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허락한 뒤 뒤통수 치더라”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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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원씨 인터뷰/“검사는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사람들”

 
2002년 <서세원 쇼>를 진행하던 서세원씨는 다른 방송 진행자들과 급이 달랐다. 연예인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 시청율 30%를 상회하던 <서세원쇼> 토크박스 코너는 스타 등극의 지름길이었다. 서씨는 ‘개인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전국을 개인기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개인기를 못하는 연예인을 모아 과외를 하는 프로까지 생겼다. 또 영화 <조폭 마누라> 제작에 참여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는 별다른 이유도, 그리 긴 시간도 필요치 않았다. 한차례 검찰의 광풍이 스쳤을 뿐이었다. 

연예 비리 사건이 터지자 해외로 도피했다.  
영화 <긴급조치 19호>를 팔러 홍콩에 갔다. 나가기 전에 담당 검사에게 나가도 되는지 두 번이나 물었다. 나갔다 오라고 했다. 분명 도피가 아니라고 두 번, 세 번 말하고 갔지만 다음날 도피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났다. 매니저 하씨가 당분간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검찰 고위 간부도 상황이 어려우니 오지 말라는 언질을 줬다. 알아봤더니 하씨를 때려 진술을 조작해 뇌물죄로 영장을 만들어놓았다. 30년 전 인혁당 사건도 아니고 두들겨서 사건을 조작한다는 게 말이 되나.

PD들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 아닌가?
당시는 개편 때마다 PD들이 내 사무실에 줄을 섰다. 연말에는 방송사 사장들이 따로 상을 만들어줬다. 나는 이미 큰 상을 모두 타서 또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왜 내가 돈을 주면서 방송하나. 돈을 준 게 아니고 밥을 산 것이다. 연예인들이 스탭들이 고생한다고 밥을 산다. 돈 번 놈이 밥 사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매니저는 검찰에서 서씨가 돈을 주라고 심부름을 시켰다고 진술했다.
매니저가 울면서 말하더라. 고문을 당했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벌떡 일어선다. 고문이라니? 지금이 박정희·전두환 시대인가. 이 사건이 국가 존립을 해치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당사자도 아닌 사람을 고문했다. 나를 때렸다면 이렇게 분통이 터지지는 않는다. 나에게는 친절하게 배려도 많이 해줬다. 하씨말고도 검찰에서 가혹 행위를 당한 사람이 많다. 한 연예기획사 사장에게는 검찰 수사관들이 여러 차례 얼굴에 침을 뱉었고, 한 매니저는 허리가 아파 6개월 이상 병원에 다녔다. 검찰은 힘 있는 자에게는 약하고, 힘 없는 자는 때렸다. 비겁한 일이다.

검찰에서는 서씨를 연예 비리의 몸통으로 주목했다. 조폭 자금을 투자받은 일 없는가? 조폭과 친한 것은 사실 아닌가?
조폭 자금을 내가 조금이라도 썼으면 나는 바로 죽었다. 여자 문제나 마약을 했다면 나는 바로 코가 걸렸다. 검사들은 전라도 사람은 모두 조폭으로 몰았다. 검찰이 그린 연예계 조폭 계보도에 나온 사람들은 나보다 검사들이 더 잘 알고 친한 사람들이다. 강력부장이 인터폴에 수배를 내렸다. 내가 살인범이나 테러리스트가 아닌데 인터폴에 수배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나는 조폭도 아니고 고소한 사람도 없다. 왜 강력부에서 날 잡나? 검사들을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검찰이 왜 서세원씨를 지목하고 수사했다고 생각하나?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연예 비리 수사는 검사와 한 제작자의 술자리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검찰에서는 근거 없이 의혹을 흘려 여론 재판으로 몰고 갔다. 사람을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에 몇몇 검사들은 맛을 들였다. 시범 케이스로 국민에게 잘 알려진 나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다 범죄 혐의가 없으니 사건을 만들려고 고문한 것이다. 그래도 별개 없어 검찰은 세무서를 움직여 구속 사유를 만들었다. 영화에 출연했던 엑스트라까지 털어서 영수증이 없으면 조세포탈로 몰아붙였다. 구속되어 있는 상태에도 나를 고발해 혐의를 인정해야 풀려난다고 압박했다. 아무 잘 못이 없어도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죄를 인정하고 나왔다. 이 과정에서 나를 조사한 사람이 사건을 거액에 수임하게 해달라고 찾아왔다. 어이가 없었다. 검찰이 수사 초기에 지목한 사람들은 검찰 고위 관계자들과의 연줄로 모두 빠져나갔다. 

왜 지금 이 문제를 고발하는가?
<도마 안중근> 영화를 만들었다. 돈이 안 되는 줄도 알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투자자들이 모이지 않았다. 내 돈과 시간을 모두 바쳐 매달렸다. 하지만 내가 나쁜 놈이라고 생각해 안중근 의사까지 비뚤어지게 봤다. 사람들은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색안경을 끼고 본다. 네티즌은 경위를 파악해 보지도 않고 욕을 해댄다.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죽을 지경이다. 밀리고 밀려 벼랑 끝에서 공룡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다. 모두가 만류했다. 내가 다칠 수도 있다. 공권력에 도전해서 압수수색 당하고 구속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검찰에 당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대중에게 당하는 건 못 참겠다. 시민이 나를 범죄자로 쏘아보는 차가운 눈초리를 이제는 못 이기겠다. 이제는 사실이 무언지 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큰 잘못을 하지 않았다. 검찰에 살해된 내 이름 석자를 이제는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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