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불똥에 미국도 들썩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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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지원 합법화한 ‘캐슬-데게트 법안’ 표결 임박…찬성 의원 늘어 공화당 골머리

 
황우석 교수는 지난 5월20일 귀국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가 미국의 줄기세포 연구를 자극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 5월20일 <사이언스>에 황교수의 연구 내용이 공표되기 전, 미국 의회는 이미 관련 논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줄기세포 연구 관련 법안이 나란히 제출되면서 같은 당 의원들끼리 심상치 않은 갈등이 표출되었던 것. 미국 언론은 ‘줄기세포가 공화당원들을 가르고 있다’는 제목으로, 하마터면 주먹다짐이 오갈 정도로 험악한 상황이 벌어졌음을 알렸다. 

현재 미국은 이미 배양된 배아 줄기세포주(embryonic stem cell lines)를 이용한 연구 외에는 국가 예산으로 새 배양 연구를 지원하고 있지 않다. 2001년 8월 부시 행정부가 결정한 일이다.  

 하지만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알츠하이머 병을 앓던 레이건 대통령이 병마와 싸우다가 사망했고, 척수손상으로 걷지 못하던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도 사망했다. 난치병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갈증이 커져간 것이다. 규제가 느슨한 다른 나라에 비해 생명 공학이 처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슬금슬금 번져갔다. 

부시, 통과되면 거부권 행사할지 주목

이런 상황에서 아예 2001년의 금지 조처를 풀자는 요지의 ‘캐슬-데게트 법안’(H.R 810)이 제출된 것이다. 이 법안은 표결이 임박한 상태이다. 

미국에서 일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 논란이 흥미로운 것은 낙태보다 훨씬 관용도가 높다는 것이다. 인간 존엄을 이유로 낙태에는 반대하면서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찬성하는 의원 비중이 만만치 않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낙태 반대론자의 37%가,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에 갈등의 골이 팬 반면 민주당 의원들과의 연합도 공공연하다. 온건파는 ‘불임 클리닉에서 쓰고 남은 냉동 배아를 버리는 것 또한 낭비’ 아니냐며 슬쩍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맞불작전으로 맞서고 있다. 그들의 카드는 성체 줄기세포(adult stem cell)를 추출해 활용하는 연구를 지원하자는 것이다(H.R 596). 탯줄 혈액에서 성체 줄기세포를 얻는 이 방법은 배아를 파괴하지 않으므로 생명 윤리 논쟁을 비켜갈 수 있으며, 이미 질병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부시와 공화당 지도부는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민주당 다이안 데케트 의원과 함께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마이크 캐슬 의원은 공화당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밀기도 하고, 이미 과반수 의원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현재 미국 하원 의원은 4백35명. 마이크 캐슬 의원은 “서명을 하지 않았지만 동조 의사를 밝힌 사람이 많아 과반 기점인 2백18명은 거뜬하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나아가 ‘교란용이기는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가 낸 법안도 같이 채택될 수 있다’며 느긋하다.  

이런 마당이니 부시의 태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언론은 표결시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과연 부시가 거부권을 행사할까? 그렇게 되면 여당과 대통령의 뜻이 갈리는 두 번째 사례가 될 것이다’라며 호기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아직까지 물러설 뜻이 없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세금을 쓰지는 않겠다는 것이지, 민간 연구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즉 쟁점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일에 국민의 세금을 쓰지는 않겠다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형에서 황우석 박사의 연구는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까. 첨단 분야인 생명공학에서 미국이 규제와 방관이라는 이중의 덫에 갇힌 사이, 다른 나라는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는 연구자들의 볼멘 소리에 힘을 싣게 될 것이다. 

 하지만 논쟁을 격화시키면서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의사이자 플로리다의 공화당원인 데이브 웰던은 “한국의 연구 결과는 그들이 단순히 체외 수정된 배아를 이용하는 것을 지나 인간 복제에 한 발짝 다가섬으로써 캐슬-데게트 법안에 대한 지지를 갉아먹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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