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꼴등 면할 길 있다”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5.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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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전남도지사 인터뷰/“한전은 가장 낙후한 전남으로 오는 게 순리”

 
지방 행정 경험이 전무한 박준영 전 청와대 공보수석이 지난해 6월 전남도지사 후보로 나섰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기연가미연가했다. 열린우리당 광풍이 휩쓸고 간 총선 직후 치러진 재·보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선거에서 승리해 민주당 구원투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고, 그 후 민주당은 광주·전남 선거에서 줄줄이 승리하고 있다. 도지사 1년 만에 이 지역 영향력 투톱에 오른 박지사를 5월24일 만났다.

지난 1년간 어떤 부분에 가장 주력했고,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성과를 얘기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다. 그보다는 전남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해야 해법이 나온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급격한 인구 감소다. 1년에 대략 3만6천명 가량이 주는데, 특히 29세 이하 청년층의 감소 비율이 높아서 전남이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성장 동력이 약해지면 지금도 낙후도 1위인 전남의 미래가 더 불투명해진다. 젊은이에게 기회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광주·전남은 의로운 땅인데, 의로운 사람들이 못 살면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누가 앞장서 헌신하겠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전남이 가진 자산이 무엇인가를 살펴서 산업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우선 농업이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농업 5개년 계획을 세워 부가 가치를 높이려 하고 있고, 유통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역 별로 단일 유통망을 세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한 전국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안선과 2천개에 달하는 섬을 활용한 관광산업, 풍부한 태양열과 섬 사이 물길을 막아 조력을 이용하는 대체 에너지 산업, 광양만과 대불산업단지를 활용한 조선·부품·물류·석유화학 산업 등이 전남이 재정자립도 꼴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이다. 여기에 전남에만 있는 희귀 식물과 김·미역·다시마 같은 해산물을 활용한 바이오산업도 투자 가치가 높은 유망 산업이다.

공공기관 유치도 특성화 산업과 연계된 쪽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한전은 반드시 (전남으로) 와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의 목적이 국가 균형 발전이면 당연히 한전은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오는 게 옳다. 정부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논란의 여지가 없을 텐데, 방폐장을 연계하느니 어쩌니 하며 뭔가 (정치적) 계산을 하기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소프트웨어진흥원이나 농업기술연구소 같은 IT·BT 관련 연구원을 유치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런데 공공기관 이전한다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문제다. 경기도의 경우 가만히 있어도 기업이 오고 인구도 늘어나는데, 규제까지 완화하면 다른 지역으로 가려던 기업들이 다 경기도로 간다. 불균형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총리와 싸우면서까지  워낙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은가?
일반 시장·도지사만 돼도 전국을 생각해야 한다. 하물며 전국적인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면 다른 지역의 아픔도 알아야 한다. 전남은 경기도 때문에 이미 두 건이나 기업 유치를 손해보고 있다.

호남소외론이 실제로 심각한가?
대통령은 균형 발전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 되는 일은 없어서 그런 소리가 나온다. 특히 기업을 유치하려면 SOC(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가 잘 되어 있어야 하는데, 전남처럼 그것이 낙후한 지역도 없다. 지도 놓고 보면 동쪽은 도로망이 빼곡한데, 전남은 서남해안 고속도로의 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심하다’고 할 정도인데, 그런 마당에 여권에서 SOC 예산 줄인다고 하고, 총리는 ‘호남고속철은 경제성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니, 대통령이 쇼하는 것 아니냐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영향력 2위에 이어 차기 도지사감 1위로도 꼽혔다.
도민들이 (내게) 전남이 도약할 수 있는 희망의 근거를 찾아봐라 하며 격려를 보내는 것으로 안다. 언론인으로서 세상을 보는 객관적인 눈이 있고, 김대중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배운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다음에 다시 출마하는 게 옳다는 생각은 하지만, 지금은 전남 사정이 너무 열악해서 정치적 고려 없이, 일단 여야 가리지 않고 협조를 구하면서 전남을  살리는 데 전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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