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도시’를 ‘살림의 고장’으로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5.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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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지도자/윤장현 YMCA 이사장 1위…재야 단체 영향력은 쇠퇴
 
광주·전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 지도자로 윤장현 YMCA 이사장이 뽑혔다. 윤이사장은 현직 안과 의사. 광주 시내에서 중앙안과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24일 중앙안과를 찾았을 때, 윤이사장은 환자가 아닌 시민단체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원장실은 지역 시민단체의 사랑방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지역 시민단체의 ‘디벨로퍼’이다. 광주시민연대(1992)를 비롯해 빛고을미래사회연구원(1996),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2000) 등 그가 만든 시민단체가 숱하다.

그는 일찌감치 시민운동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 이 지역은 시민운동보다는 재야운동 세력이 훨씬 셌다. 그런 ‘투쟁의 도시’에서 윤이사장은 조금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두 바퀴론’이다. 민족·민주 운동의 한 바퀴가 필요하듯, 시민운동이라는 또 다른 바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윤이사장은 또 한번 ‘개안’했다. 이번에는 ‘종양론’이었다. “수술이든 치료든 환자를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종양은 제거했는데 사람이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 그는 노숙자들을 보면서 운동의 순수성만 고집하다가 정작 먹고 사는 삶의 문제는 백안시한 것이 아닌지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 경제의 핵심인 기아자동차와 금호타이어 살리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다산 연구가 박석무·정찬용 전 인사수석 2·3위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 지도자 2위에는 박석무 5·18기념재단 이사장이 뽑혔다. 응답자들은 5월 관련 인사를 대표해 박이사장을 꼽은 것으로 보인다. 박이사장은 1980년 광주 대동고 교사로 재직하던 중 5·18 항쟁에 참여했다가 구속되어 옥고를 치렀다. 13·14대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이사장은 다산 연구가로도 유명하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기행>, <다산시정선> 등을 펴냈다. 현재 단국대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NGO 대사로 임명된 정찬용 전 인사수석은  3위에 올랐다. NGO 대사가 되면서 물 문제에 관심을 갖겠다던 정씨는, 최근 터진 행담도 투자 의혹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동 4위 가운데 한 명은 김용채 광주경실련 대표. 변호사인 그는 윤장현 YMCA 이사장과 함께 정찬용 전 수석을 이을 인사수석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홍남순·조아라 선생과 함께 광주의 정신적 지주인 조비오 신부도 공동 4위에 올랐다. 조신부는 초대 5·18 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1989년 5·18 광주 청문회에서 “신부인 내게도 총이 있다면 쏘았을 것이다”라며 진압군의 잔혹함을 증언한 말은 지금도 유명하다.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를 묻는 조사 결과에서는 광주의 변화가 감지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재야·통일 운동 단체들의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했다.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 10위에 한 단체도 포함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 1위로 5·18 기념재단을 꼽았다. 5월 관련 단체를 대표해서 꼽은 듯하다. 2위는 광주 YMCA가 뽑혔다. 광주 YMCA는 다른 지역의 YMCA 단체와 달리, 1970~1980년대 이 지역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전초 기지였다. 광주 환경운동연합과 광주 경실련, 참여자치21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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