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공화국’의 지독한 악몽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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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로 5백여명 사망…기업들, 영상산업 앞으로

 
1995년 6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6월29일 오후 5시57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어이없는 사고였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5백2명이 사망했고, 9백40명이 부상했다. 재산 피해액만도 2천7백여억원에 달했다.

서울의 참사는 세계적 뉴스였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가 붕괴하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는데, 다음해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한국은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시사저널> 제298호는 삼풍백화점과 정부의 위기 관리 시스템 문제를 커버 스토리로 다루었다.

현재 삼풍백화점 자리에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삼풍의 악몽’은 가셨지만 분양 전까지도 삼풍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 그 자리가 조선시대 상궁과 환관의 무덤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터라는 지적이 나오자 시행사는 2000년 11월과 2001년 4월 두 차례 진혼제를 올리기도 했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아파트를 지으면서 건물 안전에 신경을 가장 많이 썼다. 진도 6~7 이상의 강진에도 끄떡없도록 내진 설계를 했고, 설계와 감리는 아예 외국 전문가에게 맡겼다.

 
세인들에게 삼풍의 상처는 상당 부분 아물었다. 하지만 당시 <시사저널>이 커버 스토리를 통해 밝힌 재난 관리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직도 유효한 듯하다. 해마다 홍수나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천재니, 인재니 하는 논란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1995년 6월은 기업들이 프로덕션을 차리며 영상산업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모래시계>의 김종학 감독과 작가 송지나씨가 제일제당과 손잡고 프로덕션을 만든 것도 이 즈음이다. 김종학 감독의 일성은 “외국 시장에도 팔겠다”였다. 한류의 씨앗이 이때부터 뿌려졌다고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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