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진화 거듭하는 ‘자본주의 첨탑’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5.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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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쇼핑몰, 테마몰→메가몰→기가몰로 팽창 가속
 
최근 도심 이곳저곳에 들어서고 있는 복합 쇼핑몰들은 파라오들의 피라미드 경쟁을 연상시킨다. 센트럴시티(대지 면적 3만3천평/건축 연면적 9만2천평) 용산 스페이스나인(대지 면적 3만8천평/건축 연면적 8만2천평) 일산 라페스타(대지 면적 6천6백평/건축 연면적 2만평)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섰고, 부산 허브 스카이 위아(대지 면적 3만2천평/건축 연면적 6만7천평)가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대형 복합 쇼핑몰은 도심의 소비 행태 지도를 바꾼다. 개발비 수천억원을 들인 복합 쇼핑몰이 들어서면 주변의 쇼핑몰은 파리를 날리게 되는 약육강식의 유통 전쟁이 벌어진다. 외환위기 이후 불황을 거치고 홈 쇼핑과 인터넷 쇼핑 등 신흥 강호가 등장함으로써 소비 행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과연 쇼핑몰은 어떻게 진화해 왔고 또 어떻게 진화해 갈 것인가?
쇼핑몰의 진화 과정을 살피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쇼핑몰의 효시인 백화점의 진화 과정을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대적 의미의 백화점은 1960년대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국내의 백화점은 그 태생 배경에 따라 다섯 가지 형태로 분류되는데, 대략 전통적인 백화점(신세계·롯데), 아파트 유휴 부지를 활용한 건설회사들의 백화점(현대·뉴코아·한신코아·건영·청구·동아·삼풍), 유통 업체에서 진화한 백화점(갤러리아·해태), 제조업체가 공장을 이전하며 만든 백화점(경방필·애경), 종합상사들이 세운 백화점(삼성플라자·대우백화점)으로 나뉜다.

이런 백화점들이 주도하던 유통 시장은 외환위기로 인해 춘추 전국시대를 맞이했다. 가격 경쟁이 중요시되면서 떠오르기 시작한 할인점은 이제 백화점을 압도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외환위기 이전 1백20여개이던 백화점이 90여개로 줄어드는 동한 할인점은 매년 급증해 3백여 개에 육박한다.
할인점과 함께 떠오른 것은 밀리오레와 두타 같은 테마 쇼핑몰이다. 의류를 중심으로 한 이런 테마 쇼핑몰은 할인점과 함께 가격 경쟁을 선도하며 유통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밀리오레와 두타의 성공으로 전국에 테마 쇼핑몰이 생겨났지만, 불황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는 등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테마 쇼핑몰을 대신하는 3세대 쇼핑몰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센트럴시티·스페이스나인·라페스타와 같은 복합 쇼핑몰이다. 서울역·용산역·안양역·수원역 등 주요 민자 역사와 고속터미널 같은 교통 요지에 주로 만들어지는 이런 복합 쇼핑몰은 백화점·영화관·할인 마트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100만명 규모의 상권을 아우르기 때문에 이같은 복합 쇼핑몰은 흔히 메가몰이라고 불린다.
메가몰은 모든 세대와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쇼핑몰을 지향한다. 모든 세대가 즐길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추고 모든 계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방문 빈도를 높이는 한편 체재 시간을 늘리는 것이 바로 메가몰의 전략이다. 이미 복합 쇼핑몰 기능을 가지고 있던 롯데월드·코엑스와 함께 메가몰들이 최근 유통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메가몰과 명품관 합친 거대 쇼핑몰 개봉박두

테마 쇼핑몰과 복합 쇼핑몰이 양적 경쟁을 벌이는 동안 백화점들은 질적 경쟁에 주력했다. 명품점 성격을 강화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개장한 것을 비롯해 갤러리아백화점이 웨스트윙을 명품관으로 재개장했고, 롯데백화점은 본점에 애비뉴얼이라는 명품관을 새롭게 개장할 예정이다. 그룹 오너의 딸들이 명품 수입 경쟁에 뛰어들면서 백화점들의 고급화 경향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메가몰과 백화점 명품관이 유통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강자의 출현이 예고되고 있다. 바로 메가몰과 백화점 명품관 기능을 결합한 기가몰의 등장이다. 기가몰이 등장할 곳은 현재 100층 이상의 고층 빌딩 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 제2롯데월드 부지와 여의도 통일교 부지, 그리고 송도신도시 상업지구가 꼽히고 있다. 특히 여의도 통일교 부지의 경우 얼마 전 통일교측이 센트럴시티 지분을 확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가몰 등장은 메가몰과 백화점 명품관 모두를 긴장시키고 있다. 메가몰이 갖지 못한 고급 쇼핑몰 기능을 갖는 것은 물론 백화점 명품관이 채워줄 수 없는 문화 공간 기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통일교 부지와 송도신도시에 등장할 기가몰은 외국계 개발업자들이 결합해 세계 수준의 쇼핑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 등장할 기가몰의 형태가 일본의 록폰기힐즈나 홍콩의 퍼시픽플레이스와 같은 형태를 갖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록펠러그룹의 자회사로서 영국 황실 쇼핑몰과 타이베이 파이낸스센터(101층) 쇼핑몰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코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사는 송도신도시에 들어설 쇼핑몰을 준비하고 있다. 코시먼 사의 황점상 이사는 “2007~2008년 정도가 되면 세계 수준의 쇼핑몰 두세 곳이 한국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쇼핑몰의 무한 경쟁을 염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김인호 현대유통연구소 소장은 “백화점 중에서 건설회사가 개발 논리로 세운 백화점은 현대백화점을 제외하고는 전부 문을 닫았다. 개발 바람이 불었던 테마 쇼핑몰도 공급 과잉으로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유통을 부동산 개발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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