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통학버스, 어린이 건강의 적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 (www.enh21.org)
  • 승인 2005.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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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오염’ 심각해 차 안에 배기 가스 ‘가득’…천연 가스 차량으로 교체해야
 
우리 나라도 예전에 비해 통학 버스가 많이 늘었다. 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어린이집·학원 버스가 하루 종일 아이들을 실어 나른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통학 버스에 사고를 당하는 어린이들 소식이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에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교통 사고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통학 버스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이 높은 농도의 자동차 배기 가스를 들이마신다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이 200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어린이 통학 버스로 실험한 결과, 자기가 탄 차량에서 배출된 배기 가스에 의한 자가 오염(Self-pollution)이 무척 심각했다. 창문을 열고 달릴 때와 창문을 닫고 달릴 때를 비교했더니, 창문을 닫았을 때가 열었을 때보다 최대 2배까지 오염이 심했다. 차가 낡은 경우에는 자가 오염 농도가 더욱 높아졌다. 결론적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통학 버스를 타고 다니는 어린이는, 단 하루 동안에 보통 시민들에 비해 적게는 7배에서, 많게는 70배까지 배기 가스에 노출되었다. 
 
연구진은 자동차 배기 가스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지, 버스 바닥의 틈새를 통해 유입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통학 버스로 인한 배기 가스 피해를 줄이려면 낡은 버스를 새것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디젤 차량 대신 천연 가스 버스를 채택하거나, 차량 내부의 틈새를 차단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건강과 관련해서 배기 가스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어린이가 체중에 비해 폐의 표면적이 넓고, 성인보다 호흡률이 높아 더 많은 배기 가스를 들이마시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도가 좁고,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능력도 성인보다 떨어진다. 면역 체계도 미숙한 상태여서 제구실을 못한다. 미국 통학 버스의 약 90%가 디젤 엔진 차량임을 고려할 때, 이번 연구 결과를 우리 나라에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한국의 통학 버스도 대부분 디젤 차이기 때문이다.

디젤 차량 초미세 분진이 암 일으켜
 
지름이 5~10㎛인 미세 분진은 60~80%가 인체의 상기도(上氣道)에서 걸러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디젤 자동차에서 나오는 미세 분진은 90% 이상이 지름 1㎛ 이하인 초미세 분진으로, 인체의 자연 정화 작용에 걸러지지 않고 폐 깊숙이 침투해 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돌변한다. 광부와 트럭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 위암 사망자는 줄고 폐암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도 디젤 자동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료비가 덜 들고 연비가 조금 더 높다고 해서 디젤 엔진을 지금처럼 애용한다면 미세 분진으로 인한 폐암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아낀 연료비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다.  

 내 아이에게는 좋은 것만 주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이 환경 정책에 대한 관심과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때는 과연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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