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고’ 또 깨질 뻔했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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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일간지, 보도 제한 약속 어기고 인터넷 기사 실었다가 삭제

 
황우석 교수가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한 과정은 엠바고(보도 제한 시점)를 지키기 위한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같은 국제 저널들은 지면에 논문이 실리기 전까지는 언론의 사전 보도를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황교수는 지난 5월14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뒤 미국을 거쳐 윌머트 박사를 만나기 위해 들른 스코틀랜드에서 기자와 함께 이틀을 머무르면서도 이번 발표에 대한 질문은 요리조리 피해갔다. ‘스코틀랜드까지 따라온 기자에게 기사거리 좀 달라’고 졸랐지만, 황교수는 ‘엠바고를 깰 수 없다. 지난번에 한 일간지 기자가 엠바고를 깨는 바람에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며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기자들의 전화로 인해 그의 휴대전화는 ‘불이 났고’, 프랑스의 한 텔레비전 방송국 기자가 줄기세포 연구가 어디까지 진전되었냐고 물어도 화제를 돌려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황교수가 그토록 힘겹게 지키려 했던 엠바고는 일부 일간지의 특종 욕심으로 또 다시 깨질 뻔했다. 영국에서 황교수가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국내 일부 일간지가 자사 홈페이지에 황교수의 연구 성과 기사를 미리 올렸던 것이다. <사이언스> 측에서는 엠바고를 전제로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미리 보내놓은 상태였다.

<사이언스>측은 기자회견장에서까지 모니터 요원들이 모든 매체의 사이트를 띄워놓은 채 실시간으로 체크했는데, 이 때 한국의 일부 일간지가 약속을 깨고 기사를 인터넷에 올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일간지들은 곧바로 기사를 내려야 했다. 하지만 <사이언스> 담당자가 ‘또 코리아가 깼다’는 소리에 황교수는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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