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온라인, 시민운동과 만나다
  • 민경배(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 ()
  • 승인 200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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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싸이월드 등 NGO와 네티즌 연결 창구 속속 개설

 
시민단체(NGO)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간에 아름다운 만남이 준비되고 있다. 네티즌이 각종 NGO 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기부 등을 통해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가 주요 포털 사이트 공간에 마련될 예정이다.

가장 앞장선 곳은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를 통해 국내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로 입지를 굳힌 싸이월드는 지난 3월7~16일 사회공익단체 모집을 마쳤다. ‘사이좋은 세상, 사이좋은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이 사업은 NGO들에게 미니홈피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싸이월드 회원들을 대상으로 후원금을 모금해 참여 단체들을 지원한다. 또 싸이월드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싸이 1촌 봉사단’을 결성해 참여 단체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연결해 준다. 이러한 직접 지원 이외에도 NGO들이 얻는 효과는 적지 않다. 우선 미니홈피를 기반으로 해 네티즌과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고, NGO 활동에 대한 온라인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NGO의 호응은 매우 높아 이미 100여 단체가 신청했다. 싸이월드 담당자는 “처음에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10개 내외의 단체만 선정해 집중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생각보다 높은 호응에 힘입어 가급적 신청한 단체들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들 신청 단체들을 묶은 공익단체 페이지가 상반기에 싸이월드 홈페이지 내에 별도로 만들어진다. 이후에는 따로 공모 기간을 거치지 않고 참여를 원하는 단체들의 미니홈피를 상시 개설해 주는 식으로 지원 대상을 확장하게 된다. 특히 지원 대상의 성격도 복지단체나 봉사단체에 초점을 맞추었던 당초의 계획을 수정해 각종 사회운동 단체로 그 영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다음 등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들도 이와 유사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통해 NGO와 네티즌을 연결하고 검색 엔진을 통해 참여 단체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개별 포털 사이트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서비스가 검토되고 있는 중이다. 네티즌이 많이 이용하는 주요 포털 사이트들이 이러한 공익  사업에 적극 나설 경우 단 한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NGO들에게 실질 도움을 줄 수 있음은 물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시민 참여 문화나 기부 문화를 확산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리라 전망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NGO와 기업의 공익 활동은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한 채 각자 개별 차원에서 진행되어 온 경향이 있었다. 경제적 처지가 열악한 대다수 NGO들은 기업의 후원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거나 아니면 이와 반대로 기업과의 제휴 자체를 아예 금기시하는 양극단의 정서가 팽배했다. 또한 기업의 독자적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해서도 대부분 물량 위주의 단발성 지원 행사에 그치는 생색 내기 식의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구상하고 있는 사회 공헌 모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이 네티즌들의 공익 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매개자로 새롭게 자리매김한다는 점에서 NGO와 기업 간에 건전한 협력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천편일률적인 물량 위주 지원으로부터 벗어나 개별 기업의 고유한 사업 영역과 특성을 공익 사업에 접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 한 차원 향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NGO 처지에서도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동안 네티즌이 보여준 왕성한 에너지를 어떻게 사회 참여의 영역으로 승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많은 NGO의 중요한 숙제였다. NGO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만남은 이러한 숙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첫걸음인 셈이다. NGO의 사이트로 네티즌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이미 낡은 전략이다. 네티즌으로 항상 북적거리는 포털 사이트로 직접 찾아가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새로운 시도는 지금까지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NGO의 오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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