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키워낸 ‘지상 최대 경쟁력’
  • 케언즈·이문재 기자 (moon@sisapress.com)
  • 승인 2004.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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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케언즈의 세계적 관광상품, 열대우림과 대보초 ‘에코 투어’
그곳에 가면 걸음걸이가 느려진다. 크고 넓고 맑고 깨끗한 숲과 바다. 사람이며 집, 마을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다. 도심에서도 야자수보다 높은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칠 일이 없다. 하루가 반 나절 이상 늘어나고, 시야가 갑자기 넓어진 것 같다. 호주 대륙 동북부를 차지하고 있는 퀸스랜드 주에서도 다시 동북쪽으로 올라가 있는 휴양 도시 케언즈. 인구가 채 10만 명이 안 되는 이 해안 도시를 찾는 관광객이 한 해 1백만명에 달한다. 퀸즈랜드 주의 지난 한 해 관광 수입은 12조원이 넘는다.

케언즈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바다, 즉 산호해이고, 등을 돌리면 열대우림이다. 산호해의 척추가 바로 대보초(大堡礁)이다. 약 2천km에 이르는 이 지역은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이자, 면적이 가장 넓은 세계문화유산이다.

열대우림도 1998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케언즈 북쪽 쿡타운에서 케언즈 남쪽 타운스빌에 이르기까지 해안을 따라 5백km가 이어져 있다. 이 열대우림의 전체 면적은 약 90만 평방 헥타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우림으로 무려 4억1천5백만년 동안의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퀸스랜드 주 정부는 1997년 대보초와 열대우림을 두 축으로 하는 에코 투어 정책을 세웠다. 퀸스랜드 관광청에 따르면, 에코 투어는 ‘우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관광 관리 시스템’이다. 주 정부는 1990년대 후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보초와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과 지역 시민단체, 소비자 등과 머리를 맞대고 ‘생태학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발전(개발)’ 계획을 세웠다.
‘느림의 미학’ 체험할 수 있는 환상의 공간

퀸스랜드의 에코 투어는 그린 아일랜드와 스카이레일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린 아일랜드는 케언즈 항구에서 동남쪽으로 30km 떨어진 대보초 지역에 있는 섬으로 원래 무인도였다. 1993년 일본 기업이 개발에 들어갔는데, 호주 당국의 법적 제재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호텔이나 음식점 등 건물은 섬의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아야 했다. 건물들은 지어졌다기보다, 나무들 사이에 ‘심어진’ 격이었다. 운영과 관리도 엄격하다. 섬 안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전량 압축 냉장했다가 육지로 반출해야 하며, 하루 방문객도 2천명을 넘을 수 없다.

1995년에 완공된 스카이 레일 역시 에코 투어의 세계적 모델로 꼽힌다. 1987년에 개발안이 마련된 이후 6년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1994년 착공했는데, 공사 과정 역시 남달랐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대우림 체험’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스카이레일측은 케이블 지지대(케이블 타워) 36개를 헬리콥터로 공수했다. 공사용 도로를 내면 열대우림을 해치기 때문이었다.
총연장 7.5km.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 카 노선인 스카이레일은 쿠란다 역에서 출발해 레드픽이나 배런 폭포에 내리면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며 열대우림의 심장부로 들어갈 수 있다.

산호초 3백50여 종과 열대어 2천여 종이 살아 있는 대보초는 물론, 3천년 이상 생존해온 나무가 있는 열대우림 곳곳에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린 아일랜드 주변에서는 스킨 스쿠버를 비롯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열대우림에서는 수륙양용차를 타고 생태계를 직접 관찰하거나 호주 원주민들의 전통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스카이 다이빙을 할 수도 있고, 열기구를 탈 수도 있다. 골프장과 승마장도 있고, 래프팅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케언즈 여행의 진수는 ‘에코’에 있다. 성난 듯 솟아 있는 열대우림과 자기 속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대보초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아니 잊고 있는 자연 혹은 원시와 만나볼 일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에 대해 폐쇄적이었던 케언즈가 최근 문을 활짝 열었다. 외환위기 이후 끊겼던 직항로가 이번 12월부터 다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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