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핵-일본의 핵 잠재력2
  • 박성준 기자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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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일본은 자기네 군사력의 평화적 성격을 평화헌법 9조와 여기에서 파생한 ‘전수방위 원칙’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습니다.

전수 방위 원칙이란, 일본의 군사력은 오로지 자국 영토 방위를 위해서만 쓰고, 절대로 공격 능력을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전수 방위 원칙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속도를 막았던 중요한 기제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상을 보면 일본 사람들이 선전하는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제가 최근 접했던 일본 군사 전문가 논문이 한편 있는데요, 일본의 IT-RMA, 즉 정보 통신 분야의 군사 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의 특징과 현황을 논한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면서, 필자가 전수 방위 원칙을 내세워 얼마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던지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필자는 먼저 일본은 전수 방위 원칙 때문에, 항공기도 주로 지상 공격 능력과는 상관 없는 요격기와 전투기만 개발해왔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은 한때 미국과 함께 항모 전단을 운영한 2개국 가운데 하나였지만, 지금은 없다.

그 이유는 미국의 국방 원칙이 군사력의 해외 투사와 직결된 반면, 일본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필자는 또 홍보하기를 일본은 장거리 전략 폭격기도 없고, 미사일도 없다면서 일본 자위대의 평화적 성격을 강조합니다.

이 필자의 일본 자위대 ‘자랑’은 계속 늘어집니다. 일본 해상 자위대의 공중 부문은 주로 헬리콥터와 P-3C(대잠 초계기)로 구성되어 있다, 자위대는 비록 상륙함은 갖고 있지만 해병대는 없다, 자위대는 다른 나라를 침략할 때 쓸 수 있는 수륙 양용 능력도 없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기술 보유국인데, 이처럼 방위에만 전념하다보니 방위 산업에 문제가 많다, 일본의 방위 산업체로는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전자 등이 있는데, 이들 업체들은 세계 방위 산업 시장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무기 수출을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방위 산업체들의 전체 수입에서 순수하게 방위 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록히드 마틴이나 레이시온, 보잉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예컨대 록히드 마틴은 전체 수입의 87.8%를, 레이시온은 91.2%를, 보잉만 해도 40.8%를 차지하는데, 미쓰비스는 고작 13.4%, 가와사키는 8.9%, 미쓰비시전자는 2.0%에 불과하다.

일본이 미사일방어계획에 나서는 이유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아이티 부문의 군사혁신 능력이 없는 나라들은 대량살상무기 개발 쪽으로 흐르기 쉽다. 일본은 대량살상무기는 애시당초 개발할 수 없는 반면, IT 기술만큼은 세계 일류이므로 군사혁신 부문에서 일본이 핵 확산을 막기 위한 대항 수단(countermeasures)인 미사일방어계획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저는 이런 식의 주장을 읽으면서, 옛날 없이 살 적에 동무들과 주고받았던 우스개소리 한토막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집은 하도 가난해서, 화장실에 갖다 놓은 텔레비전이 고장난지가 벌써 두달째인데 아직도 못 고치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가 한술 더 떠 ‘우리 집은 너희 집보다 더 가난해서, 얼마 전 아버지께서 애지중지하던 자가용까지 팔았다’...가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던 시절, 이런 식의 우스개소리 주고받은 기억들 아마 다들 있으실 겁니다.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 전자의 전체 수입에서 방위 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민간 기술이 군사용으로 얼마든지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겁니다. 이른바 ‘이중 용도(dual use) 기술’이지요.

가령 인공위성 기술이나 이를 쏘아 올리는 로켓 기술이 가장 대표적일 것입니다. 수입을 잡을 때, 이런 기술들은 ‘방위 산업’ 항목에서 당연히 빠질 것입니다. 그런 숨어 있는 방위 산업 기술을 죄다 찾아내어 다시 계산하면, 얘기가 달라질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일본은 이처럼 자기네의 군사 능력은 되도록 감추려 들지만, 남의 나라 군사력에 대해서는 상당히 쫀쫀하게 따집니다. 특히 중국 군사력에 대해서는 그렇지요. 중국이 매년 공개하는 군사 예산을 미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은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발표된 액수의 심지어 3배 이상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예산이 군이 운영하는 방위 산업 부문, 또는 민간 부문까지 걸쳐 있는 복잡함 탓에 분명히 믿지 말아야 할 이유도 있긴 있습니다. 여기서 다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다른 사정이 있긴 하지만, 방위력이 축소되고 있는 쪽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 정도입니다.

좀 얘기가 옆길로 샜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일본 핵의 성격을 이해할 때에는 이같은 배경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것 같아 말씀드렸습니다. 자 이렇게 하고 나서, 다시 일본 핵 잠재력으로 눈을 돌려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앞서도 잠깐 나왔지만 일본이 요즘 매우 노골적으로 미사일방어계획에 투자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 일본이 항상 하는 말이 바로 북한의 1998년 대포동 미사일 실험입니다. 일본은 또 요새 크루즈 미사일 위협도 매우 현실화됐다고 주장하며, 대항 수단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다음 회에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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