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재선출해야 한다”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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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혁신위원장 인터뷰/“제도 혁신 뒤 인적 혁신 논의해야”

 
한나라당 안에서 홍준표 의원을 두고 말이 많다. 반박(반 박근혜) 의원들은 “홍의원이 꼬리를 내렸다”라고 하고, 친박 의원들은 “감춘 발톱을 드러낼 것이다”라고 한다.
홍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혁신위원회가 결과물을 내놓을 때가 다가오면서, 그는 다시 한나라당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당장 지난 4월28일 혁신위원회가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기로 하자, 친박 의원들은 대표 흔들기가 본격화했다며 반발했다.

지난 2월 박근혜 대표가 비주류 3인방(이재오·김문수·홍준표) 가운데 한 명인 그에게 중책을 맡기자, 홍의원은 얼굴 마담을 거부했다. 그는 ‘전권을 달라’며 칼자루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칼을 뺐다. 행정복합도시 특별법을 두고, 한나라당이 두 동강이 날 만큼 대립하자, 홍의원은 7월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다. 친박 진영은 마수를 드러냈다며 발끈했다. 박대표도 “내 사전에 재신임은 없다”라며 홍준표 의원의 부메랑을 내쳤다. 홍의원은 “박대표의 사전은 불량 사전이다”며 맞받아쳤다.

비주류를 비롯한 소장파는 그를 계엄사령관, 홍다르크라며 치켜세웠다. 그런데 그랬던  홍의원을 두고 이번에는  ‘박대표의 치마폭에 다시 휩싸였다’는 비아냥이 소장파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계엄사령관이 홍위병이 된 것일까? 지난 4월28일 홍의원을 만나 직접 들어보았다. 

당내 소장파 사이에 혁신위원회가 용두사미가 되었다는 냉소가 있다.
소장파 요구 사항을 알고 있다. 남경필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가 당을 자꾸 오른쪽으로, 뒤로 몰아가는 인사들에 대한 출당 요구를 혁신위원회가 주도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혁신위원회 활동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인적 혁신이 혁신위원회 활동의 화룡점정이라는 데 동의하는가?
일에는 순서가 있다. 인적 혁신은 혁신위원회 활동 마지막에 제기할 문제다. 제도 혁신을 마무리짓고, 마지막에 인적 혁신을 포함한 정풍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제기해야 한다. 당명 개정이나 당헌 당규 혁신을 비롯한 제도 혁신을 마무리짓는 게 급하다. 지금 당장 인적 혁신을 주장하면, 그동안 합의되었던 제도 혁신마저 다시 도루묵이 된다.  

인적 혁신을 안 한다는 소리와 같다.
그렇지 않다. 혁신은 가죽을 벗긴다는 뜻이다. 가죽을 벗기면 피가 난다. 특정인을 지목해서 당장 출당 요구를 할 수는 없겠지만, 인적 혁신은 논의해야 한다. 혁신위원회의 인적 혁신안을 의원 총회에 부칠 것이다. 거기서 결정될 문제다. 이미 혁신의 대상이 된 의원들은 자연 도태가 되는 것 아니냐. 이미 그분들은 당의 주축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혁신위와 비슷한 유사 위원회가 있었지만, 늘 아이디어로 그쳤다는 비판이 있다.
뉴밀레니엄 위원회나 국가혁신위원회가 혁신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혁신안이 실현되지 않은 것은 당시 이회창 총재가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혁신위원회는 당대표가 전권을 주었고, 의원총회에 넘겨 확정하기로 했다. 지난번과는 다르다고 본다.

혁신위원회 활동으로 박근혜 대표와 독대했나?
독대는 없었다. 4월14일 혁신위원회 위원들과 박대표가 저녁 회동을 했다. 폭탄주를 돌리면서 서로 오해를 풀었다. 박대표는 혁신위원회 활동을 이해했고, 혁신위원회 위원들은 당을 살리기 위한 충정의 뜻을 전달했다. (이날 박근혜 대표는 폭탄주를 직접 제조해 한잔을 마셨다. 술을 잘 못하는 홍준표 의원도 폭탄주를 두 잔이나 마셨다)

그러나 최근 집단지도 체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친박 쪽은 대표 흔들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한 것은 대표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기 위해서다. 지금은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을 뽑고도, 최고위원 회의가 따로 없다. 아침마다  최고위원하고 네티즌들이 뽑은 디지털 위원장이 섞여서 마이크, 그 마이크를 접시라고 하던데, 접시를 서로 차지하려고 밀고 당긴다고 하더라. 봉숭아학당이 따로 없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최고위원회 회의를 두기로 한 것은 야당으로서의 의사 결정과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7월 전당대회 개최 주장은 거두어들인 것인가?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지만, 전당대회는 해야 한다. 당헌 당규가 바뀌었으면 당연히 새 절차에 따라 대표를 다시 뽑아야 한다. 박대표는 이를 재신임이라고 하는데, 나는 재선출이라고 본다. 헌법이 바뀌었는데, 옛 헌법에 따라 뽑힌 대표가 계속 대표 직을 수행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맞지 않다. 

전당대회를 한다고 해도, 박근혜 대표 외에 대안이 없지 않나?
그것은 당원들의 선택이다. 다만 한나라당 안에서 이른바 대안부재론이 퍼지는 것은 자멸하는 지름길이다. 대안부재론에 안주하면 희망이 없다. 이회창 총재 때 이미 경험했다. 열린우리당을 한번 보라. 문희상 의장이 대권 후보냐, 그렇다고 국민 지지도가 높기라도 하냐. 그런데도 대표를 한다.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실체 없는 대안부재론은 사라진다. 

그래도 박대표의 대중적인 흡인력은 인정해야 하지 않나?
인정한다. 그러나 박대표뿐 아니라, 이회창 총재도 똑같은 흡인력이 있었다. 이총재가 나타나면 서로 손잡으려고 몰려드는 때가 있었다. 이총재가 이성의 정치에 충실해 대중 흡인력을 발휘했다면, 박대표는 감성의 정치를 하고 있다. 감성의 정치는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 

한나라당 안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적절하지 않다. 이총재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복귀 명분을 찾을 분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할 분도 아니다. 이총재 시절에 호가호위했던 사람들이 또다시 이회창 전 총재를 업고 한나라당을 농단하려 한다면 한나라당뿐 아니라 한국의 보수 진영이 몰락한다. 윤여준 선배도 복귀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 않았느냐.

뉴라이트와 연대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인적 혁신이 성공하려면 인적 수혈이 동반되어야 한다. 당이 뉴라이트를 흡수하는 것은 건전한 보수로 태어나기 위한 첫 작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뉴라이트는 독자 정당을 꾸린다고 한다 .
어려울 것이다. 뉴라이트가 지식인 사회에서 지지를 받을지 모르지만, 대중성이 약해 한나라당과 대등한 정당 구조를 갖기는 어렵다. 한나라당과 연대해 흡수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연대의 시점이다.

홍준표 의원은 돌려 말하는 법이 없다. 한마디로 직설 화법이다. 직설 화법에 능한 그도 정치권에 퍼져 있는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혁신위원장 직을 비정규직이라고 부르는 그는 5월19일 최종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가 기고만장해서는 안된다.” 재보궐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4월28일 홍준표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서 재보궐 선거 결과를 예상했다. “모두 다 이길 것 같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묻어났지만, 다른 한편으로 초조감이 엿보였다. 초조감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비주류의 우려였다.

만일 한나라당이 압승하면 그것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박근혜 대표의 승리였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박근혜 대표는 본인이 후보였다. 재보선 지역을 후보보다 더 열심히 훑고 다녔습니다. 자신을 봐서라도 표를 달라고 했다. 선거 결과는 박대표 지도력의 성적표였다.

하지만 홍준표 의원은 인터뷰에서 이같은 평가 잣대를 거부했다. 의외였다. 비주류 3인방이었던 홍의원이,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하더라도, 박근혜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전문당이라는 치욕적인 닉네임이 붙어있다. 이번에도 이길 것이다. 그러나 재보선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본선(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홍의원은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이 승리감에 도취해 안주하면, 내년 지방선거 뿐 아니라, 본선에서 필패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표가 기고만장해서는 안된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재보선 결과, 홍준표 의원의 예상은 적중했다.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고, 박근혜 대망론까지 당내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표정 관리하기에 바빴다. 반사 이익이라고 겸손해 했지만, 당분간 소장파나 홍의원을 포함한 비주류의 ‘말발’은 약화 될 수밖에 없다.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의원은 선거 결과에 따른 혁신위원회 활동 방향을 이렇게 예상했다. “선거에 패배하면 반성하는 자세로 곱씹으며 혁신해야 되고, 이기면 주마가편 식으로 몰아쳐야 한다.” 

그래서 홍준표 의원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혁신위원회가 내올 혁신안에 따라 대표를 새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의원의 바람대로 혁신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깊고도 높아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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