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건설이 삼성보다 세다
  • 차형석 기자 (chsisapress.comkr)
  • 승인 200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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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영향력 압도적 1위…이인구 명예회장은 기업인 부문 ‘독주’
 
<시사저널>이 해마다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압도적 1위로 꼽혔다. 그런데 대전·충남에 한정하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전·충남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과 기업인을 묻는 이번 조사에서는 계룡건설(55%)과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40%)이 큰 차이로 1위로 선정되었다. 적어도 대전·충남에서 이인구 회장의 영향력은 ‘이건희 회장 그 이상’이다.

영향력 있는 기업 2위는 충남 탕정에 LCD 공장을 둔 삼성과, 대전과 천안에 화약 부문 공장을 둔 한화가 꼽혔다. 한화는 대전을 연고로 한 프로 야구단 한화 이글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천안이 고향인 김승연 한화 회장은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3위에 올랐다.

충남 아산에 연간 30만대 생산 능력을 가진 사업장을 둔 현대자동차와 대전·금산에 사업장을 둔 한국타이어도 상위권에 올랐다. 지역에 기반을 둔 향토 기업으로는 계룡건설·선양주조·경남기업이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꼽혔다.

계룡건설은 본사가 대전에 있는 대표적인 지역 건설업체이다. 전국 건설사 랭킹은 25위에 해당하는데, 충청권과 수도권에서 ‘리슈빌’이라는 고유 브랜드로 아파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계룡건설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지역의 경쟁 건설업체들이 부도를 내 대전에서 큰 공사를 거의 도맡아 하고 있다. 2004년 계룡건설의 지역별 도급 계약을 보면, 대전·충청 지역이 58%를 차지했다. 행정복합도시 건설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어 계룡건설의 주식은 건설주 가운데 5대 고가주에 들어간다. 계룡건설은 계열사 전체 매출액이 1조원에 이른다. 계룡건설은 대전·충청권 기업을 넘어서 영남권으로 진출해 전국기업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점차적으로 부산·울산·대구·경기에서 벌이는 사업을 늘리고 있다.

계룡건설이 별다른 구조 조정 없이 외환위기 한파를 넘긴 것은 이인구 명예회장의 무차입 경영 방침 덕분이다. 계룡건설은 1996년부터 무차입 경영을 해왔다. 이인구 회장은 “은행에 빚이 있으면 회사가 오래 못 간다. 그리고 정치를 했던 것도 무차입 경영을 하게 된 이유다. 은행에 채무가 있으면 야당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은행 빚부터 다 갚았다”라고 말했다. 
계룡건설은 공사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음으로 결제할 때보다 우수한 하청 업체들과 거래할 수 있고, 가격을 깎아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구 회장은 대전·충남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9위)로도 꼽혔다. 13·15대 국회의원을 지냈기 때문에 경제적 영향력에 정치적 영향력까지 막강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어떤 형태로든 절대로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정치에 쓸 돈을 사회사업에 쓰겠다는 것이다.  

이회장은 정치보다는 사회사업에 관심이 더 있는 듯했다. 1994년부터 계룡장학재단을 설립해 그가 장학금을 준 학생이 6천명이 넘는다.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딴 대전·충남 선수들도 후원하고 있다. 광개토대왕비 복제비를 독립기념관에 세우고, 당나라로 압송되어 병사한 백제 의자왕의 묘지를 중국 뤄양(洛陽)에 복원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회장은 “5월에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 대전·충남 대학생 100명과 독도를 함께 갈 계획이다.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 요즘 내 즐거움이다”라고 말했다. 

 
대전·충남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인 5위에 오른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단돈 2백만원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어 30여년 만에 10개 계열사 전체 매출액이 2조원에 이르는 중견 그룹의 오너 자리에 올랐다. 가난해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주경야독한 그의 인생 스토리가 <인생 역전>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경남기업의 광고 모델로 회사 인지도를 높이는 데 톡톡히 기여한 ‘욘사마’ 배용준씨도 성회장의 이력에 감동해 건설업 광고 모델 제의를 수락했다고 한다.

경남기업은 지역보다는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공공 청사·철도·플랜트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강점을 가져 말레이시아·필리핀·알제리·앙골라·스리랑카·베트남·에티오피아 등지에 진출했다. 향토 기업으로서도 충남 지역에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충남 아산에 본사를 두고 있고, 1985년 공채를 시작한 이래 20여년 동안 신입 사원의 70% 이상을 지방 대학 출신으로 충원해 왔다. 어린 시절 어려운 시절을 보낸 성회장은 1990년부터 서산장학재단을 설립해 충남·경기·인천·서울 지역 학생 7천여명에게 장학금 1백40여억원을 내놓았다.

 
영향력 있는 기업 6위에 오른 선양주조는 대전·충남의 유일한 소주회사이다. 1973년 창립한 회사로 향토 소주 선양새찬은 지역에서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하고 있다. 선양주조는 지난 3월부터 가수 장윤정씨를 전속 모델로 기용해 공격적 마케팅을 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20.5°로 ‘부드러운 소주’를 제품 컨셉트로 삼았다.

선양주조의 대주주는 전주에 소재한 전일상호신용금고였다가 지난해 700-5425로 유명한 (주)5425가 인수했다. 조웅래 회장은 인수 이후 (주)5425 본사를 대전으로 옮기고, 자택도 대전으로 이사해 지역에서 사랑받는 향토 기업이 되려고 노력했다.
영향력 있는 기업인 10위에 오른 김광식 선양주조 사장은 진로 부사장 출신으로 소주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경영인이다. 진로에서 충청지역 영업본부장을 지내 현장에 밝다. 

이밖에 지역 건설업체인 금성백조주택의 정성욱 회장이 영향력 있는 기업인 6위에 올랐고, 한만우 한국신약 회장도 9위를 차지했다. 한국신약은 한방 생약제를 주원료로 해 의약품을 생산하는 한방 전문 제조업체로 충남 논산에 공장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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