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 코를 노린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5.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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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이비인후 질환 제대로 알기/황사·꽃가루, 알레르기 염증 유발

 
 최근 이비인후과 전문 병원과 코 질환 전문 한의원이 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코 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나이비인후과 정도광 원장은 “매년 코 질환 환자가 1,2%씩 느는 추세다. 생활 환경이 나쁘고, 미세먼지가 늘어난 탓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에 한반도를 습격하고 있는 황사도 코에는 치명적이다. 황사 바람에 실린 오염 물질이 약하디 약한 점액들을 공격해 코의 정화 기능을 마비시켜 버리는 것이다. 코가 황사에 계속 노출되면 콧속 점막이 마르고, 섬모가 뒤엉켜버린다. 심하면 재채기까지 쏟아내는데, 이는 이미 비염이나 축농증 등에 걸렸음을 암시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많은 사람이 자기가 코 질환에 걸렸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이 코 질환에서도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적부터 알아야 한다. 코가 수난 당하는 계절을 맞아 주요 코 질환을 들여다본다.

알레르기성 비염-재채기 발작·맑은 콧물·코막힘이 주요 증상

 최근 하나이비인후과가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1999~2004년) 동안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꾸준히 늘어났다. 1990년에 이비인후과 전체 환자 가운데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8.4%였다. 그러나 미세먼지와 황사의 내습이 많아지면서 매년 0.2~1%씩 늘어나 지난해에는 21.9%나 되었다. 몇년 전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서울에 사는 18~49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21.4%가 알레르기 환자로 판명되었다. 그 가운데 피부 부위 환자가 61.3%로 가장 많았고, 코 부위 알레르기 환자는 19%였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에 과민 반응을 나타내는 질환으로, 발작성 재채기·맑은 콧물· 비폐색(코 막힘)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한의학에서는 폐 기능이 약하고 찬 기운에 예민한 사람이 잘 걸린다고 말한다. 발병 원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 환경 요인, 스트레스 자극, 나이, 집먼지진드기, 꽃·나무·잡초의 화분이 꼽힌다. 알레르기성인데 유전이 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에서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성 비염을 갖고 있으면 자식들이 같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90%가 넘었다.    
 

 
환경 요인은 최근 들어 가장 심각한 인자로 떠올랐다. 자동차 증가로 인한 대기 오염, 주거 환경 변화, 습도 저하가 주요 인자이다. 특히 대기에 포함된 아황산가스·이산화질소·오존은 알레르기 비염뿐만 아니라, 호흡기 질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자극으로 인한 알레르기성 비염은 좀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발병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체의 면역계·내분비계·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가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 면역 과민 반응 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식물의 꽃가루 등이 원인이 되는 코 질환은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 혹은 고초열이나 화분증으로 불린다. 놀라운 것은 이름과 달리 꽃가루보다 나무나 잡초의 화분이 더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체에 가장 유해한 꽃가루를 날리는 것은 식물이 아니라 오리나무와 참나무 등이다. 반면 이맘때 흰 가루를 날리는 버드나무나 플라타너스는 그다지 해롭지 않다. 가을에는 잔디·돼지풀·쑥 화분에 의해 알레르기성 비염이 자주 발생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발병하는 과정은 단순하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인체에 들어가면, 건강한 사람은 아무 이상이 없다. 그런데 유전적 소인이 있거나,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은 다르다. 항원(꽃가루나 곰팡이 등)에 노출되면 면역 항체를 만들고, 이 항체가 조직 내의 비만세포 표면과 결합해 다시 같은 항원에 노출되면 비만세포가 화학 물질을 분비한다. 그 과정에서 재채기·콧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3대 증상(재채기 발작·맑은 콧물·코 막힘)을 파악한 뒤, 코 주위 정밀 검사와 엑스선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그 과정에서 알레르기 유발 검사, 피부 반응 검사, 콧물이나 혈액의 세포 검사 등이 동반된다. 이 과정을 통해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임이 밝혀지면 약물 치료나 면역 요법으로 치유한다. 정도광 원장은 “가장 좋은 치유법은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즉 집먼지진드기와 동물 털 등에 예민하다면,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거나 집안의 동물을 치우라는 것이다.
 
한의학에는 소청룡탕(小靑龍湯)을 대표 치료약으로 꼽는다. 이 약은 중국 고대 의서 <상한론>에 처음 등장하는데, <동의보감>에도 소개되어 있다. “대청룡탕이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치유하는 데 쓰인다면, 소청룡탕은 감기나 비염 등에 잘 듣는다”라고 코비한의원의 이판제 원장은 말했다. 이 약은 마황·백작약·오미자 등 여덟 가지 약재를 원료로 쓴다. 심한 코막힘을 치료할 때는 소청룡탕에 신이화(辛夷花)를 곁들인다. 신이화는 피지 않은 목련의 꽃봉오리를 말한다.   

축농증-어린이 축농증 주원인은 감기

 축농증은 이비인후과 질환에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이름 그대로 이 병은 얼굴 부위의 빈 공간에 농(膿)이 고이는 질병이다. 한의학에서는 비연(鼻淵:좋지 않은 물질이 코 연못에 고였다는 뜻)이라고 부른다. 좁혀 말하면 축농증은 부비동 속에 농이 고인 질환을 말한다. 부비동은 전두동·접형동·사골동·상악동 네 곳을 말한다. 환자를 괴롭히는 만성 축농증은 급성 축농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서 생긴다.
 
엑스선을 찍어보면 만성 축농증은 부비동의 점막이 부어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부비동 안쪽이 뿌옇게 나타난다. 이 병에 걸리면 권태감·두통·미열 등이 찾아온다. 누런 콧물은 기본이다. 일부 사람은 얼굴이나 코 주위에 압통을 느낀다. 또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증상을 겪기도 한다. 어린이의 경우 자주 중이염을 동반한다.  
 
축농증을 발생시키는 주요 부위는 각각의 부비동에 존재하는 자연 구멍이다. 이 구멍은 콧속과 연결된 작은 통로인데, 세균이 이 곳을 통해 부비동에 침입해 축농증을 유발한다. 자연 구멍은 본래 콧속과 부비동 간의 환기나, 부비동 속의 분비물을 배출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때로는 콧속의 염증을 부비동 속으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염증으로 인해 부비동의 자연 구멍이 막히면 점막이 부어올라 세균이 쉽게 부비동 안으로 침입해 들어간다.   축농증을 유발하는 인자로는 내과적인 전신 질환, 콧속의 이상 구조, 그리고 대기 오염 같은 환경적 요소가 있다.  
 
축농증은 특히 어린이들이 잘 걸린다. 부비동이 어른에 비해 덜 발달해 있는데, 콧속과 부비동의 연결 통로인 자연 구멍이 비교적 넓기 때문이다. 이는 코감기에 걸리면 그 염증이나 세균이 쉽게 부비동으로 올라갈 수 있음을 뜻한다. 아이들이 코감기에 걸린 뒤 축농증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또 아이들은 어른처럼 힘차게 코를 풀지 못해 병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민양기 교수(서울대병원·이비인후과)는 어린이 축농증의 원인이 주로 감기라고 말한다. 알레르기 계통의 호흡기 질환을 앓는 어린이도 같은 이유로 축농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 축농증 치료에는 약물 등이 이용되며, 한방에서는 한약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도시에서 축농증이 늘고 있다. 1970~1980년 우리 나라의 축농증 이환율(병에 걸린 사람의 비율)은 40%였다. 10년 뒤에 그 비율은 8%로 뚝 떨어졌다. 그렇지만 도시는 달랐다. 반대로 5%에서 16%로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기의 오염 물질 때문에 이환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중이염-급성 비염·축농증 때문에 주로 발병

사람의 귀는 해부학적으로 크게 세 부위로 나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중이이다. 중이염은 그 곳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꺼림칙한 것은 급성 비염이나 축농증을 일으킨 고름이나 그 속에 포함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이관(耳管)을 통해 귀 쪽으로 옮겨온다는 점이다. 이 고름이 화농되면 바로 중이염이 된다. 이 질환은 주로 어린이들이 잘 걸리지만, 때로는 성인도 걸린다. 그리고 요즘 같은 봄철과 겨울에 주로 발생한다.
 
급성 중이염은 귀에 통증을 동반하며, 고막 뒤에 농과 점액이 생겨난다. 일부 환자는 고열과 난청, 귀울림 현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간혹 고막이 파열되어 고름이 귀 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하는데, 매우 상태가 안 좋은 경우이다.
 
간혹 재발이 잘되는 환자들이 있는데, 대부분 축농증 증상이 있다, 또 축농증 치료를 제대로 안 해도 중이염이 재발되기도 한다. 감기에 걸리면 자동으로 중이염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환자는 비강 속의 고름이 자연스럽게 사골동이나 접형동으로 이행한 뒤 귓속으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이염은 축농증 치료가 잘 되어야 완치될 수 있다.
 
진주종성 중이염과 유착성 중이염이라는 독특한 질환도 있다. 진주종성 중이염이란 진주종이라는 피부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고막 안쪽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진주종은 진주알처럼 작지만, 점차 주위 조직을 파괴하며 커진다. 그 후유증은 청력 저하, 어지럼증, 안면 신경 마비 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귀에서 악취 나는 진물을 배출한다.
 
유착성 중이염은 달팽이관의 공기 양 때문에 생긴다. 즉 정상인의 귀에는 고막과 그 안쪽에 있는 달팽이관 사이에 일정한 공기가 들어 있는 공간이 있다. 이 공기는 아주 조금씩 몸속으로 흡수되고, 그 양이 부족하면 이관을 통해 보충받게 된다. 그런데 몸에 이상이 생겨 이관의 기능이 떨어지면 고막 안이 일시에 저기압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고막이 안으로 끌려들어가 달팽이관에 들러붙게 된다. 이 중이염 역시 후유증은 청력 저하, 진물 등으로 나타난다.     
 
중이염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한다. 그렇지만 심신을 안정시키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자연 치유도 가능하다. 물론 상태가 심한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비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고 놓아두면 축농증이나 중이염에 걸린다. 아이들은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비염 환자들은 흔히 피곤함과 무기력증을 호소한다. 이유는 잘 때 기도가 좁아져 뇌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피로를 넘어 기억력과 집중력까지 감퇴한다. 또 성격이 산만해지거나 두통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다. 더러 신경질적으로 변해 부모의 속을 썩이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한의학에서는 이같은 질환을 비성주의산만증이라고 부른다.

비염이나 축농증은 아이들의 기억력을 떨어뜨리고, 몸을 허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까. 후각은 단기간의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를 자극한다. 따라서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이 기억력도 좋다. 그러나 코가 막혀 있으면 해마를 자극하지 못해 기억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비염 환자들은 콧속 점막이 부어 있어 냄새도 잘 못 맡는다. 따라서 음식 맛도 잘 못 느끼고, 식욕도 떨어진다. 비염이나 축농증에 걸린 아이들의 성장 발육이 비교적 늦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코가 막히면 숨을 쉬기가 어려워 수면 중에 자주 깨 성장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비염이 아이들의 얼굴형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무슨 말일까 싶지만 사실이다. 코가 막힌 아이들은 입으로 숨을 쉬는데, 그 상황이 반복되면 치아 교합이 불균형을 이루어 얼굴 형태가 자연스럽지 못하게 변하는 것이다. 일부 아이들은 비염 때문에 정서 불안에 시달리거나, 소심한 성격으로 변하기도 한다. 잦은 콧물과 재채기로 친구들의 놀림을 받다 보면 자연스레 사람을 피하게 되고, 그로 인해 고립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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