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특수’ 본 정동영 ‘10월 대박’ 노린다?
  • 이숙이 · 고제규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5.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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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출마→당선해 당 구출→대권 주자 입지 굳히기

 
6월17일 정동영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깜짝 면담’을 했다. 이번 면담으로 정장관은 그동안 쌓였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 정장관은 지난 1년간 웃을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정동영 장관은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과 통일부장관 직을 놓고 신경전까지 벌이며 취임했다. 그러나 취임하자마자 외풍에 시달렸다. 4백68명이나 되는 대량 탈북자 문제와 김일성 주석 조문단 문제가 불거져, 그는 북측으로부터 ‘북한 땅을 한 번도 밟지 못하는 통일부장관이 될수 있다’는 수모에 가까운 경고를 들어야 했다. 북핵 문제까지 악화해 남북 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지만, 주무 장관인 정동영 장관의 보폭은 한정되어 있었다. 할말이 없다며 한동안 기자들과 정례 브리핑을 피했을 정도였다.

늘상 노심초사했던 정동영 장관이 6·15 민족통일대회에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 통했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이번 만남은 정치인 정동영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이번 회담이후 정장관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열린우리당은 정장관에게 10월 재·보선 출마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껏 주가가 오를 정장관을 내세워 당을 추슬러보자는 계산이다. 선거철만 되면 바람을 일으키는 ‘철의 여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버티고 있는 한, 해보나마나 ‘필패’라는 패배론이 열린우리당에 지배적이다. 한 의원은 재·보선 제도 자체를 없애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23 대 0’ 이라는 지난 재·보선의 치욕을 씻고  최소한 무승부라도 하려면 원외인 정동영 장관을 재·보궐 선거에 투입해 맞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제안은 경쟁 관계인 GT계에서 먼저 나왔다. GT쪽 맏형 격인 장영달 의원은 정동영 장관의 재·보선 출마를 주장한 바 있다(<시사저널> 제817호 참조) 여기에는 더 이상 열린우리당의 ‘장기 불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미 열린우리당은 넘어서는 안될 마지노선까지 넘어서 거의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는 ‘열린우리당은 못해도 20% 밑으로 추락하지 않고, 한나라당은 잘해도 30%를 넘지 못한다’는 일종의 마지노선이 있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17.4%(6월2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까지 떨어졌고, 집권 가능성은 18.2%(6월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 그쳤다. 한나라당은 반대로 지지율이 30%을 넘었고, 집권 가능성은 50%를 돌파했다. 열린우리당이 ‘네 탓 공방’만 하다가는 자멸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봉합은 했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그래서 특단의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당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주자 복귀론’이 그것이다. 김근태(GT)-정동영(DY) 장관이 복귀해 당을 쌍끌이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동영 총리설’이 나오는 까닭

이런 의견에 대해 양 진영의 계산은 복잡하다. GT쪽에서는 김근태 장관이 당분간 장관 직을 수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정동영 장관만 복귀하더라도, 문희상 체제가 지속되기에 간격을 두고 김근태 장관이 복귀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GT 쪽은 최소 내년 초까지 복지부장관 직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DY쪽은 정장관이 김정일 위원장 면담과 6월21일로 예정된 장관급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당이 먼저 요청하는 명분만 주어진다면 복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는 것이 모양새가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귀 시점은? 10월 중순까지 여유가 있다. 재·보선은 총선과 달리 후보자 등록 신청 전까지만 공직을 사퇴하면 된다.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DY쪽은 당분간 콘텐츠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복지·교육·부동산’등 민생 현안에 대한 내공을 쌓을 예정이다. 이는 콘텐츠가 약하다는 정동영 장관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당내 최대 경쟁자인 김근태 장관과의 비교 우위를 위해서다.

김근태 장관의 트레이드 마크는 ‘평화와 복지’의 양 날개이다. DY쪽에서는 평화에 대해서 이제는 정장관이 오히려 할말이 많아졌고, 그렇다면 복지 부분에 대해서도 할말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차출된 정장관이 10월 재·보선에서 생환하면, 명분과 실리 둘 다 챙길 수 있다. 통일부장관 업적에, 당을 구한 업적까지 더해져 대권 주자 기반을 다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장관의 10월 차출설에는 변수가 많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이 관건이다. 당초 노대통령은 차기 주자들에게 기회도 주고 관리도 하자는 양수겸장을 노려, 주자들을 내각으로 끌어들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동반역할론’으로 주자를 관리했던 노대통령이 3년차를 맞아 ‘역할분담론’으로 전술을 바꿀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동영 장관에게 내각을 맡기고, 김근태 장관에게는 당을 맡기는 식이다.

아직 ‘설’ 수준이지만, 여권 일각에서 ‘정동영 총리설’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열린우리당 구하기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동영 장관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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