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발 동작에 취하게 만드는 인도 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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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는 학교에서 인도 전통 춤 가운데 하나인 ‘카탁 댄스’를 배웠다. 그 춤을 배울 무렵, 지민이는 춤 공연을 보러 가자며 졸랐다. 적당한 춤 공연을 찾고 있을 때, ‘아니타 라트남’이라는 인도 남부의 유명 댄서 공연이 뱅갈로르에서 열렸다. 이 댄서는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도 공연한 바 있는 인도 남부 댄스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인도에 있는 동안 경험 삼아 전통 춤 공연을 한번 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었지만, 대개의 춤 공연이 그렇듯 나는 인도 춤 공연도 지루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러나 막상 공연장에 가보니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춤만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일종의 연극과 같았다.

그날 공연은 인도 신 가운데 하나인 가네샤의 이야기를 극으로 엮어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시바 신과 파르바티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가네샤가 왜 목이 잘리고 코끼리 두상을 가지고 다시 살아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극으로 엮은 것이었다. 아니타 라트남이 주인공과 해설자 역을 하면서 극 전체를 이끌어 갔다.

요가에서 볼 수 있는 기이한 동작과 역동적인 손 사위와 발 사위가(인도의 춤은 본래 이야기나 신화를 보여주기 위해 손과 손가락 사위가 적어도 4천가지나 된다고 한다) 압권이었다. ‘카탁 댄스’는 본래 손사위보다 발놀림이 화려한 춤으로 유명하다. 특히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현란한 발놀림은 ‘탭댄서’가 울고 갈 정도다. 카탁은 무굴의 귀족들이 사원 춤을 궁정에서 즐기기 위한 춤으로 변환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발끝으로 현란하게 맴도는 동작은 아주 감각적이다.

여기에 종과 방울, 우리나라의 징처럼 생긴 인도 전통 악기, 북, 놋사발처럼 생긴 악기들로 연출한 음악과 댄서들의 표정 연기가 한데 어우러져 아주 훌륭한 극을 완성했다. 손과 눈, 몸을 움직이면서 표현하는 ‘무언의 드라마’에 음악까지 곁들여져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게 만들었다.

공연 보는 내내 ‘춤 공연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하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지민이도 ‘재밌다, 재밌다, 야, 춤 잘 춘다’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한 시간짜리 공연이었는데 우리 둘 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말 재미있게 관람했다.

인도를 대표하는 춤은 카탁 외에도 바랏 나트얌, 카다깔리 등이 있다. 바랏 나트얌은 방울로 된 발목걸이를 한 발과 손으로 현란하게 움직이는 춤이다. 무용수가 자신의 몸을 신께 바치는 의식에서 비롯한 춤이라고 한다. ‘춤의 연극’이라 불리는 카타깔리는 케랄라주에 뿌리를 두고 있는 춤인데, 천연의 재료들을 사용해 과장된 분장을 하는 공연 전 과정이 흥미롭다. 인도의 춤들은 사원에 소속된 무용수에 의해 사원에서 치러지는 의식의 일환으로 행해졌던 것이 체계화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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