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음악 시장부터 제대로 키워야 한다
  • 곽동수 (한국싸이버대학 교수) ()
  • 승인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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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저작권법 둘러싼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1월17일부터 발효된 새로운 저작권법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네티즌들은 사법기관이 저작권자의 파수꾼 노릇을 할 셈이냐며 흥분하고, 음반업계는 정당한 권리 행사라며 지나친 반응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주무 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새 저작권법에 대한 오해가 크다.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저작권이 명확하지 않은 음악 파일을 올려놓는 것은 이전부터 불법이었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저작권을 침해한 자에 대해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하는 저작권법.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지 짚어보자.

저작권법은 창작물을 만든 사람을 보호하고 창작 의욕을 높일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음악·영화·책·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는 다양한 종류의 창작물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창작물 복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불법이었다. 그렇지만 그 불법은 꽤 오랫동안 묵인되어 왔다. 책을 통째로 복사하거나 레코드판에 담긴 노래를 카세트 테이프에 옮기는 경우처럼, 디지털이 활성화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복제된 저작물들은 원본과 비교해 품질 면에서 한참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제된 저작물들은 대부분 개인적인 목적이나 비영리 용도로 사용되었다.

문제가 복잡해진 것은 CD가 등장한 이후였다. 디지털 기술로 원본과 동일한 품질의 복제품이 등장하고, 그것이 불법 경로를 통해 상업적으로 유통되자, 저작권자들은 더 이상 불법 저작물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불법 복제된 CD나 DVD 판매가 정품 판매에 큰 타격을 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MP3 파일을 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소리바다가 등장했고, 내려받지 않고서도 원하는 노래를 골라 들을 수 있는 벅스뮤직이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또 개인들이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P2P가 빠르고 효과적으로 음반 및 동영상을 교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사정이 이렇게 급변하자 급기야 음반업계는 법 개정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음악 파일 전송권 가수·연주자에까지 확대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온라인에서 음악 파일을 제공하는 행위인 ‘전송권’을 저작 인접권자인 가수와 연주자, 음반제작자에게까지 확대했다. 기존 법에서는 저작권자인 작곡가와 작사가에게만 전송권을 인정했다.

따지고 보면, 이전까지 합법이었던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도 아니고, 단속 근거 역시 예전부터 있던 것이어서 그다지 큰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으며 해결책을 찾는 대신 음반업계는 사뭇 감정적으로 ‘음악을 훔치지 말라’는 식의 주장만 반복했고, 그 결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다.
불법 복제는 비단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의 영향권에 든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나라의 변화가 유독 커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문화를 즐기는 특성이 다른 나라 국민들과 달리 참여 욕구가 높기 때문이다. 요즘은 콘서트 공연 문화를 즐기는 인구가 많이 늘어났지만, 한국인들은 부담 없는 가격에 자신이 마이크 잡고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것을 더 선호한다.

인터넷 문화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누군가가 올려놓은 정보나 보며 수동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보다, 자기가 직접 글이나 음악을 올리면서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좋은 글과 사진을 발견하면 자기가 활동하는 사이트로 퍼나르며 이슈를 만들기도 했던 한국의 인터넷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처럼 빠르게 성장해 왔다.

예컨대 ‘가족만큼이나 가깝게 느끼게 된’ 친구들이 모여 있는 동호회나 카페에 자신이 좋아하는, 그렇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CD를 컴퓨터에 넣고, MP3로 변환하고, 인터넷에 올리고, 배경 음악으로 듣는 데 필요한 컴퓨터 코드를 게시물에 넣어놓는 작업을 거치면 많은 이들이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인터넷 문화가 급진전하는 사이 사실상 음반업계와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만약 네티즌들이 이같은 수준에 오기 전에 대안을 마련해 저렴한 가격에 합법적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며, 꾸준한 홍보를 통해 저작권 캠페인을 펼쳤다면 상황은 바뀌었을지 모른다.

일부에서는 이번 법 개정으로 지금까지 공짜로 이용하던 음악 등의 저작물을 돈을 내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네티즌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폄하한다. 또 일부에서는 저작권자들의 땀과 노력을 인정하고 이를 적절히 보호해야만 더 좋은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며 네티즌을 점잖게 꾸짖는다. 하지만 이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탁상공론 그치고 캠페인부터”

이유는 많다. 우선 음악 소비자인 네티즌들을 잠재적인 저작권 침해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국내 온라인 음악 시장은 초기 상태에 머물러 있다. 큰 유통 시장도 없고 사실상의 표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업체들은 그저 수익이 늘어날 것을 기대할 뿐이다. 당국은 온라인 음악 시장의 존폐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는 이번 개정안을 ‘법대로 적용할 것’이라며 단속할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부터 온라인 음악 시장을 일구기 시작해야 한다. 네티즌들을 몰아세우며 공포에 떨게 만드는 대신 제대로 된 캠페인을 통해 공감과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작권은 정당한 권리인 만큼 네티즌들 스스로가 한 잘못에 책임을 지라는 식의 통보는 그만두어야 한다.

갑작스런 자동차 정지선 단속 소식에 자로 잰 듯 정지선을 지키며 섰던 뉴스를 기억하는 분이라면, 이런 식의 엄포성 법 집행의 효과가 얼마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바쁜 시간을 쪼개면서 인터넷으로 삶의 갈증을 해결하던 네티즌들은 바로 우리의 이웃이며 자녀이고 동료이다. 이들에게 올바른 방법을 가르치려 한다면 일벌백계 식의 엄벌 조처로는 안된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차근차근 바꾸어 가야 침체한 음악 시장도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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