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는 고양이를 피하라
  • 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 (www.enh21.org)
  • 승인 2005.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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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건강] 태아에게 간질·시력 상실 유발하는 ‘톡소플라스마증’ 전염시켜
 
 "고양이 좋아하세요?" 이 질문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신비롭고 도도한 이미지가 마음에 쏙 든다는 쪽과, 어딘가 불길하고 나른한 느낌이 들어 싫다는 쪽. 고양이에 대한 호오(好惡)의 감정은 취향 문제라지만, 주로 고양이를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톡소플라스마증(toxoplasmosis)’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독신 여성이라는데, 이 병이 임신부와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니 더욱 그렇다.   
 
톡소플라스마증은 고양이나 개에 기생하는 톡소플라스마 곤디(toxoplasma gondii)라는 원생동물에 감염되어 나타나며, 미열·두통·림프절 확장이 주된 증상이다. 미국의 경우 15~44세 가임 여성 중 15~22.5%가 감염자로 조사될 만큼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면역력이 있으면 감염자의 90% 가량에게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문제는 임신부와 면역력이 저하된 AIDS 환자, 그리고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다.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면 뇌와 중추신경에 염증이 일어나는데, 최근 이것이 AIDS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
 
임신 여성이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염될 수 있다. 임신 초기에 감염되면 유산 위험이 높아지고, 말기에 감염되면 태아의 중추신경에 수두증(두개골 내에 수액이 차는 증상)과 ·맥락막염(망막에 생기는 염증)을 일으켜, 정신지체·간질·시력 상실 등 치명적인 위험을 안긴다.

다행히 임신 전에 이미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여성은 임신 중에 재감염될 위험이 낮다. 설사 재감염된다 하더라도 태아에게 선천적 톡소플라스마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0~9%).   

 육류는 완전히 익혀 먹고, 장갑 끼고 날고기 만져야

고양이가 톡소플라스마를 전염시키는 주범으로 꼽히는 이유는 쥐를 잡아먹거나 날고기를 먹는 습성 때문이다. 날고기를 먹는 고양이가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고, 사람은 톡소플라스마가 섞여 배출된 고양이 배설물을 접촉해 감염되는 것이다. 만약 기르고 있는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지 않고 사료만 먹는다면 톡소플라스마증에 걸릴 위험은 훨씬 줄어든다.
 
고양이 배설물에 접촉하는 것 외에, 날고기나 덜 익은 육류를 먹어서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고양이 배설물과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동물 배설물에 오염된 흙에서 키운 채소를 제대로 씻지 않고 먹어도 감염이 된다. 직접 고양이를 기르지 않거나 고양이와 접촉할 기회가 별로 없는 사람도 톡소플라스마증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톡소플라스마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예일 대학 의료진이 좋은 방법을 몇 가지 추천했다. 우선 덜 익은 고기나 날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리고 날고기를 다룰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고, 육류와 접촉한 식기는 깨끗이 씻는다. 육류는 적어도 72℃ 이상 고온에서 조리하고, 붉은색이 없게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채소는 잘 씻어서 먹고, 흙을 만질 때는 되도록 장갑을 껴서 흙과 직접 닿는 것을 피한다. 물도 조심해야 한다. 정화되지 않은 물이나 멸균 처리되지 않은 우유도 감염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일 고양이를 기른다면 실내에서만 키우고, 쥐를 잡아먹지 못하게 사료를 먹인다. 배설물 처리도 중요하다. 직접 손에 닿지 않는 방법으로 가급적 매일 치워주고, 치운 뒤에는 꼭 손을 잘 씻는다. 여성이 임신 중이거나 임신할 예정이라면, 남성이 고양이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일시적 애완용이 아니라 진정한 가족으로 만들려면 철저한 위생 관리와 질병 예방에 유의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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