이었다. 호랑이가 ‘고양이’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프로암대회 때마다 자신이 차지하던 1번 홀 첫 번째 티샷은 이제 싱의 몫이 되었다. 우즈는 10번 홀로 밀려났다. 공식 인터뷰도 싱이 끝나기를 기다린 뒤에 해야 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도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한 번 해볼 만한 상대라며 달려들었다. 1년 전만 해도 우즈를 보면 ‘꼬리’를 내리던 선수들이 아니었던가. PGA투어를 호령하고 있는 싱도 그랬다. 세계 랭킹 2위인 어니 엘스(남아공)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우즈는 말한다. 세계 랭킹 1위에 복귀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우즈는 올 시즌 거의 놀면서도 PGA 상금 랭킹 4위를 달리고 있다. 우즈의 캐디인 스티브 윌리엄스도 최근 “우즈는 슬럼프가 아니라 스윙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결혼 등으로 투어를 소홀히 한 것은 사실이지만 슬럼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광고와 투어 흥행 ‘지존’ 자리 지켜

아무튼 우즈는 시즌 폐막 직전인 투어챔피언십을 통해 투어에 복귀했다. 따라서 올 시즌 그의 슬럼프 여부를 확인할 기회는 별로 없다. 11월18일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CC에서 열리는 던롭피닉스토너먼트가 올 시즌 참가하는 거의 마지막 공식 대회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올 시즌은 끝난 셈이다. 우즈는 오는 11월12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자선 골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다. 우즈의 스윙을 점검하는 일은 한국 팬의 몫이기도 하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우즈는 위엄을 되찾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우즈의 카리스마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투어 선수들은 그를 ‘새끼 호랑이’로 볼 것이다. 골프에서 상대 선수를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전처럼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선수로 재인식시켜, 상대방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제 남은 것은 옛날로 되돌아가는 것. 가장 가까이서 우즈를 보고 있는 캐디 윌리엄스가 말했듯 그는 어떻게 해야 골프 황제로 재등극할지 잘 알고 있다. 올 시즌 비록 싱에게 천하를 내주었지만 우즈는 아직도 PGA 투어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PGA 투어의 흥행을 위해서는 우즈가 참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텔레비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우즈는 필요하다. 우즈는 나이키를 비롯해 엑센추어·아메리칸익스프레스·뷰익·EA스포츠·<골프 다이제스트>·넷제트·태그호이어·TLC·업퍼데크·위티어스·야후스포츠·TV아사히 등 수많은 스폰서를 거느리고 있다.

우즈의 말대로 그는 불과 26세에 ‘골프는 타이거 우즈’라는 등식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작성된 각종 기록을 거의 모두 바꾸어 놓았다. 그러면서도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골프가 그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우즈. 그는 골프를 사랑하는 까닭을 “골프는 솔직하고 순수하고 정직하며 아첨에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골프는 코스와의 대결이 아니라 자신과의 대결이다. 골프는 속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즈에게 대충이란 없다. 우즈의 버릇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남들과 아주 다른 버릇은 아니다. 우즈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즈는 거의 매홀, 샷을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클럽의 그립을 수건으로 닦는다. 캐디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한다. 아주 좋은 버릇이다. 대충 거리만 파악되면 그저 볼을 치기에 바쁜 일반 아마추어와는 다르다.

또한 손에 땀이 찰 만한 날씨가 아닌데도 2∼3개 홀에 한 번씩 장갑을 바꾸어 낀다. 매번 새 장갑을 끼는 것이 아니라 끼었던 장갑으로 바꾸어 낀다. 또 퍼팅할 때만 장갑을 벗는 것이 아니다. 샷을 할 때만 장갑을 끼고 사용 후에는 바로 벗는다. 장갑을 낄 때는 오른손가락으로 침을 묻혀 왼손바닥에 바르는 특이한 버릇도 있다.

마지막으로 옷 입는 습관. 보통 첫날 1라운드는 상하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는다. 물론 모자 색깔도 검정색이다. 이틀째 2라운드는 회색 계통 옷에 흰색 모자. 3, 4라운드 쪽으로 가면서 옷 색깔은 붉은색 계통으로 변한다. 3라운드는 검은색 하의에 자주색 계통 상의, 검은색 모자로 코디네이트한다. 대회 마지막 날 특이한 점은 우승 가능성이 있을 때는 100% 붉은색 계통의 상의를 입고 나온다. 우즈가 언제 어느 대회에서 붉은색 계통의 상의를 입고 트로피를 높게 치켜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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