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특공대 키우는 최고 특공대장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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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사장]“세계 1등 기업 만들겠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첫인상부터 매우 독특했다. 대문짝보다 큰 태극기가 사옥 전면에 걸려 있는가 하면, 공장 건물 곳곳에는 ‘남만큼 해서는 남보다 잘할 수 없다’ 같은 표어들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속’을 들여다보니 독특한 점이 더 많았다. 임직원 2명 가운데 1명(58%)이 연구개발자였고, 사내 발명가 제도 등 특허 장려 제도를 통해 출원한 국내외 특허가 5백90여 건에 달했다. 주5일 근무를 하면서도 ‘한 달 휴가제’를 도입해 모든 직원이 1년에 한 달씩 의무적으로 휴가를 떠난다. 재충전과 휴식을 위해서다. 지난 4월에는 전직원이 오대산 야간 산악행군을 하기도 했다. 매일 오전 7시30분 조찬 회의를 하는 대신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이런 기업 문화를 주도하는 이는 물론 황철주 사장이다. 황사장은 특이하게도 직원들을 ‘선수’라고 부른다. 프로 선수처럼 일하고 대우를 받으라는 뜻이란다. 직원들을 마치 특공대원으로 양성하는 듯했다. 물론 이유가 있었다.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인 황사장은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이면서 정작 반도체 생산 장비는 수입품에 의존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1995년 4월에 회사를 설립했다. 주성은 첫해 13억원 매출을 올리며 2000년까지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장비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1년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삼성전자와 거래가 단절되면서 회사는 곤두박질쳤다. 2001년부터 3년간 누적 적자액은 1천2백억원에 달했다. 2003년에는 영업이익 적자가 2백61억원으로 매출(2백71억원)과 맞먹을 정도였다.

최대 위기 상황이었다. 황사장이 믿을 것이라곤 직원들과 기술뿐이었다. 그는 회사를 떠나려는 직원들을 붙잡고 공장에서 함께 숙식하다시피 하며 연구 개발에 매달렸다. 다행히도 핵심 연구 인은 단 한 사람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외환위기 때도 구조 조정 대신 공장용 땅을 처분해 연구 개발에 투자했던 황사장을 믿었던 것이다.

동시에 황사장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일본 타이완 미국 유럽 등 해외 반도체 업체를 공략했다. 반도체 장비를 해외에 수출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제품이 더 우수해도 회사 인지도가 떨어지다 보니 경쟁에서 밀렸다. 장비 하나에 수십억원씩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해외 고객들은 기술력은 기본이고 회사의 신뢰성을 요구했다. 회사의 재무 상태, 경영 마인드, 직원들의 외국어 능력, 위기 상황 대처 능력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견실한 회사인지를 따졌다. 그래서 황사장은 지역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로 조직을 재구성하고 국내외에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단기적인 매출 달성에 급급하지 않고 고객이 요구하는 검증 테스트 결과와 제품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등 신뢰를 쌓는 마케팅을 강화했다.

몇 년간 노력한 끝에 마침내 주성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일구는 데 성공했다. 매출 1천6백69억원에 순이익 3백40억원을 거두었다. 매출의 절반 이상(55%)은 해외 수출로 벌었다. 황철주 사장은 “이 업종은 신생 기업이 진입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지난 10년 동안 이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한 회사는 세계에서 주성 하나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황사장의 목표는 ‘월드 베스트 피플, 월드 베스트 프러덕트, 월드 베스트 컴퍼니’를 달성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세계 일등 회사에서 세계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때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 황사장 계획이다. 그러다 보니 주성 직원들은 특공대원처럼 양성되고 있는 것이다. 주성 직원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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