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 미사일 공격 못한다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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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기술 수준 낮고 발사장 없어 가능성 희박
 
북한이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발사체, 즉 유도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 핵의 국제적 성격을 분명히 말해준다. 1975년 북한이 한국의 백곰 미사일(나이키 허큘리스급 지대지 미사일을 모방한 것임) 개발에 자극받아 유도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을 때(북한 최초의 유도 미사일은 옛 소련의 스커드B형을 개량한 화성5호로, 1984년 이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만 해도, 북한 미사일은 미국에서 볼 때 ‘장난감’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뒤 한국의 미사일 기술이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받아 제자리걸음하는 사이 ,북한의 미사일 수준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화성5호 개발에 고무된 북한은 내친 김에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 화성5호에 비해 탄두 탑재 능력은 줄고 사정 거리는 길어진 화성6호 개발에 성공했다.

곧이어 북한은 일본 도쿄와 미군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고, 장거리 유도 미사일 개발을 위한 기반 체계를 확보해 1세대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드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여 노동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노동 1호는 스커드 엔진 4개를 장착한 것으로, 1993년 5월 동해에 떨어졌다.

북한 미사일이 국제적으로 중대한 위협의 하나로 심각하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8월의 이른바 ‘대포동 쇼크’ 때부터이다. 북한은 이 때 ‘광명성 1호’라는 이름의, 3단계 추진체 비행 물체를 일본을 향해 발사했다. 이전까지 북한의 미사일은 2단계 추진체가 고작일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3단계 로켓을 실험한 것은 미국에 대단한 충격을 주었다.

광명성 1호, 다시 말해 대포동1 미사일 시험에서 정작 충격을 받은 것은 일본이었다. ‘대포동 쇼크’라는 말도 일본에서 나왔다. 당시 광명성 1호는 3단계 성층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일본 아오모리 현 상공을 지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강경파는 이 때부터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공격 전용’이라고 주장하며, 공공연히 일본의 핵 선제 공격을 외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시험 발사에 따른 소동은 적어도 두 가지 중대한 사실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에게 의문을 던지고 있다. 첫째, 일본은 마치 자기네의 핵 선제공격론과 미사일 방어 체계가 순전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서 기인한 것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동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본, ‘대포동 쇼크’ 이후 핵 선제공격론 주장
일본의 반핵 평화운동가이자 핵 전문가인 우메바야시 히로미치(梅林宏道)는 2001년 펴낸 <재일 미군(在日 米軍)>이라는 책에서, 북한이 대포동1을 발사할 때인 1998년 8월 일본에 있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수를 추정한 바 있다.
당시 우메바야시 히로미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 제7함대의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항에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을 비롯해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함정 6척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이 함선들의 수직 발사관 총 수는 5백46개, 토마호크 장비 수는 1백98개에 이르렀다. 우메바야시 히로미치는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압도적인 미사일 우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쪽은 다름아닌 일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이 북한 미사일 위협을 핑계로 미사일방어계획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별도의 첩보 위성을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이같은 토마호크 미사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이 없었다.

 
대포동1 미사일 발사 시험 이후 미국에서는 북한이 사정거리 3,500~6,000km에 해당하는 대포동2를 개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북한에 의한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이 자주 거론되는 것도 바로 이같은 미국 정보 당국의 분석을 토대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때에도 북한의 현 미사일 기술 수준으로는 미국 본토 공격이 아직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무시되었다.
현재 대포동2는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에 의해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탄두 700~1,000kg을 장착하고 6,700km를 비행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이같은 유도 미사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적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는 사실은 외면되어 왔다.

미국의 대표적 북한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시카고 대학)는 <북한, 또 하나의 국가>에서 북한의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네 가지 기술적 근거를 들어 지적했다. 첫째, 북한의 유도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으려면, 미사일 자체의 무게를 줄이거나 핵탄두를 소형화해야 하는데, 북한은 현재 이를 실현할 기술 수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사일 중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질 좋은 알루미늄 합금체가 필요한데, 북한은 아직 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탄두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속 엑스레이 카메라와 같은 특수 실험 장비가 필요한데, 현재 파악된 바로는 북한은 이같은 장비를 확보하지 못했다.

둘째, 핵탄두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화학 무기나 생물 무기를 장착하더라도 추진력이 문제가 되는데, 북한은 아직 충분한 추진력을 갖는 1단계 추진체(엔진)를 만들 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셋째, 미사일에 실린 탄두는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마찰열을 견뎌내야 하는데 북한은 현재 이같은 내열 기술(고성능 세라믹 제조 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연계 수송로와 로켓 추진 연료 저장 시설 등을 갖춘 대형 발사장이 필요한데, 북한에는 현재 이같은 발사장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 미사일에 의한 미국 본토 공격은 현재까지는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부각되는 사이, 일본은 재빨리 일본의 핵 선제공격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이 미국 핵우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핵 무장을 꾀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면, 한국 또한 이를 좌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이 그토록 우려하는 핵 확산 도미노가 현실화할 위험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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