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순대, 프랑스의 부댕
  • 벵자맹 주와노 (음식칼럼니스트) ()
  • 승인 2005.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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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길을 떠나, 장을 보기 위해 들렀던 순창의 시장에서 진짜 순대를 만난 것은 얼마나 큰 감동과 즐거움이었던가! 당면이 아닌 각종 야채로 범벅이 된, 검붉은 피와 내장으로 채워진 그 굵직한 순대는 내가 어린 시절 집에서 먹곤 했던 검은 부뎅 바로 그것이었다! 한국 친구들은 내가 이런 시골 음식을 너무나도 즐겁게 먹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흔히 프랑스 음식이라면 선택된 양질의 육류와 미세한 재료만을 사용하는 고도의 세련된 요리를 상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편견일 뿐이다! 앵글로-색슨 청교도들은 프랑스인이 매우 좋아하는 음식인 개구리 뒷다리 요리를 본떠서 프랑스인을 ‘개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구리뒷다리 요리는 달팽이 요리와 마찬가지로 관광객의 식탁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요리다.

요즘 한국 사람들은 순대나 내장으로 만든 음식은 포장마차에나 어울리는 시골 음식이며 저급한 것이라고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제발 그런 편견을 거두시기를. 순대는 프랑스에서도 시골 음식이지만 애호 받고 있으며, 이는 프랑스 요리의 근원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 요리와 한국 요리에는 매우 흡사하게 느껴지는 몇몇 음식이 있다. 프랑스인은 개고기는 먹지 않지만 개고기처럼 놀랍게 맛이 좋으며 활력을 주는 말고기를 먹는다. 말고기를 먹는 것은 개(犬)만큼이나 인간의 가장 좋은 벗으로 여겨지는 이 고상한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커다란 슬픔일 것이다.

본래 농촌에서 비롯한 전형적인 프랑스 요리의 전통은 돼지고기 요리에 많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돼지의 각 부위로 만드는 모든 요리를 파는 샤르퀴트리(돼지고기 가게)를 좋아한다. 샤르퀴트리에는 내장 피 귀 고기 비게 발 대가리 등 돼지의 모든 부위 요리가 있고 맛도 뛰어나다. 송아지의 간과 흉선, 양 곱창, 소의 혀·꼬리·콩팥도 미식가들의 즐거움이다. 돼지와 소에 관해서라면 프랑스인이 먹지 않는 부분은 거의 없다.

조류의 심장과 똥집을 즐겨 먹는 것도 특별한 일은 아니다. 프랑스의 몇몇 지역에서는 닭의 고환과 벼슬까지 먹는다. 자 이제 충분히 설명되었을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모든 것을 먹는 것은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위와 같은 사실을 한국 친구들이 알았다면 내가 곱창이나 다른 내장을 즐겨 먹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프랑스와 한국의 육류 요리법은 차이가 난다. 특히 고기를 자르는 방법이 다르다. 바베트(가슴), 알로요(허리위) 등 프랑스인이 좋아하는 부위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부위와 다르다. 한국인들은 아마도 이런 부위들은 기름이 너무 많고 질기다고 생각할 것이다. 분명 여기에는 취향의 차이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육류의 질긴 정도가 아니라 그 맛이 중요시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입안에서 씹지 않고 살살 녹는 고기를 선호한다.

고유의 진한 향을 풍기는 청국장은 프랑스의 치즈를 연상시킨다. 어떤 치즈는 너무 발효되어서 구더기와 함께 먹기까지 한다. 매운 음식도 나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다. 나의 고향인 바스크 지방은 에스-레트 고추의 매운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고추와 한국산 고추는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흡사하다.

프랑스 음식이든 한국 음식이든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고유한 맛을 얼마나 존중하는가’라고 생각한다. 우리 식당 손님 중에는  토끼 요리에서 토끼 맛이 난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에 길들면서 음식의 고유한 맛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국적 기업의 패스트푸드는 막대한 이익을 겨냥해 맛의 세계화를 추구했다. 덕분에 우리는 별다른 맛도 없고 먹어치우기 쉬운 패스트푸드 음식에 길들어 버렸다. 음식 고유의 맛을 되살리는 것은 프랑스와 한국 모두의 숙제다. 

[번역: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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