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중독자의 파티 퍼포먼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4.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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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미술대학을 나와, 다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지만 풋내기 작가 낸시 랭(26)을 부르는 곳은 없었다. 그녀가 관객과 만나게 될 날은 너무도 아득해 보였다.

조바심이 난 그녀는 관객들을 찾아 나섰다. 부르지 않은 잔칫집에 가서 스스로 멍석을 폈다. 베니스비엔날레에 가서 비키니 퍼포먼스를 펼친 그녀는 내친 김에 현대미술 1번지인 뉴욕에 가서 거리의 작가로 활동했다. 타임스퀘어와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그녀는 ‘스타가 되고 싶다’는 주제로 퍼포먼스를 펼쳤다. 살 길을 부지런히 찾아 나선 그녀에게 마침내 길이 열렸다.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그녀를 독특한 방식으로 한국적 팝아트 작업을 하는 유망 작가로 지목하고 정식 초청했다.

낸시 랭의 대표 작품은 명품 철갑을 두른 기생의 모습을 그린 <터부 요기니>다. 잔다르크를 연상시키는 <터부 요기니>는 소비자본시대의 아이콘이다. 소비를 통해 자아를 확장하는 현대 여성의 욕망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명품을 두르고 자신감을 얻는, 지독한 명품중독자인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난 11월20일, 그녀는 청담동의 한 클럽에서 새로운 개념의 전시회를 열었다. 파티와 작품전시회를 결합한 것이다. 파티장에서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담은 <업 타운 걸>이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녀는 모델 대회에서 선발된 남성 모델들을 초청해 옷을 벗겨 관객들에게 내보였다. 그녀와 똑같은 욕망을 지닌 여성 관객들은 괴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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