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두려워말라?
  • 이문재 취재부장 (moon@sisapress.com)
  • 승인 2005.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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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세상]

 
황사 탓에 외출은커녕 숨쉬기조차 버거운 봄날입니다. 방진 마스크로도 모자라 아예 유리로 만든 캡슐을 쓰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있습니다. 지리산에 살아도 실내에는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광고까지 나오는 마당입니다.

공기만이 아닙니다. 햇빛도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선글라스에다 모자, 장갑까지 끼고 운동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피부암을 염려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최근 여성들에게 햇빛 속으로 나서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국 여성들이 햇빛을 쬐지 않아 비타민 D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비타민 D가 결핍되면 성장기 어린이는 발육이 부진한 구루병에 걸리기 쉽고, 성인은 골다공증이나 근육 연축 증세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과 임승길 교수가 영국·프랑스·헝가리 연구팀과 함께 유럽·남미·중동·아시아 지역 18개국 55세 이상 여성 골다공증 환자 1천2백85명을 대상으로 혈액 내 비타민 D 수치를 비교 조사한 결과, 한국 여성들이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한국 여성들이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매우 꺼려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하루 한두 시간씩 햇빛을 쬐라고 주문했습니다.

풍요와 편리, 건강과 장수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산업 문명이 급기야 햇빛에 나서는 것까지 두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피부암을 예방할 것인가, 아니면 골다공증을 피할 것인가. 나들이하기 좋은 5월의 초입, 저 찬란한 태양이 여간 고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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