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경영 간섭 너무하다”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5.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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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수세에서 공세로 급선회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금융권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최대 주주 예금보험공사(예보)를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황회장은 3월24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금융지주는 국유국영(國有國營)이 아니라 국유민영(國有民營) 형태로 경영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회장이 토로하는 가장 큰 불만은 경영간섭이다. 예보는 우리금융지주의 급여와 인사 권한을 틀어쥐고 있다. 황회장이 최고 경영자라고 하지만 경영권 행사와 관련한 핵심 사안에 대한 권한이 없는 셈이다. 황회장은 성과평가 보수를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이라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예보 임원이 성과평가 보수까지 일일이 책정한다면 최고 경영자가 조직을 이끌어갈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황회장은 또 예보가 뽑은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3월2일 부여한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 25만주를 포기해야 했다. 예보가 우리금융지주 임직원에게 주식매입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예보는 ‘공적자금 투입 은행에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주장하며 3월28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대학 동기동창인 최장봉 예보사장이 3월16일 “황회장이 (스톡옵션을) 자진 반납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라고 언급하자 황회장은 고심 끝에 스톡옵션을 포기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세에 몰리던 황회장이 공세로 돌아섰다. 더 이상 몰리면 ‘얼굴마담’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듯하다. 또 우리금융지주는 황회장 취임 첫 해인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9천9백67억 원을 달성해 은행권 사상 최고의 경영실적도 거두었다. 이 정도 경영 성과라면 큰 소리칠만하지 않겠냐는 심리도 작용한 듯하다. 아무리 최대 주주라고 하더라도 사상 최고의 경영 성과를 낸 최고 경영자를 내쫓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황회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국제금융전문가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 삼성증권 사장을 거쳐 지난해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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